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로 네이버를 접속하면 왜 지역 언론 기사는 볼 수 없는 거죠?”

해당 질문에 대한 답을 놓고 지역 언론과 네이버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모바일 개편안을 발표했다. 개편에 따라 현재 모바일앱으로 네이버를 접속하면 첫 화면은 구글처럼 검색창만 나온다. 오른쪽으로 화면을 밀면 44개 언론사가 편집한 기사를 독자들이 구독하는 형태로 볼 수 있다.

모바일 서비스 개편 당시 언론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네이버는 뉴스 콘텐츠 유통 플랫폼으로서 지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데 44개사 언론사 기사만 볼 수 있는 구조가 고착되면 한국사회 담론이 편향적으로 형성될 수밖에 없고 다양한 목소리를 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였다.

직격탄은 지역 언론이었다. 44개 언론사에 포함된 매체는 중앙언론(방송통신사, 종합지, 경제지)과 전문 매체뿐이었다. 지역 언론은 없었다.

네이버 모바일 뉴스 서비스 ‘정책’이 지역을 배제하고 있다는 비판은 지역 신문을 중심으로 나왔는데 올해 들어 지역 언론 전체가 똘똘 뭉쳐 문제를 공론화시키고 있다.

지난달 23일 분당 네이버 본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단체는 전국언론노동조합·전국민주언론시민연합·한국지역언론학회·지방분권전국회의·(사)지역방송협의회 등이었다. 사실상 지역 언론을 대표하는 단체들이 네이버 앞에 하나로 뭉친 것이다.

이들은 요구 사항이 담긴 공식 서한을 보냈지만 네이버는 도돌이표 답변을 내놨다.

언론노조 등은 ‘네이버-지역언론 상생을 위한 대화 요구’라는 서한을 통해 “귀 사의 지역 언론 배제는 지역 주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며 지방분권과 민주주의 정착의 걸림돌”이라면서 “네이버와 지역언론 상생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해 신뢰와 이해를 바탕으로 논의를 진전해 나갈 것”을 제안했다. 협의체에서 지역 언론을 배제하는 모바일 뉴스 화면 서비스 정책 등을 논의하고 해결책을 찾아보자는 제안이다.

이에 네이버는 “2016년 1월부터 네이버 주식회사, 주식회사 카카오는 뉴스 제휴 및 제재 심사를 뉴스제휴평가위원회를 통해 진행하고 있다. 요청주신 사항은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의 활동 영역에 포함되는 바, 뉴스제휴평가위원회에서 논의가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답변했다.

언론노조 등은 44개사 언론사만 모바일 화면에서 구독하는 형태로 기사를 볼 수 있는 서비스는 네이버가 결정하는 ‘정책’이기 때문에 지역 언론 콘텐츠를 볼 수 있도록 정책 변화를 촉구하는 입장인데 반면 네이버는 모바일 뉴스 서비스는 본사의 ‘정책’이 맞다면서도 지역언론이 모바일 뉴스 서비스 화면에 들어가는 문제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와 논의가 우선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모바일로 네이버를 접속하면 왜 지역 언론 기사는 볼 수 없는거죠?”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으로 양쪽이 전혀 다른 접근법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네이버는 모바일 화면에 노출되는 구독 매체에 들어가기 위해선 세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밝혔다. ▲해당 매체가 네이버와 콘텐츠 제휴사일 것 ▲해당 매체가 네이버와 계약을 맺은 모바일 접속 인링크 방식일 것 ▲해당 매체가 데일리 콘텐츠를 생산할 것 등이다.

네이버와 콘텐츠 제휴를 맺은 지역 언론이 있긴 하다. 하지만 해당 매체 모두 두 번째 조건인 모바일 접속 인링크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모바일 화면 노출 구독 매체의 입점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 네이버 측 설명이다. 뉴스타파 등 신뢰를 받고 있는 언론 매체도 데일리 기사 생산 조건을 맞추지 못해 모바일 서비스 구독 매체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네이버는 강조했다.

종합하면 콘텐츠 제휴사를 선정하는 제휴평가위원회에서 지역 언론이 심사를 받아 통과하고 나머지 두가지 조건까지 충족시켜야만 모바일 화면 노출 구독 매체로 선정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 네이버 모바일 첫 화면 모습.
▲ 네이버 모바일 첫 화면 모습.

 

하지만 언론노조 등은 애초 44개 매체 선정 시 지역 언론을 배제시킨 정책 결정 과정부터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네이버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내용의 성명이 지난 11일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조영수 언론노조 정책국장은 “네이버의 뉴스 서비스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고, 일반 민주 원리에 부합하고 있느냐가 이번 사안의 핵심”이라면서 “네이버 입장대로 44개 매체 모바일 노출 화면 구독 매체를 선정하는 것이 기업 경영의 고유 원칙이라고 한다면 근본적으로 제휴평가위의 매체 선정 기준부터 시작해 평가위 구성까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영수 국장은 “PC버전과 모바일 화면의 정보량에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다양한 언론을 선택할 수 있게 보여주는 방향이었다면 이런 논란은 있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홈페이지에 나온 기사 배열 원칙은 이렇다. “사회적 공익 가치를 존중하겠습니다. 상업적이거나 선정적인 내용의 기사는 지양하고 유익한 정보 전달에 힘쓰겠습니다. 지역, 종교, 성적 차별을 부추기는 기사는 배제하겠습니다. 장애인, 비정규직, 노인, 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배려하고 존중하겠습니다”

조영수 국장은 모바일 화면에서 뉴스 외의 다른 카테고리에서 지역 언론의 콘텐츠를 노출하는 방법이 없는 것도 문제라면서 “뉴스 서비스로 들어갈 때 중앙언론과 전문 언론, 그리고 지역 언론까지 분야별로 선택할 수 있도록 구독 신청을 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이 있었을 텐데 고민 자체가 없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등은 당장 모바일 화면에 지역 언론을 넣어달라고 요구하는 게 아니라 협의체를 통해 대안을 모색해서 지역 언론을 차별시키는 요소를 제거하고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지발위)는 언론의 편집권 독립 등 저널리즘 원칙을 지킨 지역 매체에 대해 기금을 지원하고 있는데 지발위 기금 지원 선정 기준을 차용해 모바일 화면 노출 구독 지역 언론을 선정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결국 지역 언론 콘텐츠가 유통될 수 있도록 포털의 정책 자체가 바꿔어야 한다는 입장과 기존 콘텐츠 유통 입점 조건을 우선 충족한다는 네이버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위원 명단이 공개되면서 논란에 불을 지피는 모양새다.

언론노조 등은 지난 11일 “모바일 뉴스 개편 때 현재와 같이 지역 언론사를 빼고 44개 언론사만 넣기로 판단한 것이 뉴스제휴평가위였나? 그럴 권한이 제평위에 있다면, 언론노조와 모든 단체는 공식적으로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물어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의 해체를 요구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제평위를 논란의 중심에 세웠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하루 뒤인 12일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위원 명단이 공개됐다.

미디어스 보도에 따르면 네이버 제휴평가위원회 위원 30명 중 현직 언론인 9명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신문, KBS, MBC, YTN, 더팩트 등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전국민주언론시민연합·한국지역언론학회·지방분권전국회의·(사)지역방송협의회가 지난달 23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 앞에서 ‘네이버의 지역 언론 배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전국민주언론시민연합·한국지역언론학회·지방분권전국회의·(사)지역방송협의회가 지난달 23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 앞에서 ‘네이버의 지역 언론 배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대식 지역신문노조협의회 의장은 “44개 매체를 선정할 때도 제대로 기준을 설명하지 못했는데 지역 언론을 차별하지 말라고 하니 세가지 조건을 걸고 콘텐츠 제휴사 선정과 관련해서는 제휴평가위원회 몫이라고 뒤로 숨었다”면서 “그런데 이번에 공개된 제평위 명단을 보면 현직 언론인이 포함돼 있다. 동료 기자가 동료 기자의 매체를 심사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 지역발전위원회 심사 위원도 언론 매체에서 퇴직 5년 이상이 되는 자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해충돌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제평위 위원 임명 기준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언론을 배제한 뉴스 서비스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요구와 맞물려 뉴스제휴평가위원회도 믿을 수 없다는 비판이다.

뉴스제휴평가위는 지난 2015년 포털 뉴스제휴심사 불공정 논란을 해소하겠다며 만들었다. 외부 독립기구에 심사 권한을 넘겨서 불공정 논란을 해소하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제평위를 구성한 15개 단체 중 언론사와 이해관계가 있는 단체의 비중이 높아 그동안 콘텐츠 및 검색 제휴 입점 및 퇴줄 기준을 정하고 결정할 때 여전히 불공정하다는 지적이 계속돼 있다. 그런데 그동안 비공개였던 제평위 위원 개인 명단에 현직 언론인까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제평위 독립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역 언론은 네이버를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고발하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전대식 의장은 공정거래법상 네이버는 포털시장 70%를 점유한 시장지배사업자로 볼 수 있다면서 “44개 매체 모바일 뉴스 서비스 전에 지역 언론의 콘텐츠를 상품으로 팔았는데 아예 빼버린 것은 시장지배자의 사이버 갑질에 해당한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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