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사장 김명중)가 최근 ‘박근혜 홍보영상’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이번 특별감사로 제대로 진상이 드러날지 의문이라는 시선도 있다. 

홍보영상 ‘희망나눔 캠페인-드림인’ 실무를 맡았던 독립(외주)제작 대표 A씨가 국회의원실과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문제제기를 한 지 무려 1년6개월만이다. 미디어오늘이 ‘EBS가 청와대 지시로 박근혜 홍보영상을 만들었다’고 보도한 지는 6개월 만에 진행하는 감사다. 미디어오늘은 지난해 12월부터 EBS는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행정관이 마치 PD역할을 맡아 EBS 측에 지시해 홍보영상 제작을 지시했고, EBS 여러 부서가 동원된 사실 등을 보도했다. 

▲ EBS 로고
▲ EBS 로고

 

EBS 감사실은 지난 13일 A씨에게 “특별감사 조사 과정의 일환이”라며 ‘서면질의서’를 보냈다. EBS 감사실은 ‘EBS와 A씨의 역할 분담’, ‘EBS와 계약 내용’, ‘서면계약서가 없었던 이유’, ‘이외에도 정부부처 협찬 프로그램을 제작해 본 적 있는지’ 등을 A씨에게 물었다. 

A씨는 지난 17일 EBS 감사실에 답변을 보냈다. A씨는 “대외협력부 관계자들과 함께 청와대 연풍문에 가서 청와대 행정관 3명과 회의를 했고, 이 자리에서 EBS에 캠페인(영상) 제작을 지시한 것을 알게 됐다”며 “청와대는 ‘지식채널e’와 같은 형식을 원했다” 등 당시 상황을 상세하게 답했다.     

A씨가 보낸 답변을 보면 언급되는 EBS 내 부서는 대외협력부, 플랫폼운영부, 광고문화사업부, 방송운영부, 방송제작기획부 등이다. 다만 A씨는 “당시 EBS 내부에서는 많은 이들이 이를 알면서도 소위 ‘더러운 일’ 취급하며 떠넘기기 급급했지 전파·제작비 등은 국민 소유이고 세금인데 멋대로 청와대에 충성한 것”이라며 조직 전체의 문제를 지적했다. 

▲ EBS 감사실이 지난 13일 박근혜 홍보영상 실무를 맡았던 제작사 대표 A씨에게 보낸 질의서. 이미 A씨가 수차례 국회의원실과 국민신문고,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주장했던 내용들이다.
▲ EBS 감사실이 지난 13일 박근혜 홍보영상 실무를 맡았던 제작사 대표 A씨에게 보낸 질의서. 이미 A씨가 수차례 국회의원실과 국민신문고,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주장했던 내용들이다.

다만, 특별감사에서 제대로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EBS는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행정관이 마치 PD역할을 자처하며 EBS 영상 제작에 직접 개입했고 자신들이 이를 거부하거나 비판하지 못한 사실이 드러나 ‘관영방송’이라는 비판을 받는데도 시종일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지켜왔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특별감사는 사실 다른 사안을 계기로 시작해서 이 사안을 끼워 넣은 측면이 있다.  

헤럴드경제가 지난 2016년 11월 박근혜 정부 미래창조과학부가 EBS에 광고(홍보영상)을 강요한 정황이 있다고 보도했는데 당시 EBS는 “청와대 관련 내용은 듣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거짓 해명이다. A씨는 지난 2017년 12월 추혜선 정의당 의원실을 통해서 2018년 1월과 3월엔 국민신문고를 통해 문제제기 했지만 EBS는 의원실과 감사원 등에 형식적인 답변만을 보냈다. 

미디어오늘 보도 직후인 지난해 12월21일 EBS 시청자위원회에서 당시 EBS 사장 직무대행은 “적폐청산보다 EBS의 방송목표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구현할지 고민이 크다”며 “큰 문제점 없는 사안이라 언론 동향을 주시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던 중 김명중 신임 EBS 사장이 지난 4월초 박치형 부사장을 임명하면서 EBS가 다시 시끄러워졌다. 박 부사장은 지난 2013년 4월 반민특위 관련 다큐 제작을 하던 김진혁 PD(현 한예종 교수)를 수학교육팀으로 인사 이동시키는 등의 일로 비판을 받는 인물이다. 논란이 커져 EBS 내부에서도 김 사장 비판이 커지자 김 사장은 지난 4월말 EBS 감사에 ‘반민특위 다큐 중단 사태’를 특별감사 청구하면서 ‘박근혜 홍보영상’을 끼워 넣었다. 

김 사장이 ‘반민특위 다큐 중단 사태’로 EBS 내부에서 퇴진요구까지 받자 이를 잠재우기 위한 수단으로 특별감사를 요청했을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A씨는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다음은 A씨가 EBS에 제출한 답변 중 일부다. 

“저는 EBS와 하도급 손해배상, 저작권문제로 소송중인 사람입니다. EBS의 입장은 더 잘 아시다시피 모든 것은 제가 혼자 잘못한 것이고 아무것도 시킨 적이 없고 오히려 채무를 불이행한 사람이라고 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이런 상황에서 제게 연락을 하셔서 진행 중인 감사에 관한 의견서를 작성해달라고 해서 정말 당황스럽습니다. 이미 몇 달 전 지난 노조위원장이 만나자고 요청해서 드림인과 관련된 내용을 설명했던 적도 있고요. 지금 이 의견서를 다시 드려야 할지 고민이 좀 되었습니다. 결국 EBS는 필요할 때만 저를 이용하고, 다시 또 모른척할 게 뻔하니까요. 무엇이 문제냐고 묻는다면, 저는 단호히 EBS 전체가 문제라고 말하겠습니다. 단 하나도 덮지 말고, 전부 있는 사실 그대로 결과를 내길 바랍니다. EBS 사장님께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소송여부를 떠나, 저와 EBS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한번 들여다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정말 공영방송이 했어야 할 행동인지 다시 한 번 봐주시길 바랍니다.”

미디어오늘은 EBS 측에 ‘감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결과는 대략 언제 나오는지, 감사결과를 외부에 공개하는지’ 등을 물었다. 이에 EBS 측은 19일 미디어오늘에 “특별감사와 관련해 현재로서는 감사를 진행 중에 있다고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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