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지상파 방송 OBS(사장 박성희)에 대한 대주주 영안모자(회장 백성학)의 장악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OBS가 방송본부장과 보도국장을 공모한 배경에 대주주가 개입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커지고, OBS 주요 간부 20여명이 대주주인 영안모자의 역사기록관에 단체로 견학을 나간 일까지 벌어지는 등 대주주 입김이 세지는 분위기가 감지된다는 것.

최근 숙원사업이었던 IPTV 3사와의 재송신료 협상을 타결하고 재정 고비를 넘긴 OBS에 대한 대주주 개입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보도국장 공모, OBS 대주주의 인사 개입 논란

OBS는 지난달 24일 방송본부장과 보도국장 공모를 진행했다. OBS 구성원 사이에서는 외부에서 방송본부장과 보도국장을 공모하는 ‘이례적 절차’가 대주주 개입이 작용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OBS 내부에서는 지난해부터 보도국장 선임에 거론되는 인사가 있었으나,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이 해당 인사 중 일부를 반대했다고 알려졌다. 특히 보도국장에 유력하게 거론됐던 인사 중 한명은 과거 백 회장이 2017년 OBS 정리해고를 단행하던 때 등 과거에 갈등을 겪기도 해 이런 인사 개입이 더욱 부적절하다는 분위기다. 유력 보도국장 후보로 거론됐던 인물 역시 외부 공모 소식을 듣고 당황해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OBS 사옥.
▲OBS 사옥.

OBS의 한 기자는 “보도국장 인사에 대주주 회장이 개입했다는 소문은 광범위하게 퍼져있다”며 “외부 공모를 하는 것에 일부 구성원들은 불만을 갖고 있다. 외부에서 간부급을 공모하느니 신입 사원을 충원하는 것이 현 OBS 환경에 더 적합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고 전했다.

이 기자는 “구성원들은 대주주의 인사 개입에 개연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라며 “전 사장들이 대주주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사례가 있다”고도 말했다.

OBS의 한 PD는 “보도국장 건과 관련해 대주주가 관여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보도국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방송본부장과 보도국장을 내부 인사로 할 것이냐, 외부인사로 할 것이냐 다양한 의견이 있다”고 전했다.

OBS의 한 관계자는 “방송본부장과 보도국장을 공모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박성희 사장이 고려했던 내부 인사를 대주주가 반대했고, 사장이 대주주 의견을 수렴해 외부 공모를 진행한 것”이라며 “대주주의 OBS 인사 개입은 방송법상 소유와 경영의 분리 원칙을 훼손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OBS 사측은 내부에서 제기되는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신성호 OBS 경영국장은 지난 1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박 사장이 특정인을 추천했는데 대주주 측에서 거절했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며 “소문일 뿐이다. 내부에서 여러 후보가 있었으나 의견을 종합한 결과 모두 만족스럽지 않다는 결과가 나와 외부 공모를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성희 OBS 사장(대표이사)도 10일 통화에서 “인사를 위해 여러 직종의 직원들과 노조, 대주주를 포함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여러 의견을 종합한 뒤 결정은 대표이사가 스스로 하는 것”이라고 의혹을 일축했다.

박 사장은 “인사의 최종 결정권은 사장에게 있다”라는 말을 강조하며 “대주주가 방송사 인사에 개입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OBS 방송본부장과 보도국장 공모는 지난달 31일 마감됐다. 지원자들에 대한 면접도 진행됐다. 그러나 적합한 후보를 찾기 어려워 인사는 마무리되지 못하고 있다. 박 사장은 추가 공모에 “검토 중인 사안”이라고만 밝혔다.

OBS 주요간부 영안모자 단체 견학에도 이견 표출돼

OBS 주요간부 20여명이 영안모자에 단체 견학을 다녀온 일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4일 OBS의 경영국, 편성제작국, 보도국, 기술국, 미디어전략국 등 간부 확대회의에 참석한 전원이 회의가 끝난 후 영안모자를 찾았다.

OBS의 한 관계자는 “방송사가 대주주 회사에 견학을 간다는 건 독립성을 훼손하는 일”이라며 “영안모자 역사기록관은 영안모자의 역사나 창업주 업적을 강조하는 장소다. 왜 방송사 간부들이 그곳에 가서 영안모자 업적을 배워야 하는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견학 중 경영국, 편성제작국, 기술국 간부는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과 만남까지 가졌다.

전국언론노조 OBS지부도 사측에 우려를 표했다. 박은종 지부장은 10일 미디어오늘에 “4일 오후 간부들이 영안모자에 다녀온 사실을 알게 됐다. 다른 기업체도 아니고 대주주 기업을 찾은 건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사측에 전했다”며 “대주주가 정기적으로 간부 회의에 참석하는 상황에서 회의가 끝나고 대주주 기업을 방문했다는 사실은 경영과 내부 간섭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OBS 사측은 영안모자 60주년을 맞은 가벼운 방문이었다는 입장이다. 신성호 경영국장은 “영안모자가 60주년이 되고 역사관과 기록관을 새 단장했다고 해서 견학을 간 것”이라며 “대주주가 어떤 경영 철학을 갖고 있는지 아는 것도 중요하다. 거리상 가까워서 가볍게 다녀온 것이다. 문제가 될 줄은 몰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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