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업원이 어떻게 주인 결정 막나” ‘노동’을 ‘노예’로 보는 시선
“종업원이 어떻게 주인 결정 막나” ‘노동’을 ‘노예’로 보는 시선
[민언련 방송 모니터보고서]

경제전문채널 가운데 하나인 SBS CNBC에서 현대중공업 사태와 관련해 각종 망언이 난무하는 대담이 나왔습니다. 평일 아침 8시에 방송하는 뉴스 프로그램 <경제와이드 이슈&> 속 ‘이슈진단’이라는 코너입니다.

지난달 31일 현대중공업은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기존 현대중공업을 중간 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 자회사인 신설 현대중공업으로 쪼개는 물적분할을 의결했습니다. 그 결과 한국조선해양 아래 신설 현대중공업과 기존 현대중공업 자회사인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앞으로 인수될 대우조선해양 등을 자회사로 두게 되었습니다. 이는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싼 값에 인수할 수 있는 방안으로 고안됐으며 지난 3월 계약이 체결됐습니다. 이에 노동자들은 물론, 울산 지역민과 정치권도 한 목소리로 반대하고 있습니다. 울산에는 생산만 담당하는 신설 현대중공업만 남고 인사‧노무‧투자‧연구개발을 담당하는 사실상의 본사 ‘한국조선해양’은 서울로 이전하게 되면서 전반적인 지역 경제 활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입니다. 또한 분할 이후 자산 대비 부채비율이 한국조선해양은 62%에서 1.5%로 매우 우량해지는 반면, 신설 현대중공업은 62%에서 115%로 급증하기 때문에 울산의 현대중공업만 피해를 떠안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사측이 단체협약 승계를 약속했으나 부채를 이유로 한 대규모 구조조정도 회사가 마음만 먹으면 막기 어렵다는 것이 노동자들의 입장입니다. 

내막 알려주지 않고 ‘노조 탓’만, SBS CNBC도 마찬가지 

이전까지는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의 상황을 잘 보도하지 않던 언론들은 5월22일 현대중공업 노조의 상경 투쟁 당시부터 노사 간 충돌이 벌어지자 보도를 쏟아냈으며 상세한 내막은 제대로 소개하지 않았습니다. 늘 그렇듯 ‘노조 탓’, ‘노조의 폭력’만 부각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3일, SBS CNBC <경제와이드 이슈&>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SBS CNBC는 법인분할 의결 후, 합병까지의 과제를 짚어보겠다며 대담을 나눴으나 조선업계 불황을 강조하면서 노동자들의 이해만을 요구했고, 임시 주주총회 당시 노사 대립이 노동자 탓이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남겼습니다. 심지어는 ‘종업원이 어떻게 주인의 의사결정을 막느냐’거나 ‘우수 인력은 지방에 내려가지 않으므로 서울에 본사가 있어야 한다’는 시대착오적인 발언까지 등장했습니다.

1. ‘조선업 불황이라 합병’?

사측 입장 가진 패널 1명이 전부인 편향적인 대담

SBS CNBC는 <이슈진단-‘메가 조선사’ 닻 올렸지만…기대와 과제는>(6월3일)이라는 대담 코너에서 현대중공업 사태를 다뤘습니다. 항공대 경영학부 허희영 교수가 단독 패널로 출연했습니다. 그런데 허희영 교수는 시작부터 끝까지 단호하게 현대중공업 사측 입장을 내세웠습니다. 사회적으로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는 이런 사안에 대해 논하면서, 명백하게 기업 측에 기운 입장을 가진 전문가를 단독으로 모시고 대담을 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적입니다. 공정성 논란을 넘어서서 객관적으로 사실이 아닌 내용을 말하더라도 이를 바로잡을 상대방이 없으면 심각한 편향이 드러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대담 도중에 김형균 현대중공업노동조합(현중노조) 정책실장과 전화 연결 인터뷰를 잠시 나누긴 했습니다. 그러나 연결 시간 자체도 짧은데다가, 전화 인터뷰의 한계 때문에 앵커들과의 허심탄회한 대담으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그저 ‘현중노조 입장은 이렇다’라고 일방적으로 짧게 전해주는 것으로 면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인상을 주었습니다. 이에 비해서 스튜디오에 단독으로 출연한 허희영 교수의 발언은 무게가 달랐습니다. 앵커들이 간혹 현중노조와 울산 지역민의 입장을 전하면서 물어도, 허희영 교수가 사측 입장으로 결론을 내리는 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조선업계가 불황이라 빅딜 반드시 필요’?

허희영 교수는 먼저 조선업계의 불황으로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게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허 교수는 “과거 같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조선업계가. 한때는 전 세계 1위의 조선업계를 가지고서 한 시대를 풍미했는데, 사실은 중국이 따라오기 시작하면서 조선업의 물이 나갔다, 좋은 물이 오겠느냐, 그러다가 이제 지금 방법을 찾은 게 조선업계 구조조정인데요. 두 회사 간에 부실한 기업들이 됐죠. 그래서 빅딜이 시작된 겁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현대중공업 사측의 입장과 대동소이합니다. 조선업계가 어려워서 세계 1위인 현대중공업과 2위인 대우조선해양이 전략적으로 선택한 합병이라는 취지입니다. 매일경제 <현대중, 대우조선 인수 ‘메가 조선소’ 탄생 불황 시달린 조선업계 볕들날 오나>(2월22일)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연구개발 통합, 중복 투자 제거, ‘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한 재료비 절감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인수에 나섰다고 밝혔습니다. 

▲ SBS CNBC에 출연한 허희영 교수(6월3일)
▲ SBS CNBC에 출연한 허희영 교수(6월3일)

그러나 사측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많은 배경 사실들이 생략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조선업이 불황을 겪은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닙니다. 특히 2015년부터 ‘조선업 불황’이 사회 이슈로 떠올랐고 10년 간 무려 5조 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벌이면서 성과급 잔치를 벌인 대우조선해양의 극심한 부실운영, 이를 눈감아 준 산업은행 등 감독 기관의 직무유기가 결정적인 배경이 됐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은 결국 매각이 결정됐으나 2017년까지 아무도 인수‧합병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SBS CNBC에서 나온 주장대로 ‘조선업계가 불황’이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부터 세계적으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수요가 늘어나 조선업계가 반등할 수 있었고 대우조선해양도 올해 1월 LNG운반선으로 첫 일감을 따냈습니다. 이런 배경이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런 배경을 생략한 채 ‘조선업계가 어려워서 1‧2위가 합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단지 합병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불황’만이 이유가 된다면 반대로 ‘조선업계가 불황이라 인수합병은 어렵다’는 주장도 가능하며 그것이 실제로 2017년까지 벌어졌던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합병’하면 불황 해결되나

더구나 두 회사가 합병한다고 해서 조선업 불황을 타개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지난 2월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보자로 현대중공업을 확정하자 증권가에서는 오히려 합병 시너지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 바 있습니다. 초이스경제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인수 효과 크지 않을 듯”>(2월13일)에 따르면 하나금융투자는 보고서를 통해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의 합병 시너지 효과는 크지 않으며 한국 조선업 발전에 기여하는 바도 크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두 회사의 합병은 해양산업에서의 실패를 선박분야에 전가하는 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하며 “합병이 추진될 경우 대우조선해양의 핵심인력 이탈 가능성이 크고 현대군산조선소와 같은 하청기업으로 전락하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매일경제 <현대중그룹의 대우조선 인수 작업 본격화…시장서는 박한 평가>(3월11일)에서도 인수‧합병 이야기가 나온 이후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주가가 오히려 떨어졌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2. 현대중공업 사태 원인 제공은 모두 노조탓?

“원인 제공을 노조가 다 했어요”…뿌리 깊은 ‘기승전 노조탓’

대담 초반 이한승 앵커는 “사측이 기습적으로 장소랑 시간을 변경하면서 주총을 강행했고 노조는 이에 대해서 법적으로 무효라고 하면서 반발하고 있는 상황인 것 같거든요”라며 노조의 주장에 대한 의견을 물었습니다. 이에 허희영 교수는 “노조 주장만 들으면 사측이 잘못한 것 같은데, 사실 들여다보면 원인 제공을 노조가 다 했어요”라고 단언했습니다. 허희영 교수는 “왜냐면 며칠 전부터 미리, 사측에서는 주주총회에 대해서 점거가 예상이 되니까 법원에다가 요청을 했죠. 법원의 판결은 이거 불법이다, 주주총회장은 경영권을 행사하는 곳이기 때문에. (중략) 점거 자체가 불법이에요. 그런데 당일 날도 울산 법원에서 철수 명령을 했어요. 근데 말을 안 들었죠. 경찰은 뭐 그냥 방관만 했고요”라는 설명입니다. 

즉, 노조가 주주총회장을 불법 점거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측이 무리하게 주총장을 기습 변경해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입니다. 여기서도 노조가 불법임을 알면서도 왜 주총장을 점거했는지, 이러한 노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사측이 무엇 때문에 주총, 즉 ‘물적분할’을 강행했는지, 핵심적인 사실관계가 모두 누락되고 ‘노조가 불법, 노조 탓’이라는 구호만 남았습니다. 사측의 입장만 노골적으로 반복 주장하는 패널이 단독으로 나왔을 때, 방송이 얼마나 사실과 다르게 보도하고, 또 편향적으로 흐를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 하겠습니다.

이에 앵커들은 “아~ 가처분(지난달 27일 울산지법에서 현대중공업이 노조를 상대로 신청한 주주총회 업무방해금지가처분을 일부 인용함)”이나 “점거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는(거죠)?”과 같은 추임새를 넣으며 맞장구쳤습니다.

부채 떠안는 신설 현대중공업, 그래도 가만히 있으라?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물적분할 확정을 막기 위해 점거까지 불사해야 했던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자신들이 삶의 터전으로 생계를 이어온 현대중공업의 재무구조가 상당히 부실해지면서 대규모 구조조정이 우려되기 때문입니다. 물적분할 전 현대중공업의 부채비율은 62.1%였으나, 물적분할 후 생산 부문만 남는 신설 현대중공업 자회사는 115.8%로 부채가 폭등합니다. 이에 반해 본사 격으로 서울에서 신설되는 한국조선해양의 부채비율은 1.5%로 매우 우량한 기업이 됩니다. 신설 현대중공업은 가장 아래 있는 하청업체로 전락하는 동시에 부채까지 떠안는 겁니다. 자신의 일터가 하루아침에 부실회사가 되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가만히 있는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한 일입니다. 심지어 현대중공업 노조는 주식의 3.15%를 소유한 엄연한 주주입니다. SBS CNBC는 노동자들은 불안한 일자리와 생계에도 무작정 회사의 결정을 따라야만 한다고 보는 걸까요? 

▲ 물적분할 후 현대중공업의 자산 변화를 보여주는 표. 사진=SBS CNBC ‘용감한 토크쇼 직설’ 화면 갈무리 (6월3일)
▲ 물적분할 후 현대중공업의 자산 변화를 보여주는 표. 사진=SBS CNBC ‘용감한 토크쇼 직설’ 화면 갈무리 (6월3일)

SBS CNBC <경제와이드 이슈&>(6월3일)은 신설 현대중공업이 짊어지게 된 극심한 부채를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인과관계의 한 축을 누락한 채 무조건 ‘노조 탓’만 강조한 셈입니다. 반면 같은 날 같은 방송사의 <용감한 토크쇼 직설>에서는 상세한 표와 함께 신설 현대중공업이 떠안게 될 부채 비율을 보여줬습니다. 같은 사안을 다른 프로그램에서 다양한 시각으로 다루더라도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전제하고 그 해석의 다양성을 보여줘야 합니다. 

3. 경영진의 결정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믿어라?

총수 일가의 승계 작업 아니냐는 질문에 “조선업 불황” 딴소리

SBS CBNC <경제와이드 이슈&>(6월3일)에서 부채비율을 아예 언급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이한승 앵커는 “일각에서 보면 부채비율 자체가 극명하게 나뉘는 구조 자체가 현대중공업의 지주의 지분을 소유하기 위한 대주주를 위한 결정이다, 승계를 위한 사전작업 아니냐, 이런 의혹들은 있는 것 같아요”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부채비율이 지주사에 극단적으로 유리하게 나뉘는 분할이 현대그룹 총수 일가의 승계, 즉 재벌 독점 구조를 강화한다는 노조의 입장을 거론한 겁니다. 

그러자 허희영 교수는 부채비율이나 승계 작업 의혹에는 답을 하지 않았고 ‘그룹 총수 승계 작업은 아니라고 믿어야 한다’는 식으로 답변했습니다. “우선 경영상의 의사 결정이라고 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이 있죠. 개인 사익을 위해서 하는 행동이냐, 주주 전체를 위한 행동이냐, 일각에서는 가업 승계, 그런 승계를 위한 것이냐?(라고 하는데) 그건 그렇지가 않은 게요. 기본적으로 이번에 빅딜은, 대우조선해양이 부실이 매우 심각합니다”라는 주장입니다. 이번에도 아무 근거 없이 구호만 남았습니다. ‘가업 승계는 아니다’라는 데 그 이유가 ‘대우조선해양이 부실이 매우 심각하다’는 논리입니다. 대우조선해양의 심각한 부실이 신설 현대중공업에 전가된다는 질문의 요지에 아무런 답이 되지 못합니다. ‘신의성실의 원칙’을 내세운 대목은 ‘총수 일가 승계 작업이 아니라고 믿어야 한다’는 수준으로밖에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총수 일가 승계 작업 의혹’ 배경은 따로 있는데…그냥 믿으라고?

이번 물적분할이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현대글로벌서비스’라는 회사 때문입니다. 

경향신문 <“현대중공업 물적분할 땐 총수일가 경영권 승계 탄력”>(5월29일)에 따르면 “현대글로벌서비스는 현대중공업지주가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로서 “경영권 승계의 핵심 역할을 하는 계열사인 현대글로벌서비스가 이번 물적분할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생깁니다. 현대중공업지주가 100% 지분을 소유하기 때문에 “선박 애프터서비스와 친환경 선박 개조사업 등을 하는” 현대글로벌서비스에서 발생한 이익이 고스란히 현대중공업지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총수 일가의 편익이 된다는 설명입니다. 

이는 “현대글로벌서비스의 매출액 상당 부분은 계열사와의 내부거래에서 발생”하는 구조에서 기인하며 실제로 안정적인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로 현대글로벌서비스의 매출액은 “2017년 2381억원에서 1년 만에 4132억원”으로 급증했고 이러한 현대글로벌서비스의 급성장으로 현대중공업지주는 “고액의 배당 잔치”도 벌였다고 합니다. 이 때 “대주주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과 정 부사장이 받은 배당금만 800여억원”으로, “정 부사장이 받은 배당금은 향후 경영권 승계의 종잣돈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러한 ‘계열사 내부 거래’ 구조는 “현재 국회에 상정돼 있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되지만 이번에 결정된 물적분할로 규제에서도 벗어날 수 있게 됩니다. 현대중공업이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신설 현대중공업으로 분할되고, 현대글로벌서비스가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현대글로벌서비스는 현대중공업지주의 자회사가 아닌 손자회사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것을 총수 일가가 계획하지 않았더라도, 물적분할 이후 현대중공업 자회사들의 내부 거래를 규제하기 어렵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총수 일가의 지분율과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회사들의 경우, 그들의 비자금 조성 창구가 아니냐는 의심이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자금원으로 사용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늘 받아왔습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물적분할을 비롯, 회사를 쪼개고 합병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지분율을 낮추거나 중간회사를 둬 이런 비판을 피해갔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덮은 채 ‘신의칙’만으로 현대중공업을 믿어달라고 하는 것은 시청자를 기만하는 행위에 가깝습니다.

4. ‘지역차별’에 ‘봉건적 관점’까지 노출한 SBS CNBC

‘지방차별’ 여실히 드러내며 현대중공업 옹호

허희영 교수의 현대중공업 물적분할 옹호 논리는 ‘지역차별’로 까지 이어졌습니다. 이정민 앵커는 “(지주사가) 서울로 이전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그럼 울산 지역의 경기 자체가 침몰할 거라면서 지역 주민들 반발까지 있는 상황”이라며 “이건 어떻게 봐야 겠어요”라고 물었습니다.

허희영 교수는 “중요한 건 R&D 인력이죠.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좋은 배를 만들고 개발해야하는데, 그 R&D 인력까지 해서 한 500명 서울에다 놓고. 왜냐하면 부산이나 울산이나 이런 데 잘 안 내려 갑니다, 우수한 인력들은. 해외서 데려와야 되거든요, 우수한 인력들은. 그러려면 R&D 우수한 인력은 서울에 갖다 놓고, 그 규모는 500명밖에 안 된다는 것이고, 그건 지주회사에요”라고 답했습니다. 

이는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발언입니다. 2003년부터 대통령 직속의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운영되고 있고 현 정부는 올해 총 24조1천억원 규모의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를 실시하겠다고 공표한 바 있습니다. 게다가 지방에서는 지역 인재들의 역외 유출을 막기 위해 일자리와 교육 등의 분야에서 다양한 정책을 내고 있습니다. 그만큼 지역균형발전은 국가적 과제인 것입니다. ‘우수한 인력이 지역으로 잘 안 내려간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런 상황을 개선하려 노력해야지 ‘그러니까 현대중공업을 분할해 우수한 개발인력은 모두 서울로 보내는 것이 맞다’고 부추길 일이 아닙니다. 울산 시민들이 이 말을 듣는다면 굉장히 불쾌할 수밖에 없습니다. 

“종업원이 어떻게 주인의 의사결정을 막나”

이렇듯 일방적인 흐름을 이어가던 SBS CNBC <경제와이드 이슈&>(6월3일)는 대담 도중 현대중공업 노조 측과 전화 연결을 했습니다. 김형균 현대중공업 노조 정책실장은 전화 연결에서 주주총회가 위법이라고 주장하는 이유,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 등을 전했습니다. 그러나 전화 연결을 마치고 이정민 앵커가 “저희가 김형균 현대중공업 노조 정책실장을 연결해서 직접 입장을 들어봤는데 임시 주주총회 자체가 기습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주주들의 참여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라고 주장을 하네요”라고 정리를 하면서 논의가 다시 사측의 주장으로 옮겨갔습니다. 허희영 교수는 여기에 대해 “원천적으로 막았으니까 방금 실장님 표현대로 (주주총회를) 도둑처럼 10분 만에 뚝딱 했죠”라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경영권이라고 하는 것은요, 건드리면 안 되죠. 시장 경제가 작동하는 가장 핵심인데. (중략) 생산하는 사람은 생산을 하는 것이고 경영을 책임지는 사람은 경영을 해야 되는 겁니다. 그래서 이 경영권에 대해서는 사실 이렇게 노조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고요. 특히나 그런 경영권이 행사 되는 아주 중요한 M&A를 결정하는 그런 장소를 무단으로 불법으로 점거하는 것은 그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그건요. 사실 그날 바로 공권력이 집행이 됐어야 됩니다. 이대로 가 가지고는 누가 기업의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겠습니까. 종업원이 어떻게 주인들의 의사결정을 막습니까? 물론 구조조정도 거기에 따라 가겠죠, 회사도 살아야 하니까요. 

일단 현대중공업 사태에 있어 ‘노조는 경영권에 관여할 수 없다’는 이 주장은 성립될 수 없습니다. 노조가 주주이기 때문입니다. 주주는 당연히 경영 전반에 의사 표현을 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를 차치하더라도 ‘노동자의 경영 참여’ 자체를 무조건 터부시하는 편파적 태도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허 교수는 ‘노조가 경영권에 관여하려 했으니 곧바로 공권력을 집행해야 했다’, ‘종업원이 어떻게 주인의 의사결정을 막느냐’ 등 극단적, 억압적인 인식을 드러냈습니다. 노사관계를 ‘주종관계’로 보는 것은 전근대적 사고에 가깝습니다. 노동자의 권리와 생계를 침해하는 사측의 행위에, 노동자가 쟁의를 통해 반대의사를 표하고 저항할 수 있다는 것이 근대 이후 세계적으로 법규로 보장된 ‘노동권’입니다. 현행법 상 구조조정도 피치 못 할 경영상의 사유라는 논쟁적 요소가 남아 있으나 노동자 쟁의 행위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이를 모두 무시하고 ‘경영권 건드리지 말라’고 외치는 것은 기본적 균형을 잃은 겁니다. 노동자가 경영에 참여하는 노동이사제의 경우 독일을 비롯한 일부 유럽 국가는 이미 실시하고 있으며 한국 역시 서울특별시, 광주광역시, 경기도, 인천시 등이 지자체 산하 공공기관에 노동이사를 선임하고 있습니다. 

마땅한 이유도 없이 ‘경영권에 노조가 관여하지 말라’는 주장을 들은 앵커들의 반응은 더 기가 막힙니다. 발언의 문제를 인식하고 이에 대해 반론을 하거나 균형 있게 바로잡으려는 어떤 노력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사측의 입장만 대변…이게 경제전문채널의 역할인가

이후 SBS CNBC는 다른 나라로부터 받아야 하는 기업 결합 심사 통과에 걸림돌이 무엇인지 예상하는 대담을 이어갔습니다. 여기서도 허희영 교수는 “오늘도 울산은 무법천지 같이, 민노총은 이걸 가지고 정부를 압박하려고 하는데…”라고 말하자 이한승 앵커는 “그럴 것 같은데요”, 이정민 앵커는 “그렇죠”라며 호응했습니다. 

SBS CNBC가 경제 전문 채널로서 중요 경제 사안을 구체적으로 다루고자 했다면 사측 입장을 넘어 노동권을 부정하는 수준까지 나아간 패널은 철저히 검증했어야 합니다. 굳이 그러한 패널을 세우고자 했다면 반대로 노조 측 패널도 섭외해 사안을 균형 있게 다뤘어야 합니다. 노사 양측의 입장과 별개로 그러한 태도가 언론으로서의 기본 아닐까요? SBS CNBC는 경제전문채널답게 현대중공업 사태에 대해 타사에 비해 많이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방송처럼 오로지 재계와 사측 입장에서 전한다면, 이건 ‘사측 대변인’ 방송사냐는 비판을 면키 어렵습니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방송을 할 수 있도록 패널 선정에 유의하는 것은 물론이고, 앵커들의 전문성 확보를 위한 보완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6월3일 SBS CNBC <경제와이드 이슈&>
※ 문의 : 조선희 활동가 : (02) 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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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19-06-19 21:29:25
SBS CNBC는 시간과 방송을 부동산 강사에게 파는 곳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