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유튜브 못 봄(한국도 비슷)’” JTBC 계열 인기 유튜브 콘텐츠 와썹맨의 한 대목이다. 진행자 박준형이 인터뷰한 중국인 유학생이 “중국에서 유튜브 못 봐요”라고 답할 때 이 같은 자막이 나왔다. 

가짜뉴스라 불리는 허위정보와 음모론의 영향력이 크지 않다고 보는 이들은 극단적 성향의 그룹만 메시지의 영향을 받는다고 본다. 그러나 유튜브 검열 이슈는 달랐다. 페이스북, 네이버 등에서 관련 사안을 검색하면 사실을 왜곡한 정보를 믿는 사람들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국민적 서비스가 된 유튜브이기에 이슈의 파급력이 컸다. 

▲ 논란이 된 '와썹맨' 화면 갈무리.
▲ 논란이 된 '와썹맨' 화면 갈무리.

자유한국당과 보수 유튜버 등 보수 진영은 이를 적극 쟁점화한다. 지난 10일 심재철 의원이 문재인 정부 표현의 자유 제약 및 위협 사례 발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 황교안 대표가 직접 참석해 힘을 실었다. 그는 “정부가 마음에 들지 않는 유튜브 방송까지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5일 이언주 무소속 의원도 대동소이한 토론회를 열었다.

자유한국당과 보수 유튜버들은 정부여당이 △가짜뉴스 규제 기구를 만들고 △보수 유튜버를 심의 제재하고 △유튜브를 방송으로 규제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유튜브를 차단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보수 유튜버 등 비판 세력에 형사 소송을 제기한다며 반발한다.

이 같은 주장은 사실과 허위를 섞거나 맥락을 빠뜨려 사안을 교묘하게 왜곡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다.

보수 유튜버 탄압론의 대표적인 근거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보수 유튜버 대상 심의다. 심재철 의원실은 5·18 민주화운동 북한군 개입설 영상 차단 결정이 대표적인 표현의 자유 위협 사례라고 했다. 

▲ 10일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주최한 문재인 정부 표현의 자유 토론회. 이날 토론회에 황교안 대표,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신의 한수'의 신혜식씨, 이언주 의원 등이 참여했다. 사진=금준경 기자.
▲ 10일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주최한 문재인 정부 표현의 자유 토론회. 이날 토론회에 황교안 대표,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신의 한수'의 신혜식씨, 이언주 의원 등이 참여했다. 사진=금준경 기자.

그러나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도 관련 유튜브 영상 차단 심의가 37건 있었다. 대통령 등 권력자, 정부 정책에 대한 허위정보와 음모론은 이번 정부 방통심의위에서 제재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이날 토론자였던 ‘신의 한 수’ 진행자 신혜식씨가 올렸던 ‘문재인 대통령 치매설’ 영상도 심의에 올랐으나 방통심의위는 제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유튜브 속 허위정보와 음모론 콘텐츠는 주로 ‘사회질서 위반’조항으로 심의하는데 오픈넷 분석 결과 2018년 방통심의위는 이 조항으로 1건도 제재하지 않았다. 사드, 메르스, 세월호 참사 등 사건 때마다 나오는 음모론 게시글을 제재한 이전 정부와 대조적이다.

신혜식씨는 “이 정부가 초기부터 유튜브를 법안을 만들어 규제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보수 진영에서 ‘보수 유튜버 탄압’이라고 주장하는 변재일, 김성수 의원의 방송법 개정안이다. 이 법안은 도입 배경을 살펴야 한다. 변화한 매체환경에 따라 방송법 전반을 재정비하는 내용으로 넷플릭스, 푹 등 IPTV와 유사한 서비스를 방송으로 분류하는 게 목적이다. 다만 인터넷 방송 사업자를 구분하는 일이 쉽지 않아 일부 항목에서 유튜브 등도 포함될 여지가 있기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 같은 법안을 유튜버 규제 법안이라고 단정한다면 오히려 심각한 쪽은 한국당이다. 20대 국회에서 이은권·김성태(비례) 한국당 의원은 인터넷 방송을 겨냥한 강력한 법안을 발의했다. 이은권 의원 법안은 인터넷 개인방송 사업자에 불법정보를 차단하는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이 골자다. 김성태 의원 법안은 인터넷 기업의 자율적 심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방통심의위가 제재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지난해 논란이 됐던 허위정보 규제 법안도 마찬가지다. 박광온 민주당 의원의 법안이 언론중재위원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판단을 허위정보의 기준으로 둬 논란이 있지만 사업자가 임의로 허위정보를 가려내게 한 김성태 의원 법안과 국무총리실에 허위정보 대책기구를 세우는 강효상 의원 법안이 더욱 위험하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 방통위 임시중지 제도 도입을 강력하게 비판하는 유튜브 콘텐츠들. 작게는 수만 많게는 수십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 방통위 임시중지 제도 도입을 강력하게 비판하는 유튜브 콘텐츠들. 작게는 수만 많게는 수십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6월이 지났는데 아무 일도 없자 사그라들긴 했으나 빙통위의 유튜브 6월 차단설은 보수 유튜버들이 적극적으로 이슈로 만들었다. 이는 방통위가 추진하기로 한 ‘임시중지’라는 제도를 오해한 데서 비롯됐다. ‘임시중지’는 개인정보 유출 등 개인정보와 관련한 책무를 사업자가 외면했을 때 이뤄지는 조치로 표현물 규제가 아닌 데다 법 개정 사항이기에 방통위 권한으로 도입할 수도 없다. 방통위가 업무보고 자료에 임시중지 제도의 성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점이 오해를 키운 면도 있다.

‘상진아재’ 김상진씨 유튜브 계정 삭제 비판은 번짓수가 틀렸다. 이 결정은 정부가 아닌 유튜브의 판단이다. 그가 협박 콘텐츠를 올려 유튜브 정책을 위반한 게 이유다. 왜 한국에서만 이러냐는 지적도 있지만 유튜브는 미국의 극우뉴스 인포워즈가 “편파적 발언과 괴롭힘에 대한 우리의 정책을 반복해서 위반했다”며 계정을 없앴다. 

▲ '신의 한 수' 문재인 대통령 건강 이상 의혹 화면 갈무리. 이 영상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상정됐으나 정부여당 위원들도 '제재'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 '신의 한 수' 문재인 대통령 건강 이상 의혹 화면 갈무리. 이 영상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상정됐으나 정부여당 위원들도 '제재'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방통위가 허위정보 규제 기구를 만든다는 주장은 어떻게 봐야 할까. 민경욱 대변인은 9일 제보를 접했다며 11일 출범한 방통위의 ‘허위조작정보 자율규제 협의체’를 “정부여당의 수면 아래 ‘언론 통제기구’ 활성화 작업”이라고 비판했다. 

협의체는 비밀스러운 조직이 아닌 2019년 업무계획 자료를 통해 공개적으로 밝힌 사안이다. 협의체는 직접 규제에 나서는 조직이 아니라 어떤 정보를 허위조작정보로 볼 것인지 기준을 마련하는 일을 하게 된다.

지난해 11월 미디어오늘이 보도한 허위정보 범정부 대책 문건은 구체적인 시행 방안까지 담았으나 방통위가 이번에 만든 협의체는 향후 자율규제 방안을 논의하기로 정하면서 오히려 논란의 소지가 줄었다. 협의체에는 허위정보 규제에 비판적인 학계, 시민단체 인사들이 포함돼 있고 한국당 방통위원이 추천한 인사도 있기에 무리한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낮다.

그럼에도 정부가 주도하는 ‘자율규제’에 대한 우려를 할 수는 있다. 이언주 의원은 “정부가 주도하면서 말은 민간주도라고 하면 민간이 되나”라고 했다. 그동안 역대 정부에서 이런 방식의 자율규제를 추진해왔으나 사업자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지는 자율규제와는 거리가 있다. 따라서 향후 논의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면서 논란을 불식할 필요가 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사회적 합의를 이뤄낸다면 의미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어떻게 논의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 범정부 허위조작정보 대책 문건.
▲ 범정부 허위조작정보 대책 문건.

김동찬 사무처장은 “당의 주장과 법안의 방향이 일치해야 하는데 한국당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법안을 다수 발의했기에 진정성 없는 정치공세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국당은 고영주 이사장과 보수 유튜버 명예훼손은 비판하면서 정작 형사처벌 명예훼손죄 폐지를 요구하지는 않고, 정부의 온라인 표현물 대응에 우려하면서도 정작 더 강력한 인터넷 표현물 규제법을 발의하는 상황이다.

물론 정부여당이 아무런 흠결이 없는데 보수 진영이 반발하는 건 아니다. 자유한국당과 보수 진영 유튜버들은 보수 유튜버 탄압 사례를 논할 때마다 민주당 허위조작정보대책위의 구글코리아 항의방문을 언급한다.

특히 정치권의 형사고소 남발은 이전 정부 때 민주당이 우려한 문제기도 하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강원 고성 산불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언론사 사장단과 술을 마시느라 대응이 늦었다는 주장을 한 이들을 대거 형사고소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주장한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은 “형사 소송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가 용감했다”며 소송의 부당함을 성토했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정치인 등 공인, 특히 대통령이면 브리핑, 언론을 통해 팩트를 전달할 수 있는 수단, 자원, 권력을 가졌다”며 법적 대응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산불 논란 대응은 세월호 참사 때 박근혜 대통령 시술설 명예훼손 고소와 유사하다. 고영주 전 이사장 사례의 경우 ‘공산주의자’가 혐오표현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혐오표현은 소수자와 약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 다르다”고 했다.

그렇다면 무한정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하는 거냐는 지적이 있지만 ‘가짜뉴스’(허위정보) 대응은 잣대가 불분명해 논란을 피하기 힘들고 무엇보다 대통령과 정치인을 향한 비판과 의혹 제기에 대한 대응 제도를 만들면 권력자 입맛에 맞게 악용할 수 있는 점이 문제의 핵심이다. 지난해 정부여당의 허위정보 강경 대응 논란 당시 시민단체들이 혐오차별 표현 대응을 법제화하는 ‘차별금지법’을 대안으로 제시한 것도 같은 이유다. 

김동찬 처장은 “민주당 역시 일부 부적절한 일을 하거나 불필요하게 대처해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 한국은 표현물 규제가 과잉인 상황인데 이를 해소하는 제도적 개선을 함께 추진하면 정치적으로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누가 한국당이 표현의 자유 투사가 되도록 ‘소스’를 제공하고 있는가도 돌아봐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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