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동네에 원자력발전소 짓는다해도 찬성할까
자기 동네에 원자력발전소 짓는다해도 찬성할까
원자력학회 여론조사 문항 편향성 논란 ‘에너지 비중 30%, 늘릴까 줄일까’ 문항에 폐기물 등 원전 문제 언급은 없어

원자력학회(회장 김명현)가 최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 문항 내용과 구성이 편향돼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원자력학회는 지난 18일 ‘2019 원자력 발전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7명은 원자력발전 비중 유지 또는 확대를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이 학회는 이번 여론조사를 엠브레인에 의뢰해 지난 5월 15~17일까지 사흘간 만19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유·무선전화조사 방식으로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원자력발전 비중을 확대할지 줄일지를 두고 이 학회는 ‘원자력발전 비중 (유지+확대) 대 축소 응답 비율이 72.8% 대 25.7%였다’고 발표했다. 이 학회는 ‘현재보다 많이 늘려야 한다 22.1%’, ‘현재보다 약간 늘려야 한다 18.7%’와 ‘현재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31.9%’를 합쳐서 원자력발전을 지지한다고 주장했다. 축소해야 한다는 여론은 ‘현재보다 약간 줄여야 한다 12.5%’와 ‘현재보다 많이 줄여야 한다 13.2%’를 합한 25.7%였다고 했다.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과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을 합쳐서 지지한다고 임의적으로 판단한 것도 문제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문항의 편향성 여부다.

이 응답결과를 나오게 한 여론조사 질문 문항은 2번으로 “현재 원자력발전은 우리나라 전기생산의 약 30% 정도를 담당한다”며 “귀하께서는 앞으로 원자력발전이 차지하는 전기생산 비중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느냐”고 돼 있다. 원자력 비중을 늘릴지 말지를 묻는데 사전에 현재 30%를 차지한다고 미리 설명해 사전정보가 없는 응답자에게는 유지하거나 늘려야 한다고 판단하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이런 질문 구성은 여론조사 기법에서 피해야 하는데도 원자력학회는 4차례 여론조사를 실시하면서 계속 동일하게 이 질문을 넣었다.

무엇보다 원자력학회가 여론조사를 실시한 이유는 정부의 탈원전(에너지전환) 정책에 여론을 묻기 위함인데 핵심 질문 문항 어디에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무엇인지, 왜 원전을 축소하려는지 설명하고 않는다.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핵심 쟁점인데도 아예 정보를 차단해놓고 원자력발전에 찬성하냐 반대하냐, 현재 30%인데도 줄이겠느냐는 식의 질문 구성은 편향된 답변을 유도할 우려가 크다.

원자력발전의 장점과 단점에 대한 별도의 문항이 4번과 5번에 있으나 각각 장단점을 분리해놓았기에 둘 중 어떤 견해인지를 묻는 것인지 모호하다. 더구나 여론조사의 가장 핵심이 되는 원자력발전으로 인한 대형 사고사례(러시아, 미국, 일본)나 핵폐기물 처리 문제 등을 앞의 질문에선 일체 거론하지 않고 원자력의 찬반을 이미 요구해놓고, 문제점은 나중에 언급했다. 원전에 부정적 선택을 걸러내기 위한 것이라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문항 구성이다.

원자력발전의 찬반이나 추가 증설 여부를 물을 때 응답자 거주지 부근에 짓는다고 하면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와 같은 질문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경주, 부산, 울산 등에 원자력발전소가 밀집돼 있는 현상도 사전 설명을 하지 않고서 단순 찬반을 묻는 것 역시 원전이용의 단순 찬반을 뛰어넘는 원전 정책을 위한 여론조사에 반드시 필요한 것인데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 때문에 원자력학회가 공정하지 못한 여론조사로 탈원전 반대에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산수산물수입대응시민네트워크가 지난달 21일 프레스센터앞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원자력학회가 후쿠시마 수산물 안전을 외치는 일본정부를 대변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연합뉴스
▲일본산수산물수입대응시민네트워크가 지난달 21일 프레스센터앞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원자력학회가 후쿠시마 수산물 안전을 외치는 일본정부를 대변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연합뉴스

원자력안전연구회 위원으로 활동중인 박종운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1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최소한 공정한 여론조사가 되려면 ‘당신지역에 핵폐기물을 가져다 놓거나 원자력발전소를 짓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와 같은 문항이 포함돼야 제대로된 여론이 무엇인지 나온다”며 “원자력의 장점과 단점 정확히 얘기하고 핵폐기물 문제도 전달하고서 답변을 구해야지 이것을 빼고 원전 자체의 찬반을 물으면 당연히 다 찬성한다고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원전 비중이 에너지의 30%라고만 설명하고 다른 문제점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없이 물어보면 어떻게 답변하겠느냐”며 “특히 인구 밀집지역에 다수의 원자력발전소가 밀집돼 있는 문제도 문항에 설명해줘야 제대로 된 답을 구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우리동네만 빼고 원전건설 찬성’ 식의 수용성 없는 찬성은 무의미하다”며 “원자력학회의 여론조사는 편향된 여론조사”라고 덧붙였다.

이에 원자력학회도 완벽한 여론조사 문항이 아니라는 점은 시인했다. 한국원자력학회 소통위원장을 맡고 있는 송종순 조선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2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원전비중이 30%’라는 문항을 넣은 것이 편향된 답변을 유도한다는 지적에 “그런 이견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우리 여론조사의 문항에 있는 사전 정보는 심플한 반면, 다른 기관이 하는 여론조사는 더 긴 곳도 있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30%나 차지하고 있는데도 정부가 에너지 전환 정책을 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응답자가 30%를 사전에 인지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했다. 그 얘기는 질문에 편향성을 담았다는 것 아니냐는 질의에 송 교수는 “30%가 있는데 어쩔 것이냐고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중요한 내용을 사전에 알고 답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여론조사 목적이 정부 탈원전 정책이 이슈이기 때문인데 정부 정책의 내용과 이유가 문항에 전혀 반영되지 않은 문제를 두고 송 교수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이런 방식을 택한 것이고, 다르게 생각하면 (다른 방식의) 여론조사나 숙의과정을 통해 결론을 내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며 “해보니 이런 의견도 있다는 것을 부각시키기 위해 여론조사를 한 것”이라고 답했다.

자기동네에 원전을 지어도 찬성하느냐는 수용성에 관한 내용도 문항에 포함돼야 하지 않느냐는 질의에 송 교수는 “여론조사 하나로 정책을 바꾸자는 건 아니다”라며 “우리 여론조사도 완벽하지는 않다. 다만 다른 쪽에서 하는 여론조사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송 교수는 정부가 문제가 있다고 하면 언제든지 정부가 같이 하자고 하면 같이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원자력학회가 지난 18일 발표한 원자력 발전에 대한 인식조사 문항. 사진=원자력학회 보고서 갈무리
▲원자력학회가 지난 18일 발표한 원자력 발전에 대한 인식조사 문항. 사진=원자력학회 보고서 갈무리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바람 2019-06-20 15:28:02
개인적으로 자한당이 내년 총선에 원전을 인천에 짓고, 방폐장을 경기도에 건설한다는 공약을 내건다면, 원전에 대해 그리 반대할 생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