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북미정상회담 소식을 다루면서 베트남 동당역에 도착한 김정은 위원장에게 꽃다발을 전한 베트남 여성을 ‘얼짱 대학생’이라 부르는 등 여성의 외모나 고정적 성역할을 부각한 채널A에 중징계가 추진된다.

방통심의위 방송심의소위원회(위원장 허미숙)는 13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전원합의로 채널A 시사프로그램 북미정상회담 특집 ‘김진의 돌직구 쇼’(2월27일 방영분)가 ‘양성평등’ 조항을 위반했는지 심의한 결과 법정제재 ‘주의’를 건의했다. 

▲ 채널A 로고
▲ 채널A 로고

‘주의’는 방송사 재허가 심사 때 방영되는 방송평가에 1점 감점되는 중징계다. 최종 제재 수위는 위원 전원이 모인 전체회의에서 확정된다.

지난 2월27일 ‘김진의 돌직구 쇼’에서 진행자 김진씨와 출연자인 김병민 경희대 겸임교수가 대화하는 과정에서 김진씨가 “김정은 위원장에게 꽃다발을 건넸던 베트남의 한 여성이 있었다. 김정은 위원장이 유독 환한 얼굴의 미소를 보이면서 고맙다고 인사했다. 꽃다발을 건넨 여성이 누군가?”라고 질문했다.

그러자 김병민 교수는 “베트남 얼짱 대학생이다. 아마 리설주 여사가 함께 왔을 때는 이 대학생을 (베트남 당국이) 선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리설주 여사 없이 혼자 오게 되니까 더 저렇게 밝고 환한 미소를 짓지 않았겠나”라고 했다. 

이날 의견진술자로 출석한 정용관 채널A 부본부장은 “사전에 여대생 외모에 집중해서 방송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리설주 여사가 안 온 걸 엮어서 추가 멘트를 하면서 사달이 났다. 순식간에 다른 아이템으로 넘어가서 앵커가 제재하지 못했다. 이후 해당 방송을 삭제하고 김 교수를 2주간 출연정지 시켰다”고 해명했다.

정부·여당 추천 심영섭 위원은 “출연자 관리는 방송사업자의 몫이다. 이런 발언을 쉽게 하는 출연진을 섭외하는 걸 방송사는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 추천 박상수 위원은 “여성을 성적 노리개로 여기고 있지 않나.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의 지도자인데 호색처럼 표현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하자, 정용관 부본부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예쁜 여자를 보고 만족감을 느끼고 그런 취지로 이야기 한 건 아니다”고 답했다.

심의위원들은 진행자의 태도도 지적했다. 박상수 위원은 “진행자가 출연자 발언을 유도한 느낌도 있다. 유독 환한 얼굴의 미소를 보이면서 인사한다고 말하자 출연자가 선을 넘는 발언을 했다”고 지적했다. 전광삼 상임위원도 “출연자가 그렇게 이야기해도 진행자는 온전히 프로그램을 컨트롤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여당 추천 허미숙 소위원장은 “리설주 여사가 함께 왔다면 베트남 당국이 대학생 여성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발언했는데 베트남 당국을 취재한 건가? 어떤 근거로 이런 이야기를 했냐”고 질문하자 “분석이 잘못된 것 같다”고 답했다.

허미숙 소위원장은 “근거 없이 베트남 당국의 의중을 말했다. 출연자가 아니라 채널A의 문제다. 출연진 관리에 신경 써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방통심의위 방송자문특별위원회도 “뉴스 중심인물이라고 보기 어려운 여성을 주된 소재로 다루면서 해당 여성이 김정은 위원장의 화색을 돌게 했다는 내용과 함께 외모나 개인정보까지 부각하며 소개했다. 추측성 발언을 더해 여성의 사회적 역할을 외모를 통해 평가하고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조장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방통심의위는 KBS ‘도올아인 오방간다’ 프로그램을 두고 격론 끝에 전체회의에서 제재수위를 재논의하기로 했다.

▲ KBS ‘도올아인 오방간다’ 방영화면 갈무리
▲ KBS ‘도올아인 오방간다’ 방영화면 갈무리

KBS ‘도올아인 오방간다’는 지난 3월16일 김용옥 석좌교수가 미국과 소련의 한반도 분할 통치에 대해 강연하는 내용을 방송했다. 김용옥 교수는 “둘 다(이승만·김일성) 미국과 소련이 분할 통치하기 위해 데려온 자기들의 일종의 Puppet, 괴뢰다” “이승만은 내가 보기에 능력 있는 사람인데, 그 능력이 정말 나쁜 방향으로 계발된 사람이다. 당연히 국립묘지에서 파내야한다고 생각한다” 등의 발언을 했다.

이날 출석한 심의위원 4인 가운데 정부·여당 추천 심의위원 2인(허미숙 위원장·심영섭)은 행정지도 ‘권고’를, 전광삼 상임위원은 법정제재 ‘경고’를, 박상수 위원은 법정제재 ‘주의’를 각각 주장했다.

전광삼 상임위원은 “이승만은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이었다. 3·1운동 독립운동가 중에서 이만큼 기여한 사람도 없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다양할 수 있지만, 일방의 평가를 이렇게 방송해도 되나.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역할을 포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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