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사진기자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김경훈 기자가 사진 속 주인공과 가짜뉴스 논란 등 자신의 사진에 대해 상세히 밝혔다.

로이터통신 소속 김경훈 수석 사진기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경 폐쇄 조치로 미국 국경수비대의 최루탄을 피해 급하게 도망가는 중남미 이민자(캐러밴) 모녀 사진을 찍어 지난 4월 15일 속보사진 부분에서 103회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김 기자의 사진은 “이민자들의 긴박함, 절박함, 슬픔을 생생하고 설명하게 묘사했다”는 퓰리처상 이사회의 평가를 받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6월호 신문과 방송에서 김 기자와 이메일로 주고받은 인터뷰를 실었다. 김 기자는 자신의 사진에 대해 멕시코와 미국의 국경 지대인 티후아나의 국경 장벽 앞에서 취재한 사진이라면서 멕시코시티에서 티후아나까지 2주 반 동안 중남미 캐러밴 행렬을 취재한 결과물이라고 소개했다.

사진을 찍은 시점인 지난해 11월 25일 평화 시위 행진 도중 한 무리가 국경을 향해 뛰기 시작하면서 나머지 중남미 캐러밴들도 일제히 국경 장벽을 향해 뛰었는데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미국 국경 수비대는 최루탄으로 응사했고, 제 사진 속에 담긴 모녀는 자신들의 바로 앞에서 던져진 최루탄을 피해 달아나고 있었다. 저는 그 모습을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 김경훈 기자 퓰리처상 수상작. @퓰리처상 웹사이트
▲ 김경훈 기자 퓰리처상 수상작. @퓰리처상 웹사이트

 

김 기자는 “사진 속 아이들은 기저귀를 찼으며 맨발이었고, 두 아이의 손을 잡고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엄마는 디스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캐릭터가 들어간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면서 “이들의 뒤에서 피어오르는 최루탄 연기가, 그리고 그 뒤쪽으로는 장벽이 보인다. 이렇게 한 장의 사진으로 당시의 모든 상황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기에 많은 반향을 일으킨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취재 이후 사진 속 주인공을 인터뷰했다. 김 기자에 따르면 사진 속 여성은 ‘마리아 메자’라는 이름의 온두라스 여성이었고, 캐러밴 행렬 당시 다섯 명의 아이를 데리고 있었다. 사진 속 두 여자아이는 쌍둥이 딸로 다섯 살이었다. 김 기자는 “기저귀를 찰 나이가 아닌데 기저귀를 찼던 이유로 ‘시위 참가 당일, 여러 가족과 함께 사는 조그만 텐트에서 아이들 바지를 찾을 수 없어서’였다고 한다”며 “그리고 자신이 입고 있는 터질 듯 꽉 끼는 티셔츠는 난민 캠프에서 받은 구호품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마리아 메자 가족은 사진을 통해 큰 주목을 받았고 지난해 12월 민주당 의원과 지원 단체 도움으로 미국 난민 신청이 수용돼 현재 워싱턴에 머물고 있다고 했다.

김 기자는 극우단체들이 자신의 사진이 연출된 사진, 즉 ‘가짜뉴스’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김 기자는 “먼 배경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아직 최루탄이 터진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고 그중에는 기자처럼 보이는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람과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며 “이것을 근거로 제 사진이 돈을 주고 모델을 기용해 찍은 것이라고 반이민정책 지지자들은 주장했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억지 주장이었다”고 밝혔다.

김 기자는 “제 사진이 찍힌 시점이 미국 국경수비대의 최루탄 응사의 첫 순간이었기 때문에 멀리 있는 이들은 아직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이후 저희 회사는 저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반박 기사를 게재했으며 다수의 언론이 팩트체크 기사를 게재해 제 사진의 진실성을 팩트체크를 통해 확인해줬다”고 말했다.

▲ 반이민정책 지지들이 '가짜뉴스'라고 주장하며 올린 사진.
▲ 반이민정책 지지들이 '가짜뉴스'라고 주장하며 올린 사진.

 

김 기자는 자신의 수상 이유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진기자들이 팀을 구성한 결과 “시각적 언어로 사건을 기록하고 보도하는 과정에서 더욱 공정하고 창의적인 결과물이 나오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끝으로 한국 언론에 하고 싶은 말로 “한국 사진기자들의 사진 역시 세계적인 수준에서 조금도 뒤쳐지지 않는다고 본다”면서도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한국 사진기자들의 좋은 사진이 전체적인 편집에서 아직도 텍스트의 보조적인 수단으로 쓰이고 있는 경우가 있는 것 같은데, 사진이 가지고 있는 사진만의 비주얼 스토리텔링적인 기능이 보다 더 발휘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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