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진기자협회는 지난 16~20일까지 3박5일 일정으로 베트남 하노이에서 세미나를 열었다. 참석 대상은 협회 소속 사진부장이다.

언론단체 세미나는 공공성이 높아 소식을 알리는 게 보통이다. 일례로 광주전남지역기자협회는 ‘언론보도와 인권’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이를 협회 소속 매체들이 보도했다. 한국온라인신문협회는 지난 4월 언론진흥재단 후원으로 제주도에서 ‘디지털 유료콘텐츠 전략’ 세미나를 열고 내용을 적극 알렸다.

하지만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한국사진기자협회 ‘2019 사진부장 세미나’는 어떤 주제로 열렸는지 프로그램은 무엇이었는지 알려진 게 없다. 3박5일 일정이 끝난 시점에도 한국사진기자협회의 공지나 관련 보도를 찾을 수 없다.

한국사진기자협회가 세미나를 조용히 진행한 이유는 뭘까. A매체 사진부장은 “수개월 전 협회로부터 참가비 20만원으로 베트남에서 열리는 2019 사진부장 세미나 참석 여부 확인전화를 받았다. 평일이라 부담되고, 예전 해외 세미나를 참가해본 결과 교육이나 토론보다는 관광성 프로그램이 많아 참석하지 않았다”고 했다.

미디어오늘 취재결과 19개 매체 사진부장이 세미나에 참석했다. 한국사진기자협회는 모두 82개 매체를 회원사로 두고 있다. 세미나에 참석한 사진부장들은 1인당 20만원을 냈다. 한 지역기자는 “지역에선 제주도에서 세미나하는 게 보통인데 중앙에선 20만원만 내고 베트남까지 다녀오시는구나”라고 했다.

문제는 더 있다. 세미나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한 인사가 동행했다. KT 이아무개 부장이다. 이 부장이 맡은 공식업무는 ‘홍보 및 사진기자단 관리와 보도사진 촬영 배포 및 사진기자단을 활용한 기획’이다. 이 부장은 3박5일 일정을 마치고 사진부장들과 함께 20일 귀국했다.

B매체 사진부장은 “1인당 20만원만 내고 나머지 비용은 KT가 후원 형식으로 지원한 걸로 안다”고 했다. 사실상 단체 행사의 협찬 비용을 비공식적으로 KT가 지원했다는 거다.

베트남 하노이까지 왕복 비행기 삯은 최소 50만원 이상이다. 숙박 비용과 식사 비용을 포함해 3박5일 체류비용을 1인당 100만원으로 잡으면 2000만원 가까운 비용이 발생한다.

이동희 한국사진기자협회 협회장은 세미나 개최 비용을 “회원들이 협회비로 회비를 내고, 보도사진 연감이나 여러 사진전에서 후원광고와 배너광고로 받은 비용으로 처리할 계획”이라며 “20만원은 일단 세미나 참석 유무를 파악하고 참석하는 사람에 한해 비행기 예약 등을 위해 계약금 조로 받았다. 세미나 참석자들에게도 추가 비용을 갹출해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C매체 사진부장은 추가 비용 갹출 공지를 받았냐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겠다. 협회장한테 물어봐라”고 말했다.

이동희 협회장은 세미나 주제를 “북미정상회담이 하노이에서 열려 현장을 알아야 한다는 차원에서 진행했다”며 “뉴미디어가 빠르게 발전하고 속보 경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5G 시대 어떻게 사진 콘텐츠를 빨리 전송할까 이런 부분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 협회장은 나머지 프로그램에 대해 “세미나를 두어 시간하고 호텔에서 쉬고, 사진기자 출신이 하는 음식점을 찾아 식사했다”고 말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복수의 사진부장들은 세미나 이외 프로그램 내용에는 모두 입을 닫았다.

이 협회장은 “이번 세미나는 총회에서 의결을 받았다. 3월 공문을 보내서 참가 유무를 확인하고 5월말에 마감해 6월에 진행했다”며 “세미나 개최 비용은 협회 비용으로 처리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 2월 26일과 3월 28일 열린 대의원(결산총회) 결과 보고를 보면 해외 세미나 개최와 관련한 내용은 안건으로조차 올라오지 않았다.

▲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gettyimagesbank
▲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gettyimagesbank

그렇다면 KT 직원이 동행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사진기자협회는 KT 직원을 초청했다고 밝혔다. 이동희 협회장은 “KT에 요청했다. 하노이 현장을 보고 뉴미디시대 사진 전송 내용을 발제해달라고 했고 논의해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한국사진기자협회는 KT 지원은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수차례 계약을 맺어 KT가 광고 및 협찬을 해왔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세미나에 동행한 KT 직원은 “KT는 협회보 발간이나 사진대전 등 다양한 행사에 협찬한다”면서 “제가 동행한 것은 전체 사진기자협회에 KT가 상당부분 협찬을 하고 있어 그런 지원에 감사 표시일 수 있다. 협회 초청 형식으로 갔다. 이번 행사에 KT가 별도로 협찬하거나 비용을 지원한 건 없다”고 말했다.

2018년도 한국사진기자협회 감사 심의 보고에 따르면 지난해 협회의 총수입은 7억 3000여만원이었다. 세부 내역을 보면 보도사진연감 광고수입금은 5000만원이다. 가장 큰 수입 내역은 기업체 후원금으로 6800여만원이다. 지난해와 올해 한국사진기자협회 예산안을 보면 세미나 개최 예산으로 각각 1000만원이 잡혀 있지만 지난해 결산안에 세미나 비용은 100만원 밖에 집행되지 않았다.

KT 직원은 자신의 세미나 참석과 비행기와 숙소 비용은 KT 공식 출장비로 처리했고, 나머지 식사 비용은 협회가 지불했다고 밝혔다. KT 직원은 “먹고 하는 부분에 대해서 협회 지원을 받은 것에 문제가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세미나 비용 출처에 문제가 없었더라도 협회의 다수 행사에 광고 및 협찬을 하고 계약 관계를 맺고 있었던 기업의 직원을 ‘초청’한 것을 두고 말이 많다.

D매체 사진부장은 “팩스로 공지가 왔는데 회사 내부 행사가 있어 가지 못했다. 20만원 이외의 추가 비용 부담은 따로 공지가 없었다”면서 “KT 직원이 동행했다는데 사전에 알았더라면 아예 갈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권익위는 “대기업 직원의 동행 여부와 관련해서 체류비용(비행기 및 숙박비용 제외)을 협회가 지원한 것은 대기업 직원이 공직자가 아니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 협회가 20만원을 낸 회원의 추가 체류비용을 냈다면 단체 구성상 금품수수 예외조항이 있어 문제가 없다”면서 “다만 대기업이 세미나 비용을 어떤 형태로든 지원했다면 부정청탁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인지 세심히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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