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을 드러낼 지표가 나오면 보도를 쏟아냈고 반대 지표가 나오면 침묵했다. 정책 효과가 제한적임에도 영향력을 과장하거나 논리적 설명없이 최저임금 탓만 강조하며 여론에 영향을 줬다. 노동계가 언론에 공론장 왜곡의 책임을 묻는 이유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지난 12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열린 ‘2019년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자본·보수언론 논리 반박과 우리의 대안’ 강연을 열고 최저임금 보도의 맹점을 짚었다.

최저임금 정책 비중은 지나치게 과장됐다. 김 이사장은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 수혜자들의 임금인상분은 총 7.2조원, 피용자보수총액 864조원의 1% 미만일 뿐”이라며 “정부가 쓴 일자리안정자금 3조원 가량을 뻬면 비중은 더 준다”고 밝혔다. 법정최저임금의 80~115% 수준 임금을 받는 수혜자 또한 경제활동인구 2000여만명 중 552만명이고, 종업원을 고용한 자영업자는 전체 568만 명 중 161만 명이다. 김 이사장은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주도 성장 정책 중 하나일 뿐 정부 재정지출 확대, 소득 재분배 및 경제민주화, 초기업 단체교섭 등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비중이 부풀려진 배경엔 ‘보도 물량 공세’가 있다. 김 이사장이 최저임금을 키워드로 지난해 보도량을 조사하니 서울경제가 4343건, 아시아경제 3082건, 조선일보 1888건, 중앙일보 1683 순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해고도미노’, ‘고용참사’, ‘물가 폭등’ 등 부정적 헤드라인의 기사다.

▲2018년 한 해 경제지·보수지 실업급여 보도 헤드라인 모음. 그래픽=이우림 기자
▲2018년 한 해 경제지·보수지 실업급여 보도 헤드라인 모음. 그래픽=이우림 기자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이 2월19일 발행한 '최저임금 보도건수 추이' 이슈페이퍼 중.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이 2월19일 발행한 '최저임금 보도건수 추이' 이슈페이퍼 중.

기사는 통계청 등에서 경제지표를 발표할 때마다 쏟아졌다. 원인분석 없이 최저임금 인상만 탓한 기사가 대부분이다. 가령 지난해 1월 취업자수가 1년 전에 비해 3만여명 줄면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라 보도했고 매달 반복됐다. 소득 하위 1분위 월평균 가계소득이 지난해보다 4% 준 통계도 “최저임금을 받는 취약계층의 고용이 줄어서”라 설명했다. 중간 분석 과정은 없다.

김 이사장은 “고용 참사, 자영업 몰락, 물가 폭등 모두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고용률은 지난해와 거의 같다. 만 15세 이상 고용률은 2017년 60.8%에서 60.7%로 줄었고 15~64세 고용률은 66.6%로 같다. ‘고용참사’ 프레임은 맞지 않단 얘기다. 취업자수 증가세는 둔화됐으나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라 확신하긴 힘들다. 1983년부터 지난해까지 월별 취업자수 증가 그래프를 그리면 취업자 증가세 둔화는 2013년 11월부터 시작됐다. 2018년 취업자수는 2017년보다 9만7000명 늘었다.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1.5%다. 2017년 1.9%보다 낮다. 한국경제 지난해 2월27일 “외식물가 이어 택시요금까지 들썩…‘인플레의 공포’ 닥치나” 기사, 4월6일 “최저임금 인상 3개월 만에 … 8년간 숨죽였던 치킨값도 오른다” 기사 제목이 무색하다.

이에 비해 임금불평등 완화 정황이 확인되면 보도량은 상대적으로 적다. 통계청 지역고용조사를 보면 소득 상위 10% 시간당 임금을 하위 10% 값으로 나눈 임금불평등 지수는 2017년 4.1배에서 2018년 3.72배로 줄었다. 월 임금은 5배에서 4.59배로 비슷하다. 김 이사장은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로 봐도 시간당 임금은 4.13배 차에서 3.75배로, 월 임금은 5.63배에서 5.04배로 줄었다”고 말했다. 값이 높을수록 소득불균등 정도가 심한 지니계수도 지역고용조사 시간당 임금 기준 2017년 0.3169에서 2018년 0.3092로 낮아졌다.

김 이사장은 “최저임금 정책의 고용효과는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언론엔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은 1980년대 최저임금인상이 10대 청소년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고, 이후 고용효과가 크지 않다거나 긍정적이란 연구결과가 나오며 지금까지 논쟁 중이다. 2009년부터 지금까지 미국·영국에서 발표된 메타분석 논문 3건도 최저임금의 부정적인 고용효과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결론냈다.

한국 학계도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의 부정적 효과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논문이 다수지만 보도는 드물다. 2018~2019년 한국노동연구원 홍민기·이병희·오상봉·성재민 연구원이 낸 보고서 4건 모두 “유의미한 고용효과 통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결론냈다. 황선웅 부경대 교수도 2018년, 2019년 실증분석을 통해 같은 결론을 냈다. 이정민 서울대 교수(2018·2019), 김낙년 동국대 교수(2019), 강창희 중앙대 교수(2019)는 부정적 효과가 매우 컸다는 보고서를 냈는데 논쟁 중이다. 이정민 교수 논문 경우 분석 연령대를 달리했을 땐 결과가 반대였다. 5개 분석 모델 중 김낙년 교수가 택한 모델을 제외하면 4개 모형 모두에서 유의미한 통계가 나오지 않았다.

언론은 오보를 바로 잡는 보도에 인색했다. 지난 5월5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사례가 예다. 한경연은 한국이 1인당 국민총소득(GNI) 대비 최저임금이 OECD 최저임금제 시행국 28개 중 7위며 주휴수당을 계산에 포함하면 1위라 밝혔다. “한국 최저임금 OECD 최고수준” 제목의 기사가 쏟아졌다.

그러나 1인당 GNI 대비 분석은 최저임금 국제 비교로 통용되지 않고 OECD 공식통계도 국가별 시간당 최저임금, 평균임금 대비 비율만 낸다. 김 이사장이 OECD 공식통계로 분석한 결과 한국 최저임금은 OECD 중간 수준이다. 2017년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평균값은 41.4%로 29개국 중 15위고 중위값 경우 52.8% 수준으로 29개국 중 13위를 기록했다.

‘기승전-최저임금’식 보도로 심층적인 분석과 각계 다양한 입장 전달은 실종됐다. 진보진영 내 이견도 소극적으로 다뤄진다. 지난 5월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이 낸 논문 ‘저임금·임금격차에 대한 노동자운동의 접근방향’은 저임금 노동자들 일자리 경쟁이 심화될 수밖에 없는 저성장 국면인데, 시장을 규제할 수단이 없고 노동자 교섭력도 없는 상황에서 급격히 최저임금을 올려 부정적 고용 효과를 낳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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