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가 19일자 24면 한 면을 모두 털어 보수 신당 창당을 외치는 태극기집회를 취재했다. 더 정확히는 자유한국당에서 탈당해 대한애국당에 합류한 홍문종 의원과 대한애국당 조원진 의원을 인터뷰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 야당 재편 가능성을 진단하기 위한 시도다.

조원진 의원은 중앙일보 최상연 논설위원의 질문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감옥에서 나오시든 안 나오시든 다음 총선에서 그냥 가만히 계시지만은 않는다. 우리가 계속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교감하고 있다. 돌아가는 상황을 매주 편지로 전해 드리고 거기에 대한 말씀도 듣는다. 박 전 대통령의 뜻은 황교안의 한국당이 아니다”고 답했다. 조원진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이 선별적으로 면회를 받아 메시지를 보내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우린 신당이 출범하면 박 전 대통령을 1호 당원으로 모시려고 한다”고도 했다.

중앙일보, 조원진·홍문종의 태극기 신당 타진

조원진, 홍문종 두 의원의 말 속엔 한국당 추가 이탈을 통한 신당 창당의 시기도 예고돼 있다. 올 한가위 전후가 될 것이라고 했다.

조 의원은 “추석 전에 정의당 의원 수보다 많은 7명을 확보하는 건 무리가 없다. 지금 당장 4~5명은 확보돼 있다. 내 계산으론 최종적으로 35명 정도가 동참해 기호 3번으로 내년 총선을 치르게 될 거다”라고 말했다.

▲ 19일자 중앙일보 24면.
▲ 19일자 중앙일보 24면.

불과 6개월 전 만해도 이런 얘기는 공상 과학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황당한 얘기였지만 지금은 흘러 듣기에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역시 정치는 생물이라고 그냥 받아들이기엔 석연찮은 구석도 많다.

총선을 앞두고 늘 신당 추진 움직임이 있었지만 대부분 참패하거나 창당도 못 하고 주저 않은 경우가 더 많았다. 1990년 거대 여당 민자당의 출현에 반기를 든 ‘꼬마 민주당’이 그랬다. 다만 최근 벌어진 2번의 총선에선 급조된 신당이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2012년 친박연대와 2016년 국민의당이 그랬다.

2번의 급조 신당 열풍 중 친박연대는 박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하기야 정치 인생 대부분을 ‘선거의 여왕’이란 별명으로 불렸으니.

두 의원은 “내년 총선을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치르고, 그 총선은 촛불 쿠테타에 대한 심판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 실현 가능성을 떠나 이렇게 하는 게 정상이냐부터 짚어 보는 게 정치인 것 같다. 신념에 찬 두 의원 머리엔 5000만 국민의 삶과 나라의 미래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갓 한국당을 나온 홍문종 의원은 한국당을 향해 “많은 당원들은 이미 태극기로 돌아섰다. 우린 내년 총선을 이승만, 박정희, 박근혜 대통령으로 치른다”며 “한국당은 연내에 반쪽 날 것”이라고 예언했다. 여기에 태극기 집회 한 참가자의 “웰빌당인 한국당은 도무지 야당 역할을 못 한다”는 발언도 더해졌다. 가히 정상은 아닌 것 같다.

조선일보 “한국당 탈당은 보수 우파 공멸” 홍문종 비판

한편에선 같은 보수신문인데도 ‘박근혜 신당’을 맹비난하는 쪽도 있다. 조선일보는 18일자 김대중 고문의 칼럼에서도 탈당한 홍문종 의원을 비난한데 이어 19일자 4면에도 ‘친박들도 홍문종 탈당 비판’이란 제목의 기사로 태극기 세력을 주축으로 한 보수 결집에 비판적이다.

조선일보는 19일자 4면 기사에서 한국당에 잔류한 한 친박 중진의원의 입을 빌어 “홍 의원이 자꾸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는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무슨 근거로 신뢰하란 말이냐”고 비판했다. 조선일보 이 기사는 “박 전 대통령은 오랜 수감 생활로 심신이 피폐해져 정무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형편이 아닌 것으로 안다”는 한국당 관계자의 발언으로 끝난다.

▲ 19일자 조선일보 4면.
▲ 19일자 조선일보 4면.

“홍 의원 탈당에 대해 (한국당 내) 친박계에서조차 냉소적 반응이 나왔다”는 조선일보의 기사를 보면서 어떻게 해서든 보수 야당 분열을 막아 보려는 모습이 보인다. 이 정도 되면 심판이 아닌 선수처럼 느껴진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