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MBC 여성 아나운서 2명은 18일 대전 MBC를 상대로 고용 형태 등 아나운서 성차별 문제를 이유로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들 아나운서들은 인권위에 “여성을 이유로 한 차별적 고용 형태 등을 남성 아나운서 수준으로 조정할 대안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사건의 발단은 다음과 같다. 대전 MBC는 지난해 5월 진행한 아나운서 공채를 통해 남성 한 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이와 관련해 아나운서 유아무개씨와 김아무개씨는 지난 3월15일 사석에서 남성 간부 2명과 대화를 나눴다. 유씨와 김씨는 각각 대전 MBC 소속 6년차, 3년차 여성 아나운서다.

▲ 대전MBC CI
▲ 대전MBC CI

수년간 대전 MBC에서 일한 유씨와 김씨는 한 간부에게 아나운서 정규직 채용과 관련해 “본래 남성 자리다” “여자가 더 뛰어난 애였어도 얘(남성)를 뽑았을 거야”라는 말을 들었다.

간부 중 한 명은 “남자는 늙어도 중후한 맛이 있는데 여자는 늘 예뻐야 한다. 늙으면 안 된다는 관점을 누가 갖고 있냐면 시청자의 몇 명이 갖고 있고, 방송국은 이를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전 MBC에는 아나운서 총 5명이 있다. 회사는 남성 아나운서 2명은 정규직, 여성 아나운서 3명은 프리랜서로 고용했다. 여성 아나운서들은 1차 서류 전형(이력서와 자기소개서, 동영상 제출), 2차 카메라 테스트(앵커멘트, 단신, 라디오 오프닝)와 면접 전형(편성제작국, 보도국 실무진), 3차 최종면접 전형(편성국장, 보도국장) 등을 거쳐 대전 MBC에 입사했다.

대전 MBC는 고용 형태가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여성 아나운서들에게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주지 않았다. 고용 형태는 다르지만, 남성 아나운서들과 여성 아나운서들은 동일 노동을 했다는 게 여성 아나운서들의 주장이다.

▲ 전국언론노조 MBC본부가 지난 2017년 11월 설치한 ‘사장 후보자에게, 질문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게시판에는 방송사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요구하는 방송인들의 호소가 적지 않게 담겨 있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전국언론노조 MBC본부가 지난 2017년 11월 설치한 ‘사장 후보자에게, 질문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게시판에는 방송사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요구하는 방송인들의 호소가 적지 않게 담겨 있었다. 사진=김도연 기자

여성 아나운서 유씨는 매일 밤 8시20분 방송하는 대전 MBC 메인뉴스 ‘뉴스데스크’ 앵커다. 유씨는 현재 TV와 라디오를 합쳐 총 5개 프로그램을 맡고 있다. 하루 평균 8시간을 일한다. 아나운서 김씨도 TV와 라디오를 합쳐 5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하루 8시간 근무한다. 지난해 입사한 남성 아나운서 남아무개씨도 유씨, 김씨와 마찬가지로 5개 프로그램을 맡고 있다.

하지만 동일한 임금과 처우는 받지 못했다. 회사는 기본급과 연차휴가, 임금 등 여성과 남성 아나운서를 차별하고 있었다. 실제 6년차인 유씨와 3년차인 김씨는 프로그램 횟수에 따라 급여가 책정되고 주급으로 돈을 받는다. 신규 입사한 남성 아나운서인 남씨보다 100만원이상 적은 월급을 받고 있다. 유씨나 김씨는 프로그램이 폐지되기라도 하면 임금 폭락을 겪을 수밖에 없다.

회사는 프리랜서 형태로 고용했다는 이유로 법정 유급 연차휴가 등을 지급하지 않았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2014년 입사한 유씨는 79일, 2017년 입사한 김씨는 60일의 유급연차 휴가가 주어져야 한다. 그동안 유씨는 무급휴가 9일·병가 14일을 사용했으며, 김씨는 무급휴가 5일을 사용했다.

이들은 정규직 남성 아나운서 법정휴가를 위해 대체근무를 하기도 했다. 김씨는 남씨가 3일간 휴가를 떠나자 그를 대신해 오후 5시 뉴스를 진행했다. 이는 김씨와 유씨의 업무가 남성 아나운서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 대전MBC 아나운서들 출입증.
▲ 대전MBC 아나운서들 출입증.

대전 MBC 측은 ‘남자와 여자 아나운서들의 역할이 분명히 달라 고용 형태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재근 대전 MBC 경영국장은 18일 통화에서 “남자 아나운서는 회사 인력 채용 계획으로 뽑았다. 다른 여성 아나운서들은 회사가 관여하지 않았다. 업무 영역이 다르다”며 “고연차인 김아무개 아나운서(남자)는 야구 중계도 하고 PD역할도 한다. 하지만 여자 아나운서들은 이와 다르다. 프로그램 진행이 주 업무다. 역할이 분명히 다르다”고 말했다.

대전 MBC 측은 여성 아나운서 채용 절차가 남성 아나운서와 달랐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재근 국장은 “여성 아나운서들은 필기시험, 국장단, 사장 면접을 보지 않았다. 채용 과정에 차이가 있다. 업무가 남성 아나운서들과 다르며 외부 활동이 (남성 아나운서에 비해) 자유롭다”고 주장했다.

남성 아나운서들과 비슷한 근무 일정으로 여성 아나운서들의 외부 활동이 어렵지 않으냐는 질문에 이 국장은 “MBC 정규직은 외부 활동을 못 한다. (여성 아나운서들은) 자유롭게 나가서 다른 일도 할 수 있다. 그런 부분은 좀 다퉈봐야 할 것 같다. 대전 MBC는 여성 아나운서들을 구속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김승현 노무법인 시선 노무사는 “용역직인 것을 알고 입사한 것은 중요하지 않다. 근로관계가 실질적으로 남성 아나운서와 동일하다. 수행하고 있는 업무도 남성 아나운서와 같다. 여성 아나운서는 말 그대로 여성이라는 이유로 고용불안, 낮은 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대한 합리적 이유는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 기사 수정 : 2019년 6월20일 18시20분

 


 

대전MBC 아나운서들 “남녀차별 인권위 진정” 관련 반론보도

본 신문은 지난 6월18일자 <대전MBC 아나운서들 “남녀차별 인권위 진정”> 제하의 기사에서 대전MBC의 한 간부가 “정규직 아나운서 자리가 본래 남성자리였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보도하고, 대전MBC 경영국장과의 통화 내용을 인용해 “남자와 여자 아나운서의 역할이 달라 고용형태에 차이가 날 수 밖에 없고”, ‘여자’와 ‘남자’ 아나운서 채용이 다르다고 말했다는 내용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대전MBC 측은 “해당 간부는 회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인사권이나 채용 결정권을 가진 간부가 아니고, 경영국장은 남성과 여성의 차이에 대해 언급한 것이 아니라 프리랜서와 직원 아나운서의 업무 및 채용과정이 다르다고 대답한 것”이라고 밝혀 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의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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