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김오수 법무부 차관, 봉욱 대검찰청 차장,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이금로 수원고검장이 추천됐다. 법무부는 13일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위원장 정상명 전 검찰총장)를 열고 심사 대상자 8명 중 이들 4명을 최종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추천위원회의 심사 내용을 고려해 총장 후보자 1명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이 제청자를 지명하면 해당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된다. 문무일 검찰총장 임기는 7월24일까지다. 14일자 주요 아침신문들이 관련 소식을 전하면서 후보자들 평가나 향후 검찰총장 덕목으로 제시한 요건은 다소 시각차를 보였다.

가장 주목받는 후보는 단연 윤석열 지검장이다. 경향신문은 11면(검찰총장 후보 ‘예상대로’ 4명으로 압축) 기사에서 후보 4인의 이력을 간략히 전한 뒤 “이날 회의에서 ‘윤석열이냐, 아니냐’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올 만큼 관심이 쏟아진 윤 지검장에 대해서는 가족 재산 문제와 다른 후보에 비해 낮은 기수에 대한 언급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차기 검찰총장 인사의 열쇳말을 ‘안정’ 또는 ‘파격’이 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기수나 서열 등 검찰 조직의 안정적 관리 가능성과 함께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수사권 조정에 대한 입장도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후보 4명은 수사권 조정 법안과 관련해 공개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현재 맡고 있는 보직에 따라 간접적인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봉욱 대검 차장검사는 수사권 법안에 반대 입장을 밝힌 문무일 검찰총장의 직속 참모이고, 김오수 차관은 수사권 조정 주무부처인 법무부 소속이다. 이금로 고검장은 전임 법무부 차관이었다. 특수통인 윤석열 지검장은 검찰의 직접 수사권에 대한 신념이 상당히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했다.

한겨레는 “문재인 정부 3~4년차와 임기가 겹치는 차기 검찰총장은 내년 21대 총선에 이어, 정권 중·후반에 집중되곤 했던 권력형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의 방향과 강도를 정하는 구실도 하게 된다”며 유력 후보로 꼽히는 봉욱 차장검사와 윤 지검장을 언급했다. 이어 “봉 차장검사는 김대중 정부 청와대 사정비서관실에서 근무했고 대검 정책기획과장, 법무부 기획조정실장·법무실장 등 기획 분야에서 주로 근무했다. 반면 검찰 내 대표적 특수통인 윤 지검장은 2013년 박근혜 대통령 시절 국가정보원의 대선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하다 좌천됐다. 이후 2016~17년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합류해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맡았고, 현 정부 출범 뒤 요직 가운데 요직인 서울중앙지검장에 발탁돼 2년째 근무 중”이라고 설명했다.

▲ 14일자 한겨레 2면 기사.
▲ 14일자 한겨레 2면 기사.

한국일보는 “윤 지검장은 현 문 총장과 다섯 기수 차이가 날 정도로 기수가 낮다는 점 때문에 이제까진 주로 ‘차차기’ 후보로 거론돼 왔다. 하지만 현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예상 밖으로 빨리 식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질수록 현 정부에서 가장 신임받는 윤 지검장이 총장에 앉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반면 핵심 수사를 이끈 윤 지검장이 일선 수사에서 물러날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등 아직 진행중인 사건의 수사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고 전망했다.

조선일보는 ‘적폐수사 밀고 갈 칼이냐, 수사권 조정 떠맡을 적임자냐’는 제목으로 관련 소식을 전했다. 조선일보는 “윤 지검장이 총장이 된다면 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1988년 이후 고검장을 거치지 않고 총장으로 직행한 첫 사례가 된다”며 “그가 총장이 되면 문 대통령이 검찰을 ‘칼’로 활용하며 적폐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현 정부가 지지율을 떠받치는 목적으로 검찰 수사를 이용하기 위해 윤 지검장을 총장에 임명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직 고위 검찰 간부 발언도 전했다.

또한 “(윤 지검장은) 문무일(18기) 검찰총장보다 연수원 5년 후배다. 후배가 검찰총장이 되면 동기와 선배 기수들이 물러나는 검찰 관행에 따라 그가 총장이 될 경우 연수원 19~23기 고검장·지검장들이 줄줄이 사퇴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여기에 정권이 검찰총장을 '내 편'으로 채웠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고, 그가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우려가 검찰 안팎에서 나오는 점 등이 청와대로선 부담일 수 있다”고 했다.

중앙일보도 같은 이유를 들어 “후배가 검찰총장이 되면 동기와 선배 기수들이 물러나는 검찰 관행에 따라 19~23기 고검장·지검장급 검사가 줄줄이 사퇴하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하는 한편 “반면 윤 검사장의 사법시험 합격이 늦어 대부분의 선배 기수들보다 나이가 많기 때문에 윗 기수들이 옷을 벗는 관례가 바뀔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내다봤다.

▲ 14일자 조선일보 4면 기사.
▲ 14일자 조선일보 4면 기사.

한겨레와 세계일보는 사설에서 차기 검찰총장 덕목을 논하기도 했다. 한겨레 사설은 ‘검찰개혁 소신’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검찰 개혁의 소신을 갖고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 최우선 기준”이라는 것. 한겨레는 문무일 검찰총장 사례를 들어 “그는 국회 신속처리절차에 회부된 수사권 조정법안에 대해 ‘민주적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사실상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은 계속 검찰이 가져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법안을 일부 수정하겠다는 박 장관 해명도 깎아내렸다. 차기 검찰총장이 이런 식이어선 곤란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검사’ ‘국민총장’이란 칭송까지 듣던 검찰이 결국 조직이기주의 벽 앞에서 한계를 드러냈던 과거사를 차기 검찰총장은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진정한 ‘국민총장’의 탄생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 14일자 세계일보 사설.
▲ 14일자 세계일보 사설.

세계일보 사설은 ‘정치적 중립’을 강조했다. 세계일보는 “현 정부 들어 ‘적폐청산 수사’를 주도한 윤 지검장이 후보에 포함됨에 따라 조직 안정성보다 정권 충성도를 기준으로 인선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독립된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검찰총장 임명에서 권력 개입을 차단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런 만큼 정권의 이해를 뛰어넘어, 검찰을 준사법기관으로 바로 세울 적임자를 골라야 한다”며 “문 대통령이 정권에 대한 충성도를 인선 기준으로 삼았다가는 검찰개혁의 진정성마저 의심받을 것이다. 검찰 조직은 물론 국민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총장 인선이 답”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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