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3개국 순방중인 문재인 대통령 부부의 방문지 등을 두고 비경, 풍광좋은 곳, 관광명소만 찾는다는 중앙일보 칼럼에 청와대가 사실왜곡이라며 반박했다.

논란이 되자 자유한국당과 조선일보도 ‘관광지를 빼놓지 않는다는 소리를 듣는다’고 거들었다.

남정호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11일자 칼럼 ‘남정호의 시시각각 – 김정숙 여사의 버킷리스트?’에서 북유럽 3개국 순방 가운데 노르웨이 방문지를 두고 “문 대통령 부부는 배에 올라 피오르의 비경을 접할 것”이라며 “이후 이들은 10㎞가량 떨어진 ‘그리그의 집’에 간다”고 썼다. 남 위원은 ‘솔베이지의 노래’로 유명한 노르웨이 작곡가 에드바르 그리그가 살던 아담한 2층 건물로, 이젠 기념관이 됐다며 노르웨이 정부는 문 대통령 부부를 위해 여기서 음악회를 열어준다고 썼다. 남 위원은 “문 대통령은 사실상 이틀뿐인 공식 일정 중 하루를 이 풍광 좋은 베르겐에서 쓴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유람할 때냐’는 비판이 안 나오게 노르웨이 일정도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게 옳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25개월간 19번 출국한 사실을 들면서 남 위원은 “웬일인지 유독 관광지를 자주 찾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며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인도의 타지마할과 후마윤 묘지, 체코의 프라하, 베트남의 호이안, 바티칸의 성베드로성당 등을 들었다. 남 위원은 “죄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세계 최고 관광지”라며 “야당에선 ‘부부동반 세계일주하냐’ ‘김 여사 버킷리스트가 있지 않냐’는 비아냥이 쏟아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특히 18차례 동행한 김정숙 여사의 방문과 관련해 남 위원은 지난해 11월 김 여사의 인도 단독 방문이 개운치가 않았다며 남편이 일하는 사이, 인도 정부는 그를 세계적 유적인 후마윤 묘지로 안내했다고 썼다. 남 위원은 “청와대는 인도 총리 요청으로 가는 것처럼 발표했지만, 인도 대사관은 ‘한국 측이 김 여사를 대표단 대표로 보낸다고 알려와서 초청장을 보냈다’고 밝혔다”고 썼다. 또 남 위원은 당시 김정숙 여사의 일정을 두고 첫날은 밤에 도착해 둘째 날 총리 등을 면담, 셋째 날은 허왕후 공원 착공식 및 인도의 최대 축제 ‘디왈리’에 갔다가 넷째 날 타지마할 관광 후 귀국했다고 썼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각) 오후 노르웨이 답례문화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오슬로 오페라 중극장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각) 오후 노르웨이 답례문화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오슬로 오페라 중극장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를 두고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정정을 요구하는 부대변인 명의의 서면브리핑을 냈다.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11일자 중앙일보 ‘남정호 칼럼’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잘못된 정보를 옳지 않은 시선에서 나열한 ‘사실왜곡’”이라고 비판했다.

한 부대변인은 “더욱 안타까운 것은 외교상 방문지 국가의 요청과 외교관례를 받아들여 추진한 대통령 순방 일정을 ‘해외유람’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입니다. “최초로 국빈 방문을 하게 된 상대국에 대한 심각한 외교적 결례이며, 국익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썼다.

노르웨이 베르겐 방문일정에 한 부 대변인은 “모두 노르웨이의 요청에 따라 결정된 것”이라며 “수도 오슬로 이외 제2의 지방도시를 방문하는 것은 노르웨이 국빈방문의 필수 프로그램이자 노르웨이의 외교관례”라고 반박했다.

한 부대변인은 그리그의 집 방문을 ‘풍광 좋은 곳에서의 음악회 참석’으로 폄훼했다며 “노르웨이측이 일정에 반드시 포함해 줄 것을 간곡히 권고하여 이루어진 외교일정”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을 인도 총리 요청으로 가는 것처럼 발표했다는 남정호 위원 주장에 한 부대변인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김정숙 여사의 대표단 인도 방문은 인도 모디총리가 한-인도 정상회담 계기에 대표단 참석을 요청하고 이후 지속적으로 우리 고위 인사 참석을 희망해옴에 따라 성사된 것이다. 허위의 사실을 기반으로 김정숙 여사를 비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정숙 여사의 일정을 ‘둘째날 총리 면담, 셋째날 허왕후 공원 착공식 및 디왈리 축제, 넷째날 타지마할 관광 후 귀국’만을 언급한 것을 두고 한 부대변인은 “당시 김정숙 여사는 스와라지 외교장관 접견, 사비타 대통령 영부인 면담, 뉴델리 학교 스타트업 시연현장 방문, 우타르프라데시주 주총리 면담 등의 공식일정을 수행했다”며 “이런 일정을 의도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 부대변인은 “이러한 사실관계를 지적하며, 중앙일보측이 칼럼을 정정해 줄 것을 엄중히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남정호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남정호 위원은 13일 미디어오늘에 이메일 답변을 통해 “현재 진행 중인 사안”이라며 “개인뿐 아니라 회사가 관련된 사안이라 지금 단계에서 제가 개인적으로 뭐라고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 저녁(현지시각) 노르웨이 오슬로 오페라하우스 중극장에서 열린 답례문화행사에 참석해 공연을 보고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 저녁(현지시각) 노르웨이 오슬로 오페라하우스 중극장에서 열린 답례문화행사에 참석해 공연을 보고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청와대

한편,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과 조선일보 주필은 남정호 위원의 주장과 유사하거나 두둔하는 주장을 폈다.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은 12일 “해당 칼럼은 대통령 순방에 대한 기자의 해석이고, 시각”이라며 “해석까지, 시각까지 청와대 입맛대로 해야 하나. 그게 언론자유 침해이고, 독재적 발상”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양상훈 조선일보 주필은 13일자 칼럼 ‘다뉴브의 한국 인형’에서 강경화 외교부장관을 비판하면서 “외국 방문이 많은 대통령 부부는 ‘관광지를 빼놓지 않는다’는 소리를 듣는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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