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 내 남성이 침입한 사건이 이어지는데 여대 탓으로 돌리거나 가십으로 소비하는 것을 두고 숙명여자대학교 학생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숙명 중앙여성학동아리 SFA 등 3단체(이하 숙명여성연대)는 성명을 내고 “여자대학교에 대한 성적 우상화를 방관하고 재생산하는 한국 사회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 숙명여자대학교 정문. 사진=연합뉴스
▲ 숙명여자대학교 정문. 사진=연합뉴스

서울 용산경찰서는 지난 14일 오후 1시50분경 숙명여대에서 여성 옷차림을 한 채 돌아다니던 30대 남성 A씨를 붙잡아 조사했다. A씨는 가발을 쓰고 흰색 치마와 분홍색 후드티를 입은 채로 강의동과 여자 화장실에 무단 침입했다. 

숙명여성연대는 이 사건 소식을 접했을 때 불법촬영 카메라를 설치하진 않았을지 마약을 가지고 학우에게 위해를 가하려던 건 아니었는지 끊임없이 상상하며 공포를 느껴야 했다고 토로했다. 

앞서 지난달 18일 숙명여대에 남자 중학생 3명이 침입했고, 한 남학생은 숙명여대 학생과 눈이 마주치자 상의와 하의를 차례로 벗고 교내 연못에 뛰어들었다. 3월에도 마약·강간 전과 18범 남성이 필로폰을 들고 평일 대낮에 숙명여대 여자 화장실을 무단출입한 사건이 있었다. 

숙명여성연대는 “이번 사건에서 숙명여대는 여성들에게만 열려 있는 공간이라는 이유로 인해 ‘금남의 공간’으로, 마치 남성이 ‘침범’해 구역의 획을 결정하는 공간인 것처럼 소비됐다. 이런 맥락 속에서 그동안 숙명여대 안에서 발생해왔던 수많은 여성혐오 사건들과 그 맥을 같이 한다”고 밝혔다.

숙명여성연대는 여대 내 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이어지는 사회의 시선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번 사건에도 포털 관련 기사에 일부 누리꾼들은 가십으로 받아들이거나 “여대 폐지하면 되겠네ㅋ” “여대 없애라. 구시대의 낡고 낡은 깨진 골동품” “여대를 없애. 남녀평등이라며 여대는 왜 내버려두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숙명여성연대는 “어째서 우리의 공포는 한낱 유머이자 가십거리로 소비되는가. 피해자인 우리는 왜 또 다시 ‘여자대학교인 탓, 금남의 구역을 만든 탓’이라며 질책받아야 하는가”라며 책임은 한국 사회의 여성혐오에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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