영화 스태프 임금을 체불해 고소당한 영화제작사 대표가 “근로계약을 맺지 않아 스태프들은 근로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했으나 항소심 법원은 이를 기각하고 스태프 노동자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원심을 유지했다.

20일 서울동부지방법원 제1형사부는 영화 제작 중단 뒤 촬영 스태프 19명에게 4600여만원의 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진 영화 ‘아버지의 전쟁’ 제작사 대표 배모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배씨는 이날 상고장을 제출했다.

앞서 1심 법원은 지난해 10월 근로기준법 위반 이유로 배모씨에게 500만원 벌금형을 선고했다. 

배씨 측은 “피해자들(영화 스태프들)은 근로자가 아니므로 배씨는 근로기준법 위반 죄책을 지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진출처=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홈페이지.
▲2017년 7월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등이 영화 '아버지의 전쟁' 스태프 및 배우 임금체불 소송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홈페이지.

전국영화산업노조(이하 영화노조)에 따르면 해당 사건의 영화스태프들은 계약 당시 근로계약서 작성을 요구했으나 배씨가 용역계약서를 쓸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는 배씨가 영화 스태프들의 근로자성이 없다고 주장한 까닭이기도 했다.

1심 법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 형식이 고용 계약인지 도급 계약인지보다 근로자가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며 스태프의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영화노조는 2심 판결을 환영했다. 영화노조는 “최근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을 비롯해 최근 제작사와 영화스태프들은 근로계약서 사용과 근로기준법 준수를 통해 노동시간 단축 등 개선된 노동 환경에서 영화를 만들고 있다”며 “이런 시점에 피고인(배씨)과 같이 영화스태프가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며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것은 영화 제작 환경을 후퇴시키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영화노조는 “노동자 기본권이 사용자 편의에 따라 적용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이번 2심 판결로 근로기준법이 부정되지 않고 더 많은 영화 제작 현장에서 노동자 기본권이 준수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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