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10시30분 경남도의회 브리핑룸에서는 경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민주노총 경남본부,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마창진참여자치시민연대, 전국언론노조 지역신문노조협의회,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지역언론발전특위 등 7개 시민사회단체·정당이 모였다. 네이버의 노골적인 지역언론 배제와 지역민 무시를 엄중 경고하는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서였다.

최근 상황은 강창덕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의 발언에서 잘 나타난다. 강 이사는 “정말 심각하다. 최근 경남도와 부산시가 물 문제와 부산항신항과 관련해 의미있는 진전을 이뤘는데, 서울지역 매체는 단 한 줄도 안 썼다. 700만 명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지만 서울 매체는 철저히 외면했다”며 “국민의 70% 이상이 네이버 등 포털로 뉴스를 보는데, 지역언론을 이렇게 배제하면 지방분권은 요원하다”고 했다.

최근 조선일보는 13일 ‘느닷없는 부산(김해)-헬싱키 노선…국내 항공사들 뿔났다’는 기사를 내고 노선 신설로 국적항공사 승객 감소 우려, 인천공항 집중 허브화 정책과 배치, 국외 항공사 이익 싹쓸이 등을 우려했다. 또한 “영남권 주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했다. 참으로 멋진(?) 문제 제기다. 
김해(부산)국제공항은 경남부산울산대구경북 등 천만 이상의 영남권 주민이 쓰는 관문공항이다. 영남권 주민은 직항로로 북유럽을 가면 안 된단 말인가? 백 번 양보해서 국내 항공운송업계의 우려를 전해도 최소한 영남권 주민이 인천공항을 쓰면서 평소 얼마나 불편하게 사는지도 함께 다뤄야하는 것 아닌가? 

▲ 조선일보 6월13일 ‘느닷없는 부산(김해)-헬싱키 노선… 국내 항공사들 뿔났다’ 기사
▲ 조선일보 6월13일 ‘느닷없는 부산(김해)-헬싱키 노선… 국내 항공사들 뿔났다’ 기사

2013년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으로 캐나다 토론토로 기획취재를 간 적이 있다. 당시 수도권에 사는 언론진흥재단 전문위원은 자신도 토론토까지 가봤는데, 12∼13시간이면 되는데 왜 이틀이나 잡았느냐고 했다.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전문위원께서 캐리어 끌고 김해(부산)공항에 가서 인천공항으로 가는 하루 4회 환승용 비행기 타서 인천공항에서 다시 약 2∼3시간 기다렸다가 비행기 타봤느냐. 지역에서 KTX나 환승용 비행기 타서 인천공항으로 가면 아무리 못해도 5∼6시간, 반나절은 기본으로 걸린다. 진짜 모르는 것은 당신”이라고 따진 적이 있다.

이런 경험을 하고 나면 지역에 사는 것 자체가 서글프다. 지역신문발전을 도우라고 뽑은 재단 전문위원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다른 수도권 주민이 ‘시골’ 사람 생각이나 하겠나 싶다. 

조선일보의 기사는 ‘시골’ 사람들의 불편을 너무도 당연시하거나 애써 모른 척하는 ‘수도권 주민’ 시각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다. 네이버의 지역언론 배제는 이제 이런 시각 이외는 뉴스 유통 시장에서 퇴출시키겠다는 선언이다. 그럼 지역민의 눈은 누가 돼 줄 것인가.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내 이웃의 구체적인 고통보다 서울시민의 교통 정체를 더 걱정하는 수많은 기이한 존재들이 지역을 메우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 2017년 2월 네이버가 선보인 인공지능 기반 콘텐츠 추천 시스템. 사진=네이버 AiRS 소개 영상 갈무리
▲ 2017년 2월 네이버가 선보인 인공지능 기반 콘텐츠 추천 시스템. 사진=네이버 AiRS 소개 영상 갈무리

AiRS(에어스)라는 검색 알고리즘 변화로 지역일간지는 기사를 먼저 써도 통신사와 서울 매체의 베끼기 기사에도 밀려 검색이 잘 되지 않고, 네이버는 ‘나만의 편집’을 내세웠지만 그 편집을 할 수 있는 44개 매체에 지역언론은 단 한 곳도 입점시키지 않았다. 이런 처사는 한국의 ‘지방분권’ 수준과 지역민 경시가 어느 정도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지역 일간지 뉴스 트래픽은 급감해 현실적인 경영 위기로도 이어질 것이다. 트래픽 급감으로 대기업 등의 광고 단가 책정에서 심각한 불이익이 올 것은 불 보듯이 뻔하다. 

▲ 이시우 전국언론노동조합 경남도민일보 지부장
▲ 이시우 전국언론노동조합 경남도민일보 지부장

올 4월 이후 울산 경상일보 전체 트래픽 약 50% 급감했고 부산일보는 30% 감소, 내가 속한 경남도민일보도 올 6월 뉴스 조회 수가 작년 6월보다 약 30% 줄었다.

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의 얘기는 새겨들을 만하다. 장 교수는 “지방의 언론과 매체가 부실하거나, 중앙에 종속된다면 결코 지방은 중앙의 차별과 배제를 평화적으로 극복할 수 없다”고 했다. 서울과 지역 차별이 극심한 한국에서 마지막 보루인 지역언론이 생산한 뉴스 유통조차 막으면 이는 곧 지역민에게 평화적이지 않은 방법, 즉 폭동이나 제2의 촛불항쟁을 공공연하게 조장하는 것이나 다름없음을 네이버가 과연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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