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있는 국제 영화제가 최고상을 주었다는 이유로 극장에 가기를 몹시 귀찮아함에도 개봉 첫날 영화를 봤다. 빈부격차, 양극화를 다뤘지만 재미있다고 하고, 외국의 관객들도 많이 웃었다고 하니 웃을 준비를 하고 앉았지만, 영화 내내 웃을 수 없었다. 영화 속 빈자의 삶이 남의 일이 아니었고, 부자에게 기생하기 위해 서로 경쟁하고 죽이는 모습이 너무 어리석어서 답답했다. 또, 자신의 노동을 팔고 그 대가를 받는 취업(근로계약)이 기생으로 표현되는 것도 불편했는데 그게 설득력이 있다는 게 더 찜찜하기도 했다. 이 영화에 대해 많은 이들의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필자는 기우네 가족이 박사장네 취업하기 위해 조작한 두번의 해고에 대해 말하고 싶다. 그 이유는 노동법을 가지고 20여년동안 먹고 산 직업탓이다. 

▲ 영화 ‘기생충’ 포스터
▲ 영화 ‘기생충’ 포스터

 

기우네 가족의 농간에 의해서 운전기사와 가정부가 해고되는 장면에서 첫째 저들은 해고수당이나 위로금, 퇴직금은 받았을까를 생각했다. 근로기준법 제26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30일전에 예고하고 그렇지 않으면 30일분의 임금을 주도록 정하고 있다. 그들은 즉시 해고되기 때문에 해고수당을 받아야 하고 수년간 일했다고 하니 당연히 퇴직금도 주어야 한다. 그런데 근로기준법은 가사사용인에게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은 해고수당이나 퇴직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 만일, 이들이 박사장이 경영하는 IT 기업이나 관련 회사 소속이라면 가능하다. 방송에서 재벌들의 갑질 사례로 가정내에서 재벌들을 수발하는 사람들도 모두 회사법인 소속이어서 사적인 비용도 회사에 떠넘긴다고 하니 박사장네도 그랬을 것으로 추측한다. 

둘째 박사장네는 그들에게 왜 해고하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이 왜 해고되는지 알지 못해서 잘못이나 결함에 대해 변명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 사실, 이 부분이 가장 마음에 걸렸던 점이다. 근로기준법 제 23조에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해고를 금지하고 있지만, 정당한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하고 있지 않아서 법원판례를 봐야 한다. 법원판례는 정당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크게 세가지로 나누어 설명하는데, 하나는 더 이상 근로관계를 지속할 수 없을 정도의 사정이다. 영화에서 처럼 가정부가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전염병에 감염된 것이나, 업무용 차량에서 기사가 부적절한 행위를 한 것도 해고사유가 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해고절차에서 노동자에게 소명(변명)의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정말 잘못된 행위를 했는지, 왜 그랬는지를 스스로 설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회사 내 취업규칙(인사·복무 규정)이나 단체협약에 관련 절차가 있다면 반드시 따라야 한다. 잘못된 행동임에도 그럴만한 합리적 이유가 있었다면 이해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노동자가 잘못된 행동을 했다 해도 해고할 만큼 큰 잘못인가를 판단한다. 해고가 아닌 감봉이나 정직이 될 수도 있다. 정당한 해고인지는 이 세가지 기준을 순서대로 적용해서 판단된다. 하나라도 걸리면 그 해고는 무효이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근로계약이 대등한 쌍방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그 계약 내용이 종속성을 담고 있기 때문에 특별하게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취지일 것이다. 좀 더 깊게 생각해 보면 종속적 관계에서도, 비록 사장이 시키는데로 일해야 하는 사람도 대등한 인간으로 존중해야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이혜수 서울노동권익센터 법률지원팀장
▲ 이혜수 서울노동권익센터 법률지원팀장

이들에게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해도 ‘존중’받아야 한다. 잘잘못에 대한 판단권한이 사용자에게만 있지 않고, 노동자는 소명할 권리가 있고, 사용자의 판단은 번복될 수 있다. 그러나 박사장네는 운전기사와 가정부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웃으며 “ 여사님”, “기사님”이라 존대를 하지만 실제는 자신의 결정에 ‘토’를 다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단 한번도 같은 대등한 인간으로 존중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결코 “왜”라는 질문을 할 수 없었고, 그래서 박사장네가 아무것도 몰랐다 해도 그들은 이 비극에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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