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쓰다 보면 굳이 이런 말을 전해야 하나 싶을 때가 있다. 얼마 전 보수진영이 제기하는 언론자유 침해 주장을 검증하는 기사를 쓸 때가 그랬다. “정부가 공개적으로 언론 보도에 반박하는 게 심각한 언론자유 침해”라는 주장은 기사를 다듬는 과정에서 뺐다. 크게 부각된 주장도 아니었고, 굳이 따로 언급해 검증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관련기사: 문재인 정부 보수 유튜버 탄압 논란의 전말]

그런데 시간이 흐르자 이 논리는 하나의 대표적인 프레임이 됐다. 이언주 의원은 최근 표현의 자유 관련 세미나에 두 차례 참석해 이 같은 주장을 폈다. 청와대가 중앙일보 칼럼에 정정을 요청하자 한국당이 공식 논평을 통해 언론자유 침해라고 맞섰다.

특히 한국당 소속 박대출 의원(언론장악저지 및 KBS 수신료 분리징수 특위 위원장)의 논평은 심각했다. 그는 12일 “靑, 기자 칼럼까지 통제하려드나” 논평을 통해 “전 정권 때의 ‘전화 부탁’도 문제 삼더니 자신들은 ‘공개 요구’”라며 박근혜 정부와 비교해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 2014년 세월호 참사에 대한 KBS 보도 개입 혐의(방송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진 이정현 의원이 2018년 1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열린 1차 공판에 출석했다. 사진=노컷뉴스
▲ 2014년 세월호 참사에 대한 KBS 보도 개입 혐의(방송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진 이정현 의원이 2018년 1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열린 1차 공판에 출석했다. 사진=노컷뉴스

청와대 수석이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해 특정 보도를 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과 청와대가 언론 보도를 공개적으로 반박하고 정정을 요구하는 것. 두 사안은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할 일이 아니다. 

박대출 의원은 ‘전화 부탁’이라고 했지만 이정현 전 수석은 명백히 보도에 개입했고 그는 실형을 선고 받았다. 지난해 12월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방송국 국장에 접촉해 편성에 영향을 미치려고 했다. 단순한 항의나 의견 제시를 넘어 직접적인 간섭에 해당해 명백히 방송법에 위반된다”고 판시했다. 박대출 의원은 박근혜 정부 때부터 미디어 담당 상임위에서 일해왔으니 이 사실을 모를리 없다. 

오히려 정부가 공개적으로 언론에 입장을 내는 건 권장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권력으로 눌러서, 혹은 물밑 거래를 통해 은밀하게 처리하는 방식은 사회에 해악이 될 뿐이다. 반면 언론은 보도로 말하고, 정부는 보도에 문제를 느끼면 반박 입장을 내고, 언론이 수긍할 수 없다면 재반박하는 건 ‘공론’의 영역이다. 투명하게 드러난 논박을 통해 누구의 주장이 더 타당한지 검증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진실에 가깝게 접근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대응이 문제 없다는 건 아니다. 이전 정부와 다르지 않게 대통령을 향한 비방 주장에 대한 형사고소 대응과 정부가 보여온 허위정보와 음모론에 대한 대책은 과도한 면이 있어 여러차례 지적했다.

그래도 한국당보다 심각하지는 않다. 여러차례 드러난 박근혜 정부 작성 문건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는 언론은 물론이고 포털, 미디어 기구, 심지어 지역의 풀뿌리 마을미디어까지 꼼꼼하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통제하려 했다. 그 시절과 현재 국제 언론자유 순위 차이만 봐도 분명하지 않은가. 백번 양보해 언론자유 침해 소지가 있다고 해도 그 걱정을 한국당이 할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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