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의 기택(송강호 역)처럼 반지하에 38만 가구가 산다. 인구로는 100만명가량에 달할 것이다.

경향신문이 12일자 경제면(16면)에 ‘기택네 반지하에 38만 가구가 산다’는 제목의 머리기사로 주거 환경이 한계 상황에 처한 빈곤층을 집중 조명했다. 경향신문은 “국토교통부의 2018년 주거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전국 가구의 1.9%(38만가구)가 지하·반지하·옥탑방에 산다”며 최저 주거기준에 못 미치는 빈곤층을 분석했다.

청년가구의 주거 빈곤비율은 서울만해도 2005년 34%에서 2015년 37.2%로 점점 확대되고 있다.

경향신문은 “반지하가 가난의 결과라면 일자리는 가난의 원인”이라며 “영화 초반 기택의 식구들은 누구도 일자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일용직 근로자가 156만 8000명, 단순노무직은 352만 2000명에 달한다.

반지하방은 박정희·전두환 개발연대의 합작품

경향신문은 이 기사에서 ‘지하와 반지하’를 구분하는 기준도 소개한다. 바닥에서 지표면까지 높이가 해당 층의 절반이 안 되면 ‘반지하’이고, 절반 이상이면 ‘지하’로 구분한다.

반지하 주택은 박정희 시절 ‘분단과 주거정책’의 산물이다. 박정희 정부는 1970년 전쟁 발발에 대비한다면서 건축법을 개정해 주택마다 전시에 방공호로 활용하려고 지하실 설치를 의무화했다. 원래는 이 공간에 사람이 살면 안됐지만, ‘이촌향도’의 바람을 타고 사람들이 서울로 몰려들자 집주인들은 이 전시용 방공호 시설인 반지하를 세놓기 시작했다. 충분한 주택 공급 능력이 없었던 정부는 이를 묵인했다.

전두환 정부가 1984년 주택법을 개정해 반지하 요건을 완화하면서 반지하 주택은 급속히 늘어났다. 정권과 자본이 손잡고 만든 ‘개발연대’의 비극이다.

▲ 12일자 경향신문 16면.
▲ 12일자 경향신문 16면.

조선일보·경제지 ‘매출 1조원 기업까지 혜택 줘라’ 주문

기업상속세 개편에 조선일보와 경제지들은 ‘시늉만 낸’, ‘변죽만 울린’, ‘찔금 개편’ 등의 단어를 쓰면서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12일자 경제섹션 1면에 ‘상속세에 망가지는 강소기업들, 또 한숨만…’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이번 가업상속공제 개편을 ‘변죽만 울렸다’고 비판했다.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가업상속 공제’는 중소기업 지원 차원에서 1997년 도입됐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연 매출 3000억원 이하 중견기업까지 확대됐고, 공제 금액도 1억원에서 500억원까지 늘어났다. 중소기업을 넘어 웬만한 대기업까지 혜택을 누리게 됐다.

정부와 여당이 11일 당정 협의 끝에 매출액과 공제금액 기준을 그대로 둔채 상속세를 면제받는 조건으로 업종이나 자산, 고용을 유지해야 하는 사후관리 기간을 10년에서 7년으로 줄이고, 이 기간 동안 지킬 의무사항 중 일부를 완화했다. 기업상속세를 공제받고도 중분류까진 업종 변경을 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업계는 연매출 1조원까지 확대하고 업종 변경도 대분류까지 확대해 달라고 요구했다. 매출 1조원짜리 회사까지 공제 혜택을 주면 애초 제도를 만든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

▲ 12일자 조선일보 경제섹션 1면(위)과 매일경제 1면 머리기사.
▲ 12일자 조선일보 경제섹션 1면(위)과 매일경제 1면 머리기사.

매일경제신문도 12일자 1면에 ‘시늉만 낸 가업상속 세재개편’이란 제목의 머리기사으로 “이번 개편은 경제도 어렵과 하니 정부가 ‘우리도 기업친화적이다’란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준이지 본질은 건드리지도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매일경제는 “재계에서는 즉각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면서 중견기업연합회와 경총의 입장을 대변했다.

▲ 12일자 조선일보(왼쪽) 사설과 세계일보 사설.
▲ 12일자 조선일보(왼쪽) 사설과 세계일보 사설.

한국일보 ‘조세 형평성 해치는 특혜 논란’

반면 한국일보는 12일자 6면 ‘가업상속공제 매출 기준 높이면 특혜 논란… 대상 확대 불씨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대상 기업 기준을 연 매출 3000억원으로 현행 유지했지만 “여당은 물론 야당과 재계까지 매출 기준을 높여 대상기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매출 기준을 재계 요구대로 1조원까지 대폭 완화해야 한다는 개정안을 낸 이원욱 민주당 의원까지 거명하면서 우려를 표했다. 한국일보는 “(매출 기준은) 입법 과정에서 수정 여지가 있는 셈”이라는 여권 관계자의 말까지 덧붙였다.

하지만 조선일보와 경제지에 등장한 교수 등 전문가들과 달리 한국일보는 “전문가들은 대체로 매출기준 확대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인다”고 전했다. 가업상속공제의 근본 취지는 중소기업이 ‘상속세 부족→기업지분 매각→일자리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어주자는 것이었다.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는 선진국도 상속세 공제 자체가 조세 형평성을 해치기 때문에 적용 대상을 가급적 좁게 설정한다.

독일에선 기업 자산이 약 340억만 넘어도 상속세가 경영에 부담이 된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자산 1100억원이 넘는 기업은 아예 공제를 받을 수도 없다. 일본은 비상장 중소기업에 한해 감면이 아닌, 납부 연기 혜택만 준다. 반면 한국은 현재에도 모든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의 86.5%가 공제 대상일 만큼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

반지하에 사는 가족을 그린 영화 ‘기생충’이 1000만 관객을 향해 질주하는 한국에서 상당수 언론이 매출 1조원짜리 회사까지 기업상속세를 공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12일자 한국일보 6면.
▲ 12일자 한국일보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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