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발언이 연일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이번엔 이주 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 표현 때문이다. 

황 대표는 지난 19일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부산 지역 중소·중견기업 대표들과의 조찬간담회에서 “우리나라에 그동안 기여한 것이 없는 외국인들에게 산술적으로 똑같이 임금 수준을 유지해주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며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기본가치는 옳지만, 형평에 맞지 않는 차별금지가 돼선 안 된다. 한국당이 법 개정을 통해 적극적으로 외국인 근로자 임금의 문제점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정치권과 언론에선 황 대표의 주장은 근로기준법과 국제노동기구(ILO) 협약도 모두 어긋나는 명백한 차별·혐오 발언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국적 등을 이유로 한 차별적 처우를 금지하고 있으며, ILO 협약도 국적·인종을 이유로 한 임금 차별을 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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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법무부 장관까지 역임한 제1야당 대표의 발언은 ‘극우 포퓰리즘’적 혐오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도 “현행법과 비준된 국제협약을 모조리 부정한 발언으로 위험천만하다”고 지적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앞세우며 분열을 조장하는 발언은 절망적”이라고까지 꼬집었고, 김정현 민주평화당 대변인도 “황 대표의 경제 감각은 유신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고 질타했다. 

국민일보 “황 대표 차별 발언, 치명적 위험 내포”

언론도 황 대표가 위험한 발언을 했다고 비판했다. 국민일보는 20일자 사설에서 “내국인이 꺼리는 저임금 일자리에 외국인 근로자를 활용하던 기업이 그들의 임금마저 높아져 겪는 고충은 십분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그 해법으로 ‘국적 차별’을 꺼낸 발상은 황당하다. 이런 차별이 얼마나 치명적인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지 우리는 뼈저리게 경험했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는 “황 대표가 주장한 국적에 따른 임금 차별은 이제 비정규직 대신 외국인에게 위험을 외주화하자는 말과 다르지 않다”며 “이런 국적 차별을 법제화했다가 거꾸로 한국인이 외국에서 부당한 차별을 당할 때는 어떻게 대응하려 하느냐”고 반문했다.

전문가들도 황 대표의 주장은 사실과 다른 혐오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는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은 똑같은 세금을 원천징수 당한다. 세금은 국적이나 인종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며 “세금은 같은데 임금이 다르게 계산된다면 이런 나라를 어떻게 불러야 하나. 일본인이 추가분을 받아 조선인에 비해 임금이 더 많았던 일제시대식 임금계산법으로 가고자 하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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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는 한겨레에 “외국인 노동자가 국내 경제에 기여하는 바 없다는 것부터 심각한 사실 왜곡이자 명백한 혐오 표현”이라며 “더구나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그런 차별을 노골화하겠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황 대표 발언 맥락을 살펴보면 시장에서 형성된 임금수준을 법적 강제를 통해 조정하겠다는 것으로 반시장적 발상이다”며 “그의 주장대로 외국인 노동자 임금을 깎을 경우 내국인 노동자의 고용이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해설했다.

황 대표의 경제 관련 무지에 가까운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14일 서울 성수동 수제화거리를 방문한 후 최근 제화업의 쇠퇴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가이드라인을 정해놓고 (제화업체들이) 줄 수 없는 임금을 주라 한다”며 “근로시간을 제한해서 일하고 싶은데 일하지 말라는 게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그러나 제화공은 특수고용직으로 자영업자이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 및 근로시간 단축과 무관하다”면서 “최근 제화업체의 인건비 부담이 오른 것은 노조 결성에 따른 제화공의 공임(제화공이 신발 한 켤레를 만들 때 받는 수수료) 인상과 4대 보험 적용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 등과는 별개의 문제인데도, 현실과 다른 발언을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경향신문 “제화업 쇠퇴도 최저임금과 무관”

중앙일보도 황 대표의 발언은 현행법과 국제규약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6조는 “국적·신앙·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한국이 비준한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제111조는 “고용계약과 조건 등에 있어 모든 형태의 차별을 철폐할 목적으로 국가정책을 결정, 추진함으로써 기회와 처우의 평등을 촉진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 페이스북에 “외국인 노동자 최저임금을 적게 주면 국내 기업들은 당연히 임금수준이 낮은 외국인 노동자 더 고용하려 할 것”이라며 “외국인 최저임금 차별 정책의 피해는 한국 청년이 고스란히 보게 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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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조선일보는 황 대표의 부산상공회의소 발언과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변인 비판만 짧게 다뤘을 뿐, 황 대표의 이주 노동자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논란이 된 황 대표 발언 관련 소식을 전혀 전하지 않았다. 

대신 동아일보는 이날 북한 어민 귀순과 관련해 해경도 112 신고가 접수되기 전까지 북한 어선의 정박 사실을 몰랐다는 한국당 발 단독 기사를 내면서 황 대표의 정부 비판 발언을 전했다. 

황 대표는 “해군, 해경, 육군의 3중 방어망이 완전히 뚫렸다”며 “북한 간첩선이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겠느냐. 9·19 남북군사합의를 즉각 폐기하라”고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대한민국 안보는 군(軍)이 아닌 어민이 지키고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당이 입수한 ‘북한 어선 조난 표류 중 예인 및 입항’ 보고서에 따르면 동해세관은 15일 “북한 어선이 조난 표류 중 해경에 의해 예인”, “북한 해역에서 조업 중 기관 고장으로 삼척항 인근 해역까지 표류, 우리 어선에 발견됐다”고 상부에 보고했다. 동아일보는 “삼척항 정박 중 민간인 신고로 북한 선박과 선원이 발견됐는데도 ‘표류 중 어선에 발견됐다’고 허위 보고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 (영상) 수제화거리에서 최저임금 탓한 황교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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