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자유한국당이 국회 복귀 조건으로 내건 경제토론회 수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정’, ‘검찰 중립성’ 논란은 정치 공세라 일축했다. 19일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이 원내대표는 2시간가량 주요 현안에 대한 중견 언론인 4명의 질문에 답했다. 토론회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국회 현안 △패스트트랙 관련 법안 △검·경 중립성 및 수사권 조정안 △미·중 무역분쟁 대응 △국정운영 정치관 △총선 △경제 △노동 등 8개분야에 걸쳐 진행됐다.

이 원내대표는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경제청문회가 부담스러우면 경제토론회가 어떠냐고 수정제안했다. 받을 생각이 있느냐’(김영화 한국일보 정치부장)는 질문에 “경제실정이나 국가부채 책임성을 인정하라는 연장선에서 청문회 등을 받으라는 게 아니면 얼마든 객관적으로 검토할 여지는 충분하다”며 “‘낙인’을 거둔다면 새로운 대화는 시작될 수 있다”고 답했다. 다만 “상임위나 대정부질의 등 활동 과정에서 야당이 경제실정이나 국가부채라는 ‘프레임’으로 공세를 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원인과 결과를 섞어버리거나 교란하는 것은 앞으로 협상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관행이 허용되는 반칙과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4당 합의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추진을 몸으로 막아섰던 한국당 의원과 일부 보좌진을 국회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소·고발한 건과 관련해서는 “정치권이 폭력·물리력을 사용하지 않기 위해 국회선진화법을 만들어 국민 앞에 약속했다. 정치권 편의에 따라 고소·고발이 취하될 경우 정치권 전반에 대한 불신도 적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들 마음 속에 참작 사유가 생길 때 검토하는 게 마땅한 도리”라고 선을 그었다.

▲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생중계 화면 갈무리
▲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생중계 화면 갈무리

취임 후 첫 관훈클럽 토론회에 등판한 이 원내대표에게는 현재 정부·여당에 제기되는 비판적 시각과 관련한 질문이 이어졌다. 윤정호 TV조선 시사제작에디터는 선거제 개혁법안과 관련해 ‘권역별 비례대표 비율이 어떻게 정해지나’, ‘각 당 비례대표 배분이 어떻게 되는지 아느냐’ 등 의석수 산식 관련 물음을 거듭했다. 윤 에디터는 “일부 언론에서 수학 기호 16개가 나온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국민이 주권을 행사했을 때 ‘의석이 이 정도’라고 예상해야 할 것 같은데 도저히 알 수 없는 법이다. 심 위원장이 ‘국민이 다 알 필요 없다’고 해서 논란이 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국민이 다 아실 필요 없다는 말씀은 오해의 소지가 많이 있다. 최대한 단순히 알 수 있도록 설명드리고 전달하는 게 정치권 도리”라고 말한 뒤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는 것에 (국민) 거부감도 있고 현행 300인 국회 의석 수 내에서 비례대표 의석을 마냥 늘릴 수는 없다. 최선 다해서 지역구 줄인 게 225석, 비례대표는 75석”라며 “단순화시켜서 말씀드리면 75석 중에 반은 정당이 얻은 득표율 대로 하고 반은 전체 의석 수하고 연동시켜서 배분해나가는 방식으로 우선 제도적 진전을 이루려 한다고 말씀드리는 게 온당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가영 중앙일보 법조팀장은 서울중앙지검장인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관례와 달리 고검장을 거치지 않았고, 전임 정부와 연관된 ‘적폐 수사’를 지휘하다 검찰총장 후보자에 올랐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원내대표는 “윤 후보자가 검찰의 칼을 정치적으로 활용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 없다”며 “오히려 우리 정부 이야기도 듣지 않고 자신의 원칙대로 행동할 수 있다는 걱정이 있을 정도”라고 주장했다. 이어 “권력형 적폐 문제를 넘어서 취업비리, 친일교과서 등 생활형 적폐 문제를 개선해가는 과정에 대한 (국민적) 지지는 확고하게 있다. 청산·개혁과정과 검찰의 독립성 중립성을 ‘정치적인 순종’과 연결시켜서 확대해석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안이 ‘검찰 힘 빼기’ 아니냐는 질문에는 “합리적 판단이 아니다”, “검찰을 힘 빼서 경찰에 힘을 주는 문제로 바라보는 건 부족하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진행된 토론에서 단호한 답변을 이어온 이 원내대표를 두고 이 팀장은 “경직된, 까칠한 이인영에서 벗어나겠다면서 야당과 소통을 강조했는데 한편으로는 또한 굉장히 원칙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이셔서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기대를 갖고 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생중계 화면 갈무리
▲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생중계 화면 갈무리

이 밖에 민감한 현안 입장 표명을 요구 받은 이 원내대표는 웃음기 섞인 발언으로 에둘러 확답을 피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현충일 추념사에서 ‘약산 김원봉’을 언급한 데 대해서는 “독립운동으로서의 역사적 평가와 한국 전쟁의 책임과 관련한 역사적 평가는 다를 수 있다”고 답했으나, ‘대통령 메시지가 성급했다는 지적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이 반복되자 “저는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다. 그렇게 단순하게 낚일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말해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무역분쟁이 벌어진 미·중 사이에서 한국이 ’전략성 모호성’ 유지가 어려워지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최경선 매일경제 논설위원 질문에는 “원칙적으로 당이나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게 있을 수 있다고 보지만 언급하는 것이 옳지 않겠다고 생각해 여기까지 답변드리는 걸 양해 부탁드린다”거나 “최 논설위원이 이 자리에서 분명히 얘기하라고 하는 게 과연 국익에 도움이 될지 다시 한 번 생각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 정도 답변 밖에 나올 수 없다는 건 알고 질문 드렸다”는 말은 “제가 모범 답안을 제출한 건가”라는 농담으로 받았다.

이날 본격적인 토론 시작 전 기조발언에서 이 원내대표는 “국회가 국민들이 부여한 책임과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어 송구스럽다. 국회가 대립과 갈등의 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국민들께서 답답한 심정으로 지켜보고 계신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어렵게 6월 임시국회를 열게 됐지만 제1야당은 아직 등원을 거부하고 있다. ‘반쪽짜리 국회’라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겠지만 두 달여 굳게 닫혔던 국회 문을 열어야 했다. 국민들께서 바라시는 대로 하루 빨리 국회가 완전체로 일할 수 있게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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