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음성 변조해 공무원 등 취재원을 인터뷰한 것처럼 보도한 KNN에 역대 최대 수위의 제재가 추진된다.

▲ KNN이 지난해 11월18일자로 보도한 부상항 관련기사. 현재 이 기사는 포털에서 검색은 가능하지만 기사내용은 아래와 같이 삭제됐다. 사진=KNN 보도화면 갈무리
▲ KNN이 지난해 11월18일자로 보도한 부상항 관련기사. 현재 이 기사는 포털에서 검색은 가능하지만 기사내용은 아래와 같이 삭제됐다. 사진=KNN 보도화면 갈무리
▲ 김아무개 KNN 기자가 쓴 기사 40여건이 이처럼 삭제됐다. 사진=KNN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 김아무개 KNN 기자가 쓴 기사 40여건이 이처럼 삭제됐다. 사진=KNN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위원장 허미숙)는 13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전원합의로 부산지역 민영방송 KNN의 메인뉴스 ‘뉴스아이’가 보도한 부산 신항 관련 리포트(4건)와 의학정보 리포트(1건)를 안건 2개로 나눠 각각 과징금을 건의했다.

‘과징금’은 방송법상 최고수준의 징계로 방송사 재허가 심사에 반영되는 방송평가에 10점 감점된다. 방통심의위 출범 후 지상파 방송사가 과징금 처분을 받은 전례는 없다. 과징금 액수는 3000만원을 기준으로 1500만원을 가중하거나 감경한다.

김아무개 기자는 부산신항 관련 리포트에서 부산항 터미널 운영사 관계자, 부산항 터미널 관계자, 정부 관계자 등의 발언을 담았으나 기자 본인이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하고 음성변조해 내보낸 조작이었다.

KNN은 지난 1월23일 김아무개 기자에게 정직 6개월 중징계를 내렸다. KNN은 내부 제보를 받고 조사를 거쳐 10여건 안팎의 조작을 확인하고 지난 1월21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결정을 했다. 미디어오늘이 2월26일 관련 사안을 보도하자 KNN은 메인뉴스 첫 머리에 ‘시청자 사과’를 했다.

이날 의견진술자로 출석한 박철훈 KNN 보도국장은 “징계한 시점에 사과했어야 하는데 미디어오늘 기사가 나온 날에 사과했다”는 허미숙 소위원장 지적에 “당시 주총을 앞두고 있었다. 인사, 조직개편 등 여러 문제가 있어 결정이 늦어졌다. 불찰이다”고 해명했다.

허미숙 소위원장은 “해당 기자가 비슷한 시기에 쓴 기사 40건 중 (조작으로 밝혀진) 5건 이외의 35건을 왜 삭제했냐”고 묻자 박철훈 보도국장은 “기자의 윤리와 취재 행태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김 기자 이름을 걸고 나간 기사는 문제라고 생각해 삭제했다”고 밝혔다.

김 기자의 인터뷰 조작 사건 당시 데스크였던 박철훈 취재부장이 3월1일자로 보도국장으로 승진한 데 대한 지적도 나왔다.

전광삼 상임위원은 “선배라는 사람들은 뭘 하고 있었나? 데스크는? 자신들은 아무 책임이 없다? 심지어 경영진은 보고라인에 있던 사람을 보도국장으로 발령냈다. KNN은 문제의식과 고민이 심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심영섭 위원도 “개인이 취재원을 조작해 기사 쓰는 게 혼자 힘으로 가능한 일인가”라며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지 논의하지 않고 기사를 삭제하고 끝냈다. 언론윤리를 가르치는 교과서에 실릴 수밖에 없는 심각한 사고”라고 했다.

허미숙 위원장은 “인터뷰 조작 문제를 넘어서서 시청자 기만으로 보인다. 진실해야 하는 뉴스 보도를 조롱거리로 전락시켰고, 후속 처리 과정이 명확하지 못해 큰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최종 제재 수위는 위원 전원이 모인 전체회의에서 확정된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 조롱 논란을 빚은 MBC ‘전지적 참견 시점’의 경우 소위에서 과징금 건의됐으나 전체회의에서 제재 수위가 낮춰진 전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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