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고발, 소송, 언론중재위원회 조정 신청,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민원 제기 등 자유한국당이 언론을 상대로 ‘전쟁’을 방불케하는 적극 대응에 나섰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지난달 서울대 팩트체크센터와 소송 결과 1심 패소한 한국당이 이달 초 항소 기간 동안 항소하지 않았다.

앞서 한국당은 KBS, JTBC, SBS, YTN, 한국일보, 뉴스1등의 홍준표 대선 후보 팩트체크 기사 9건이 명예를 훼손했다며 이들 기사를 게재한 서울대 팩트체크센터장, 서울대 등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국내 첫 대대적인 ‘팩트체크’ 소송전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검증 결과가 언제나 옳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언론사가 믿을 만한 근거를 토대로 합리적 사고 과정을 거쳐 판단한 결과라면 쉽사리 명예훼손이라 인정해선 안 된다”고 판시했다. 이 판결은 팩트체크 기사에 대한 ‘판례’로 남게 됐다.

홍준표 대표 체제의 한국당은 지난 대선을 기점으로 대대적인 언론 대응을 시작했다.

우선 한국당은 2017년 10월 네이버와 서울대 팩트체크센터가 언론의 팩트체크 기사를 모아 전하는 서비스를 하면서 직접 검증하는 것처럼 왜곡했다며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그러나 서울남부지검은 한 달만에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서울남부지검은 “서울대 팩트체크 사이트와 네이버의 서울대 팩트체크 코너에 서울대가 자체적으로 해당 발언의 진위 여부를 검증하거나 조사한다는 취지의 언급이 전혀 없다”면서 “오인하게 할 소지가 있다 하더라도 의도적으로 허위사실을 적시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 서울대 팩트체크 서비스 화면 갈무리.
▲ 서울대 팩트체크 서비스 화면 갈무리.

한국당은 팩트체크 기사를 비롯해 비판적인 기사에 대대적으로 언론중재위 조정 신청도 했다. 미디어오늘이 언론인권센터로부터 제공 받은 원내 정당별 언론중재위 조정 신청 내역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8년 10월까지 자유한국당이 제기한 조정 신청이 71건에 달했다. 같은 기간 다른 정당의 조정 신청은 더불어민주당 3건, 바른미래당·국민의당 각각 2건, 녹색당·정의당 각각 1건이었다. 

지난 대선 때 홍준표 후보는 위키리크스를 근거로 제시하며 문재인 후보가 일심회 사건 수사를 막았다고 주장했으나 오마이뉴스는 팩트체크 결과 홍 후보가 위키리크스 내용을 왜곡했다고 보도했다. 한국당은 이 보도를 조정 신청한 다음 취하했다. 

또한 한국당이 지리멸렬해 지방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한 이데일리 기사와 지방선거를 보수의 무덤으로 단정한 경향신문 기사에도 조정 신청했다. 지방선거 당시 배현진 후보가 20대 유권자와 사진을 찍은 사실을 부정적으로 다뤘다며 녹색경제신문에 조정 신청한 경우도 있다.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5월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 기자실에서 '4.27남북정상회담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5월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 기자실에서 '4.27남북정상회담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한국당은 독자들이 쓴 댓글 가운데 촌철살인의 내용을 전하는 ‘댓글 배달통’ 기사 14건을 언론중재위에 조정 신청하기도 했다. 풍자 성격의 댓글임에도 한국당은 댓글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발하거나 편파적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한국당은 이 가운데 기사 2건에 각각 1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나 재판부는 지난 2월 해당 댓글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라며 기각했다.

2018년 5월 한국당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초유의 ‘정당 명예훼손’ 심의를 요청했다. 인터넷 게시물이 한국당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며 200여건을 삭제해달라고 민원 넣은 것이다.

방통심의위는 지난해 8월 ‘정당에 대한 명예훼손’의 경우 정당이 공적 기구이고 표현의 자유 위축을 고려해 명백하게 허위라는 점이 드러날 경우만 제한적으로 심의하겠다고 결정했다. 또한 ‘정당 소속 의원에 대한 명예훼손’은 정당 명예훼손과 별개라서 당사자가 민원을 넣지 않는 한 심의하지 않겠다고 했다. 사실상 한국당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당시 정부여당 추천 방통심의위 이소영 위원은 “정당은 비판에 열린 존재이기에 함부로 명예훼손을 인정해선 안 된다”며 “의원의 명예훼손의 경우 억울한 게 있다면 당사자가 직접 소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당의 무분별한 대응은 우려를 사기 충분했다. 팩트체크 소송전 당시 한국기자협회는 언론 길들이기라며 반발했고 한국방송학회는 내부 공지를 통해 언론자유 침해 소지가 있어 사안을 주목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당 입장에선 손해볼 게 없다는 견해도 있다. 언론중재위 조정 신청과 소송을 겪은 오마이뉴스는 “비판적 언론에 대한 업무방해였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정치데스크와 일선 기자들이 중재위 출석으로 업무에 큰 지장을 받았다”며 “그런 목적에서 조정 신청한 것이라면 한국당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한 언론사 기자는 “이기기 힘들다는 걸 모르지 않았을 거 같다”며 “네이버, 언론, 서울대 등을 상대로 대응 방안을 밝히면 기자들이 한쪽 입장으로 기사를 쓰기에 이를 활용해 여론전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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