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등 서울소재 일부 언론사들이 부산-헬싱키 노선 신설을 부정적으로 보도한 반면 지역 언론은 상반된 보도를 내거나 반발했다.

발단은 내년 3월 말 핀란드 항공사인 핀에어가 부산-헬싱키 노선 주 3회 신설을 결정하면서다. 핀에어의 항로인 핀란드 반타 공항은 유럽 주요 국가로 이동할 수 있는 거점인 데다 김해공항에서 9시간 만에 이동이 가능하다.

조선일보는 13일 “느닷없는 부산-헬싱키 노선…국내 항공사들 뿔났다”기사를 내고 노선 신설로 국적항공사 승객이 감소할 우려가 있고, 인천공항에 집중하는 허브화 정책과 배치되고, 해외 항공사가 이익을 싹쓸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조선일보는 “영남권 주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며 총선용 선심 정책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 13일 조선일보 보도.
▲ 13일 조선일보 보도.

그러나 이 같은 보도는 지나치게 수도권 중심 시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부산일보는 14일 1면에 조선일보의 “국내 항공사들 뿔났다” 제목을 본뜬 “부산-헬싱키 노선 ‘딴지’에 동남권 뿔났다” 기사를 냈다. 

부산일보는 ‘서울지역 일부 언론’을 지적하며 “지역민의 불편은 안중에도 없는 수도권의 시각이 고스란히 담겨있을 뿐 아니라 장거리 노선의 독점을 원하는 인천공항과 국적 항공사의 이해관계만 반영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부산일보에 따르면 지역 항공업계 관계자는 “지역 주민들이 유럽이나 미주를 가기 위해 내항기나 열차, 고속버스를 타고 오랜 시간 인천으로 가야 하는 불편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데다 핀에어가 국적사 손실 보전을 위해 상무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노력한 점도 아예 무시했다”고 말했다. 

부산일보는 “서울지역 언론들은 처음엔 부산-헬싱키 노선의 수요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도하다 이제는 ‘수요를 다 뺏긴다’며 갈팡질팡하는 보도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이중성도 지적했다.

▲ 14일 부산일보 보도.
▲ 14일 부산일보 보도.

또한 부산일보는 이번 항로 신설이 ‘느닷없는’ 결정이 아니라 오랜 기간 논의해온 사안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국토교통부도 13일 입장문을 내고 2015년부터 지금까지 2차례 항공협상, 4차례 실무면담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또한 국토교통부는 “국적사의 신청이 있을 경우 부산-헬싱키 노선 운수권을 배분할 예정”이라며 해외 항공사에만 이익이 돌아간다는 지적에도 반박했다.

부산일보는 1면 기사 외에도 “인천공항 국적항공사 이익 위해 언제까지 지역민 희생돼야 하나” 기사와 김은영 논설위원의 칼럼 “부산선 유럽 직항하면 안 되나”를 냈다. 김 논설위원은 “중앙 언론 노선 시비는 억지 논리”라며 “1국 1허브 공항 정책 재고하고 24시간 관문 공약 지켜야”한다고 밝혔다.

다른 부산지역 언론사들은 조선일보를 직접적으로 비판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사안을 지역민의 편의 측면에서 바라봤다는 점에서 달랐다. 

10일 부산 MBC 뉴스데스크는 “이제 부산 시민들은 인천공항 경유없이 곧바로 유럽행 비행기를 탈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12일 KNN 모닝와이드 주간시정 코너에 출연한 추종탁 기자는 “부산에서 인천 가서 유럽에 가는 많은 부산과 경남, 더 나아가 경남권 이용객들이 김해공항에서 유럽에 가는 길이 열려 불편을 덜 수 있다”고 설명했다. 

▲ 10일 부산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 10일 부산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추종탁 KNN 기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서울 언론사들이 기본적으로 서울 위주로 사안을 본다. 또한 정치적 이슈가 되니 정치적인 공격을 하려고 기사를 쓰는 경향이 있다. 그럴 수는 있다고 보지만 지역민이 받은 피해는 알고 써야 하는데 전혀 언급이 없다”고 지적했다.

포털 네이버에 송고된 조선일보 기사 댓글에는 지역 출신으로 보이는 누리꾼들이 비판 댓글을 남겼다. 한 누리꾼은 “기자한테 전날 밤에 부산 내려와서 자고 새벽에 환승해서 외국 나가라고 하면 아주 욕하고 돈 내놓으라고 난리칠 듯”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누리꾼은 “기사가 너무 기업 입장과 인천공항 입장에서만 적혀 있는데 저 같은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기사인 것 같습니다 지방사람은 사람 아닙니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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