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들 “한국당 협상 진정성 없어”

국회 파행이 끝모르게 이어지고 있다. 한달 가까이 끌어온 국회 정상화 시도가 16일 사실상 무산됐다. 자유한국당이 협상 막바지에 ‘경제 청문회’를 열자고 요구하고 나서면서다. 여야 4당이 한국당을 빼고 국회를 열 것으로 보이지만 그래도 추가경정예산안이나 민생 법안 통과는 요원하다. 17일 조선일보를 제외한 대다수 아침신문이 자유한국당의 ‘막판 발목잡기’를 비판했다.

애초 자유한국당은 선거제 개편 등 개혁법안 패스트트랙 지정 철회와 정치개혁특위‧사법개혁특위 재구성을 요구해왔다. 이들 특위의 활동기한 연장 여부를 국회 정상화 뒤 추가 협상해 정하기로 가닥이 잡히자 이번엔 ‘선 경제청문회’를 들고 나왔다. 16일엔 ‘대국민 호소’까지 나섰다. 중재역을 자처한 바른미래당은 16일 “중재 끝”을 선언했다. 여야 4당은 일단 한국당을 빼고 6월 국회 소집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국회 소집 요구는 재적 인원 4분의1(75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17일 매일경제 6면
▲17일 매일경제 6면

그러나 파행은 지속될 전망이다. 추경안, 패스트트랙 법안 논의 등 주요 현안이 여야 협의사항이기 때문이다. 특히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이 한국당 몫이라, 민주당이 시급한 과제로 생각하는 추경안 처리는 요원하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국회 중앙홀에서 개원요구 농성을 하며 이날 “17일 오전까지 국회정상화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국회 임시회 소집 서명에 동참한 40여명의 의원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대다수 신문은 자유한국당이 국회 정상화 의지가 없어 보인다며 입모아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6면에서 “민주당 내에선 당초 쟁점이던 패스트트랙 법안 합의처리 여부와 정개‧사개특위 연장에 대한 논의가 일단락돼가는 시점에 한국당이 또 다른 요구를 들고 나온 것을 두고 협상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했다. 서울신문은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의 협상 최종 결렬 선언을 전하며 “나 원내대표가 타결이 되는 시점에 또 갑자기 뭘 하나 꺼내고, 또 하나를 꺼내는 데 (민주당이) 지친 부분이 있는 것 같다”는 말도 같이 전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한국당을 제외하고라도 국회를 열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향신문은 ‘시민의 인내도 한계 넘었다, 한국당 빼고라도 국회 열라’ 사설을 내고 “한시 급한 추경 논의를 뒤로 제쳐 두고 난데없이 경제정책 공과를 살펴보자는 건 누가 보더라도 엉뚱한 정치공세”라며 “더 기다릴 수 없다”고 했다. 한겨레는 “더는 국회를 비워둘 수 없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4당은 이번 주초 단독 국회를 예고한 만큼 서둘러 국회를 열어 민생을 보살펴야 한다”고 했다.

▲17일 경향신문(왼쪽)·조선일보 사설
▲17일 경향신문(왼쪽)·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이날 한국당 주장이 “일리 있다”며 민주당이 ‘경제 실정 청문회’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은 이날 6면에 다른 신문들과 달리 “경제 정책에 자신 있다는 정부여당이 왜 이토록 경제 청문회를 못 받겠다는 건지 답답하다”는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심정을 전했다.

사설에선 “경제 침체 원인이 무엇인지 먼저 따지자는 것은 일리가 있다”며 가장 큰 원인이 “수십년간의 성장 법칙을 한순간 헝클어버린 이른바 소득주도성장이란 정책 실험”에 있다고 했다. “적대적 기업 정책, 강성노조 우대기조, 근로시간 강제 단축 등이 기업 투자를 10년 만의 최악에 빠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한 고용불황이 1년 넘게 이어진다”고도 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없이 기사로 한국당 주장 반,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주장 반씩을 전했다. 중앙일보는 지면에 관련 기사를 내지 않았다.

송환법 멈춰세운 홍콩 시위, 일제 환영… “임을 위한 행진곡” 주목

홍콩 시민들이 중국 본토로 범죄인 송환을 가능케 하는 홍콩 정부의 ‘범죄인 인도조례’, 즉 송환법 추진을 막아냈다. 홍콩 캐리 람 행정장관은 15일 법 추진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홍콩인들은 송환법을 밀어붙인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사퇴와 법안 완전 철폐를 요구하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16일 주최측 추산 200만명, 홍콩 매체 추산 144만명이 거리를 메웠다.

홍콩 정부가 추진해온 송환법은 범죄 혐의자를 중국 본토를 비롯해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 송환할 수 있도록 한다. 홍콩인뿐 아니라 외국인도 그 대상에 든다. 홍콩 시민사회는 중국을 비판하는 홍콩 인권운동가뿐 아니라 외국인들을 중국으로 보내는 데 악용될 것이라고 본다. 송환법이 홍콩인들을 자의적으로 중국의 사법체계에 무방비 노출시켜 사실상 일국양제(한 나라 안의 두 체제) 종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 외교부는 캐리 람 행정장관의 송환법 추진을 공개 지지한 바 있다.

▲17일 국민일보 11면
▲17일 국민일보 11면

대다수 신문이 이 소식을 주요하게 다룬 다뤘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한겨레가 1면에 보도했다. 국민일보와 동아일보, 서울신문은 환영하는 사설을 냈다.

동아일보는 “9일 대규모 반중 시위에도 법안 강행을 굽히지 않던 람 장관이 갑자기 태도를 바꾼 건 중국 지도부와 협의를 마친 뒤”였다고 했다. 한정 중국 중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대책회의를 열고 14일 밤 캐리 람 행정장관에 추진 중단을 지시했다는 홍콩 언론 보도내용을 전했다. 서울신문은 “이달 말 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국제사회 여론을 의식하고, 미국과의 ‘무역담판’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봤다. 한겨레는 “조례 추진이 일단 중단됐지만 현 입법회 임기가 끝나는 내년 7월 이전 행정장관의 통보만으로 논의가 재개될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캐리 람 행정장관 거취를 별도 기사로 다뤘다. 람 행정장관은 2014년 ‘우산혁명’ 당시 정무장관으로 시위 강제 해산에 나서는 등 “중국의 앞잡이”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었고 내각을 친중국 인사로 채웠다. 한국일보는 람 장관이 이번에 송환법을 무리하게 강행해 결정적으로 지지기반인 친중파 안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며 2022년 6월30일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날 전망이 짙다고 전했다.

▲17일 한국일보 30면
▲17일 한국일보 30면

한편 지난 14일 홍콩 시위에서는 한 홍콩인 참가자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러 주목을 받았다. 경향신문과 동아일보, 서울신문, 한국일보, 조선일보가 이 소식을 함께 다뤘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