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진보정치권 4자 통합 주역이었던 심상정 정의당 의원(당시 정의당 대표)과 양경규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당시 노동정치연대 대표)이 당권을 두고 맞붙는다. 오는 7월 정의당 당대표 선거는 “크고 강한 정의당”을 표방한 심 의원과 “민주적 사회주의로 전환”을 선언한 양 전 부위원장의 2파전으로 치러진다. 두 후보 모두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가졌다.

심상정 “내년 총선은 수구세력 대 진보세력 한 판 대결”

심상정 의원은 ‘심상정과 함께 정의당 국민 앞으로’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심 의원은 “내년 총선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놓고 치르는 수구 정치세력 대 진보 정치세력의 한판 대결이다. ’자유한국당의 부활이냐, 정의당의 약진이냐’로 판가름 나는 선거다. 수구세력의 부활, 기득권에 안주해온 더불어민주당으로 못 막는다”며 “정의당이 승리해야 자유한국당을 퇴출시킬 수 있다. 정의당이 승리해야 강한 개혁을 견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심 의원은 “올해가 정의당 창당 7년차다. 진보정당 역사로 보면 20년이다. 정의당은 이제 기성정당”이라며 “작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우리 스스로의 변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크고 강한 정의당’으로 발돋움해 집권을 열망하고 준비하는 정의당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무상급식, 무상교육, 경제민주화, 국회 특수활동비 폐지 등 언제나 민생개혁을 선도해 온 것은 진보정당이었다. 주저하고 흔들리던 민주당과 국민의당 두 야당 사이에서 중심을 잡고 탄핵연대를 이끌어낸 것도 정의당이었다”고 강조했다.

▲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정의당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정의당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심 의원은 정의당이 나아갈 방향으로 △열린 정당·혁신정당 △유능한 경제정당 △청년당당 정의당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당원 뿐 아니라 지지자·국민이 참여하는 ‘개방형 경선제도’ 도입과 디지털 정당이 되기 위한 시민참여 디지털플랫폼 구축 등 시민 정책 참여 확대, 새로운 한국형 경제성장전략을 제시하기 위한 당대표 산하 ‘그린뉴딜경제위원회’ 설치, 기본소득 도입 방안 준비 등을 공약했다. 청년 정치인 육성프로그램인 ‘진보정치4.0’을 체계화하고 매년 ‘(가칭)대한민국청년정치페스티벌’을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평화 시대를 열어가고 있지만 시민의 삶을 위협하는 불평등은 더욱 확대되고 환경과 생태 위기에는 제대로 된 대응조차 못하고 있다. 제가 당대표가 되면 불평등 해소를 정의당의 제1의 과제로 삼겠다. 불평등의 근본 뿌리인 세습자본주의를 개혁하고 경제적폐를 청산하겠다”고 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심 의원은 “계속 심상정 밖에 없느냐 말씀하시는데 리더십은 과거처럼 누구를 특정해서 키우는 방식으로 형성된 건 아니다”며 “내년 총선에서 승리해 많은 의원들을 당선시켜서 진보정치 황금세대를 일구는 게 우리 당의 리더십 확충을 위해 제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양경규 “제3세력으로서의 진보야당 정의당 강조해야”

‘모두를 위한 과감한 전환, 민주적 사회주의’를 내세운 양경규 전 부위원장은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 나경채 전 정의당 공동대표, 권수정 서울시의원 등과 함께 기자회견장에 섰다. 양 전 부위원장은 “사회주의를 말하는 일은 낡고 상투적일 뿐 아니라 철 지난 이념과 가치의 수사에 불과하다고 말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민주주의와 사회주의는 새로운 사회를 향한 오래된 가치이고 어느 시대에도 변함없는 시대정신”이라고 밝혔다.

양 전 부위원장은 “지난 몇 개월 예멘 난민의 난민 인정, 투기와 반칙 등을 비판하면서도 그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인사들에 대한 국회인사청문회와 인준, 국민정서를 이유로 슬며시 방기하는 노동권 보호 등은 국민과 당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최근 낙태죄 법안 발의와 국가보안법 대변인 성명은 진보정당으로서 정체성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며 “민주당과의 차별성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 양경규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정의당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 양경규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정의당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양 전 부위원장은 ‘민주적 사회주의’는 야만적 자본주의에 강력하게 저항하는 ‘생태 사회주의’이자, 여성·성소수자·장애인·이주민 등에 대한 불평등을 거부하는 ‘사회주의 페미니즘’과 ‘무지개 사회주의’라고 설명했다. 향후 정의당이 실현해야 할 3대 과제로는 △전면적 녹색전환 △소득격차의 근본적 해소 △강력한 자산 재분배 등을 꼽았다.

세부 공약으로는 전국위원회·대의원대회 등 각급 대의기구 실질화, 권역별 부대변인 기용, 지역중심으로 교육체계 개편, 청년에게 기획·운영권을 주는 연 1회 대규모 청년캠프 등을 제시했다. 내년 총선 전략으로는 “‘제3세력’으로서의 진보야당 정의당을 강조해야 한다”며 “비례대표 문제는 지역이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것과 당 외부 인사 영입이라는 오래된 관성을 극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양 전 부위원장은 “아침에 심상정 후보 기자회견을 봤다. 감동이 없었다. 지난 5년 해왔던 말의 되풀이었고,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고 실천 의지도 없었던 게 정의당의 과거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침 출근길 뉴스에서 ‘어대심’(어차피 대표는 심상정)이라는 표현을 들었다. 진보정당인 정의당에 매우 심각한 발언”이라며 “훌륭한 정치인, 사랑받는 대표 정치인이 필요하고 그런 역할을 부정하지 않지만, 그것만으로 진보정당은 성장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의당은 내달 제5기 동시당직선거를 통해 당 대표 1인과 부대표 3인, 17개 광역 시·도당위원장과 각 지역위원장, 93명의 전국위원과 약 730명의 대의원 등 당직자를 선출한다. 후보등록기간은 오는 19~20일 양일간이며, 7월8일부터 13일까지 투표가 진행된다. 당대표의 경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7월15~20일 1·2위 결선투표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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