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공짜’ 주차 차량이 부른 나비효과
언론인 ‘공짜’ 주차 차량이 부른 나비효과
지자체 공무원 관련 기사에 주차공간 부족한데 분노…김영란법 위반 가리기 간단치 않아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한 언론 보도에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100년 무료 정기주차 언론인 무더기 김영란법 위반 혐의”라는 제목의 기사 때문이다.

한겨레21은 지난달 31일 경기도 양평군청의 무료 정기 주차차량이 369대에 이르고 이중 109대는 언론인 소유였다고 보도했다.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한 시민단체가 국민권익위원회에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진정을 넣은 결과 ‘언론인의 경우 김영란법 위반으로 보인다’는 답을 받았다.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난 2016년 당시 국민권익위는 “원활한 취재 활동을 위해 1회 5만원 이내의 주차권 제공은 가능하지만, 취재 여부와 관계없이 상시 주차가 가능한 정기주차권은 청탁금지법의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겨레21 보도는 김영란법 위반 혐의가 짙은데도 지자체들이 여전히 기자들에게 정기주차권을 주는 건 문제라는 내용이다. 지자체 공무원들은 그렇지 않아도 주차 공간이 부족한데 기자에게 정기주차권을 주는 것은 특혜라면서 김영란법 위반 혐의를 적극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기사에는 양평군청 사례가 주로 나와 있지만 성남시청과 군포시청 등 경기도 다른 지자체도 기자에게 상시 무료 주차 혜택을 준다.경기도 고양시청 공무원들은 내부 게시판에 한겨레21 기사를 걸어놓고 ‘직원들 주차 공간을 줄어놓고 기자들에게 정기주차권을 계속 주는 게 말이 되느냐’고 성토했다.

고양시는 전체 주차면적 중 정기주차권 면적이 40% 정도 됐는데 한 시의원이 정기주차 면적을 20% 줄이면서 직원들 주차 공간 부족을 호소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이런 가운데 한겨레21 보도가 불을 질렀다.

고양시 공무원은 “아이들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기 위해 자가 승용차를 이용하는 직원이 많은데 주차할 면적이 줄면서 시청 주변 주택가에 주차하려고 아침마다 전쟁을 하는데 기자에게 정기주차권을 그대로 주는 것에 불만이 높다”고 전했다. 고양시에서 정기주차권을 준 언론인 차량은 210대다. 고양시가 주차권을 발급한 차량은 시 부설 공공주차장과 3개 구청 주차장을 무료로 이용한다.

▲ 한겨레21 보도내용.
▲ 한겨레21 보도내용.

한겨레21 보도로 언론인의 지자체 주차시설 무료 이용 실태가 드러났으니 공무원들이 바라는 주차 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까. 그리 간단치 않다. 양평군청과 고양시 등이 언론인에게 무료 정기 주차권을 준 근거가 있다. 지자체가 정한 부설주차장 관리 조례다. 조례에는 공공기관의 부설 주차장 이용자 주차요금의 면제 또는 감면 조항이 있다. 면제 대상은 관용차와 긴급자동차, 국회의원 및 도 시의원의 자동차, 출입 언론기관의 자동차 등으로 규정돼 있다. 경기도 31개 시‧군중 18개 시‧군의 조례에 관련 조항이 있다.

한겨레21 보도에서 권익위는 “상당수 기자들에게 발급된 무료 정기주차권이 김영란법 위반으로 보인다”고 했지만 지자체 입장에선 조례에 규정돼 있어 언론인을 면제대상에서 제외하는 것도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고양시는 소속 공무원들 불만이 잇따르자 해당 조례를 개정하는 절차에 돌입했다. 권익위 의견은 ‘권고’일 뿐이라 확실한 법 위반 해석이 필요하다며 법제처에 부설주차장 관리조례의 언론인 면제 대상 포함 조항이 김영란법에 위반되는지 공식 답변을 청구했다.

고양시는 △권익위 유권해석이 부설주차장 관리조례의 언론인 면제 조항이 위법한 것으로 판단해도 되는지 △권익위 의견결정 과정에 법제처에 유권해석 요청 등을 포함해 법제처의 의견이 포함돼 있기에 법적 효력을 띄어 조례 개정을 할 수 있는지 등이다. 법제처가 조례의 해당 조항이 김영란법 위반인지 가려달라는 얘기다. 고양시가 공식 답변을 청구한 내용이지만 법제처 답변에 따라 모든 지자체가 조례 개정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겨레21이 집중 문제를 삼았던 양평군청 조사결과도 주목된다. 권익위는 한겨레21 보도에 따라 심의를 열어 문제가 있다고 보고 경기도에 조사를 이첩했다. 경기도 청탁부패방지팀은 오는 13일 양평군청을 방문해 조사한다. 양평군청에서 무료 정기주차권을 발급받은 기자들이 취재 목적으로 얼마에 걸쳐 주차했는지, 그 결과 김영란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조사한다.

양평군청 관계자는 “김영란법 위반 여부에 따라 담당 공무원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우선 저희는 언론인 면제 대상 조항이 포함된 조례가 있어 집행했다는 입장”이라면서 “이번 경기도 조사결과는 전국 지자체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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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2019-06-12 16:15:37
이건 한겨레21이 보도를 잘했네. 특정 사람과 단체에 대한 비정상적인 특혜는 없어야 하고, 모든 법은 같게 적용돼야 한다.

베스트짱 2019-06-11 20:18:56
주차요금도 지원하지 않는 언론사는 때려 쳐라. 밥은 제대로 먹고 다니냐? 얻어 먹지는 않고? 직원들 거지로 만드는 언론사가 어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