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활동가들이 도입을 보름 앞둔 장애인서비스지원 종합조사표 수정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면담을 요구하며 장관 집무실이 있는 복지부 산하 사회보장위원회 점거 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은 현재 점거 현장을 찾은 복지부 장애인정책국과 면담 중이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소속 장애인 활동가 20여명은 14일 아침 8시께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 충정로사옥 15층에 위치한 사회보장위원회를 기습 점거했다. 이들은 장애등급제가 폐지된 뒤 오는 7월 신설되는 ‘장애인 서비스지원 종합조사표(종합조사표)’를 대폭 수정하고 예산을 확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종합조사표는 기존 장애등급제를 점수제로 바꾼 데 그칠 뿐더러 오히려 활동지원 서비스 규모를 삭감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점거 농성 중인 이형숙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대표는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장애등급제 폐지는 필요한 이에게 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적이고 이는 문재인 정부의 약속이다. 그런데 새 종합조사표를 보면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며 “종합조사표를 적용하면 최중증장애인들이 기존에 받던 활동지원서비스 시간마저 월 100~200시간씩 깎인다”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와 올해 토론회에서 거듭 문제를 지적하며 수정하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활동가들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서울 집무실이 있는 서울 서대문구 사회보장위원회 기습 점거 현장에서 아침 10시께 집무실을 나서는 박 장관과 마주쳤다.  사진=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제공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활동가들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서울 집무실이 있는 서울 서대문구 사회보장위원회 기습 점거 현장에서 아침 10시께 집무실을 나서는 박 장관과 마주쳤다. 사진=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제공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이날 낸 성명에서 “우리는 장애등급제 폐지로 유형·개인별 맞춤형 지원서비스가 만들어지고, 특성에 맞게 서비스 시간이 늘어 중증장애인들도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것을 믿었다”며 “기획재정부의 ‘실링예산’에 갇혀 장애인의 욕구와 환경, 필요를 고려해 만들겠다는 종합조사표는 ‘점수조작표’가 됐다”고 비판했다.

박능후 장관은 이날 아침 10시께 집무실에서 나와 활동가들과 마주쳤다. 박 장관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뇌병변 장애가 있는 활동가가 “새 조사표에 따르면 매월 200시간씩 (본인의) 활동지원서비스가 줄어든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자 “떨어지는 일 없도록 하겠다”고 말한 뒤 자리를 떴다. 면담 일정은 복지부 장애인정책국과 얘기해 잡으라고 했다. 이들은 그뒤 11시20분께 현장을 찾은 장애인정책국장과 면담에 들어가 지금까지 진행 중이다.

현재 장애인단체 활동가들이 속속 농성 현장으로 모여들지만 경찰에 막혀 20여명이 건물 앞을 지키고 있다. 11시께 경찰 50~60명이 현장에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박능후 복지부 장관 면담과 장애인정책국 협의 △장애등급제 폐지 정책실현 위한 예산 확보 △유형별 다양한 서비스와 장애인종합조사표 수정 등 요구를 관철할 때까지 점거를 이어간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예정됐던 2시 ‘서비스지원종합조사표 규탄행진’을 취소하고 사회보장위원회 앞에서 집회를 연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