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신문들이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의 검찰총장 지명 소식에 불편함을 감추지 않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18일자 사설에서 ‘충견’이라는 표현을 썼다. 

조선일보는 사설(“새 검찰총장은 충견인가, 법치 수호자인가”)에서 “새 검찰총장 인선을 보면서 ‘검찰 개혁’이 요원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절감한다. 대통령이 인사권을 이용해 검찰을 충견으로 부리는 이상 제도를 어떻게 바꿔도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라며 “윤 지검장이 충견 노릇을 계속할지 반대로 법치 수호자로 나설지는 곧 판명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이 윤 후보자를 “야권 인사들을 향한 강압적인 수사와 압수수색 등으로 자신이 ‘문재인 사람’임을 몸소 보여줬다. 청와대는 하명했고 검찰은 이에 맞춰 칼춤을 췄다”(대변인 논평)는 평가와 다르지 않다. 

윤 후보자는 ‘코드인사’이고 이번 인사로 검찰은 ‘정치인의 하수인’으로 전락했다는 주장이다. 이들이 윤 후보자에 거세게 반발하는 이유는 역시 ‘적폐 수사’에 있다. 

이와 관련 한겨레 평가는 180도 다르다. “국정원 댓글공작 수사에 대한 ‘외압’을 폭로하던 소신과 국정농단·사법농단 수사를 지휘하며 쌓아온 ‘국민적 지지’를 반영한 것으로 적절한 인사로 평가한다.”(한겨레 18일자 사설 “윤석열 후보, ‘개혁·쇄신’으로 국민 신뢰 다시 찾길”)

▲ 19일자 송평인 동아일보 논설위원 칼럼.
▲ 19일자 송평인 동아일보 논설위원 칼럼.

메신저를 공격하는 칼럼도 있었다. 19일자 송평인 동아일보 논설위원 칼럼(“‘문재인-윤석열’ 운명공동체”)이다. 그는 “어느 고등법원 부장판사로부터 들은 얘기”라고 운을 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 법조인의 상갓집에 갔는데 먼저 와 있던 윤석열이 뒤늦게 온 문(무일) (검찰)총장을 보고 일어서지도 않더란다. 윤석열 주변에 그가 거느리고 온 검사들은 다 일어서서 예의를 갖췄으나 그만이 일어서지 않았다는 것이다. 문 총장은 문상을 한 뒤 함께 온 대검 참모들과 따로 상을 차렸다고 한다.”

그는 이 소식을 전하며 “직접 보지 않았기 때문에 이게 사실일까 아직도 의문을 갖고 있다”, “그 부장판사가 허튼소리 할 사람은 아니지만 상갓집에서 본 일에 대한 기억이라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라는 단서를 달면서도 “다만 그 얘기가 사실이든 아니든 법조계가 검찰 내 권력구도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고 했다. 

그가 소개한,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갓집’ 사건 전언은 “검찰 내 권력구도”를 보여주는 것 외에도 인신공격으로 비쳐질 수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직접 보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하지 않을 수 있”지만 ‘스크래치’를 위해 일단 쓰고 보는 걸까. 

송평인 논설위원은 ‘들은’ 이야기를 계속 지면에 풀었다. “윤석열을 알지 못하나 그에 대해서는 그가 중앙수사부 검사이던 시절 함께 식사 자리에 동석했던 사람으로부터 들은 얘기가 있다. 윤석열이 ‘죄 없는 사람 데려다 죄 있는 사람으로 만드는 곳이 중수부’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송 논설위원은 “죄 없는 사람을 죄 있는 사람으로 만들려면 못된 수사 기법이 동원되기도 한다”며 “‘환부만 도려내는 외과 수술식 수사’에 대한 강조는 사라지고 곳곳에서 저인망식 별건(別件) 수사가 벌어지고 있다. 수사관이 표적 기업에 상주하다시피 하면서 자료를 뒤진다.(…) 그렇게 모으고 모아서 당사자조차 놀랄 정도의 많은 혐의와 두꺼운 공소장을 만들어낸다. 이것이 ‘윤석열과 그 키즈(Kids)’의 수사방식”이라고 비판했다. 

▲ 지난 1월2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1동 대강당에서 열린 법무부 시무식에서 정병하 대검찰청 감찰본부장(오른쪽)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1월2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1동 대강당에서 열린 법무부 시무식에서 정병하 대검찰청 감찰본부장(오른쪽)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른 시각에서 우려를 하는 언론인도 있었다. 권석천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18일자 칼럼에서 윤 후보자를 ‘원칙론자’라고 평가하면서도 ‘서울중앙지검장→총장 직행’ 구조를 깨겠다는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린 문재인 정부 인사를 비판했다. 

권 논설위원은 “원칙을 허무는 건 위험하다. 윤석열은 중앙지검장으로 ‘사법농단’ 사건과 이명박 전 대통령 사건 같은 대형 수사를 지휘해왔다. 이번 인사는 자칫 다음 중앙지검장을 비롯한 검찰 간부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 논설위원은 “윤석열이 총장 되는 것과 총장 직행 코스를 없애는 것 중 어느 쪽이 중요할까. 나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해 직행 코스 단절이 더 중요했다고 믿는다. 그래서 아쉽다. 원칙론자를 원칙에 맞게 쓸 수는 없었을까”라고 이번 인사에 아쉬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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