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노동자의 임금을 차등 지급해야 한다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발언은 부적절한 데다 법과 상식에 맞지 않다는 비판을 받는다. 

황교안 대표는 19일 오전 부산 중소기업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외국인은 우리나라에 그동안 기여해온 바가 없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똑같이 임금수준을 유지해줘야 한다는 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한국당은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을 차등 지급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송석준 자유한국당 의원은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의 사유’로 노동 생산성이 낮은 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완영 자유한국당 의원(13일 의원직 상실)은 이주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최대 30%까지 감액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9일 국회 당 회의실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9일 국회 당 회의실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그러나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은 이 같은 법 개정은 국내법은 물론 국제 기준과 상충한다고 지적했다. 근로기준법은 성, 국적, 신앙,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을 차별할 수 없다. 국제노동기구(ILO) 차별금지협약(111호)도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UN 인종차별 철폐협약은 인종, 피부색, 혈통 또는 민족적 종족적 출신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고 당사국에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과한다.

황 대표의 인식이 이주 노동자들이 처한 열악한 현실과 동떨어진 점도 문제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이주노동자들은 똑같은 시간을 일하는 노동자보다 20만원가량 낮은 월급을 받았다. 특히 농축산어업에 종사하는 여성 이주노동자는 주당 평균 61.2시간 일하면서 최저임금에 미달된 150만원 가량의 월급을 받았다.

중소기업 업계 일각은 이주노동자에게 기숙사를 제공해 사실상 내국인 노동자보다 처우가 낫다고 주장한다. 황 대표는 19일 오후 해명에서 이주노동자들이 받는 혜택이 있다고 밝혔는데 기숙사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2017년부터 ‘숙식비 징수지침’을 시행해 이주노동자의 월급에서 숙식비 명목으로 8~20%를 공제하도록 했다. 숙소를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근로시간을 초과해 업무를 지시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숙소도 비닐하우스를 개조해 사용하거나 남성과 여성을 한 방에 자도록 하는 등 열악한 곳이 많아 언론이 수차례 조명했다. 

‘이주노동자 차별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은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 사회에 기여한 바 없다는 지적에 반박했다.

▲  이주노조는 지난해 6월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돈장에서 사망한 노동자들의 죽음에 대한 실태조사와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사진=금준경 기자.
▲ 이주노조는 지난해 6월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돈장에서 사망한 노동자들의 죽음에 대한 실태조사와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사진=금준경 기자.

공동행동은 “이주노동자가 내국인이 일하지 않는 최하층의 3D 업종에서 일하며 한국경제를 지탱해 온 것에 대한 무지를 드러냈다”며 “이주노동자가 없으면 제조업, 농축산어업, 건설업, 서비스업 등은 당장 돌아가지 않으리란 것은 언론기사 몇 개만 봐도 누구나 알 수 있다”고 했다.

보수진영 일각은 황 대표의 계획으로는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없다고 반박한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똑같은 일을 하는데 임금이 싸다면 임금 적게 주는 노동자 고용하지 왜 돈 많이 줘야되는 사람 고용하겠나”라고 지적했다. 내국인과 이주노동자의 임금을 차별하면 기업들이 임금이 싼 이주노동자만 채용해 오히려 한국 청년들의 고용만 줄어든다는 지적이다. 실제 독일 건설노조는 이주노동자에게 내국인과 똑같은 임금을 주라고 파업한 결과 차별이 시정됐고, 덕분에 내국인의 고용 축소를 막았다.  

정치권에선 황 대표가 의도적인 ‘혐오발언’을 통해 정치적 이익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혐오를 통한 갈라치기 정치”라며 “혐오성 막말로 국론을 분열시키고, 갈등을 부추기는 황교안 대표에게 정치인의 소명의식이 과연 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불안을 통한 안보장사가 안 되니 이제 혐오 장사를 하겠다는 저열한 속내”라며 “인권과 거리가 먼 황교안 대표의 이력은 알겠으나 제1야당 대표라면 달라진 세상에 눈높이를 맞추려고 노력을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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