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가 행복해야 돌봄 서비스를 받는 노인들도 행복해질 수 있다. 노인을 돌보는 사람의 노동권과 인권, 돌봄을 받는 어르신들에 대한 인권이 지켜지지 않는다. 악순환의 고리 속에서 양쪽만 희생되고 있다. 돌봄은 ‘너’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문제다.”

‘요양보호사 한달 취재기’를 연속보도한 권지담 한겨레 24시팀 기자가 말했다.

▲ 권지담 한겨레 기자가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 후 한 달간 요양원에서 취재한 후기를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한겨레TV 유튜브화면 갈무리
▲ 권지담 한겨레 기자가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 후 한 달간 요양원에서 취재한 후기를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한겨레TV 유튜브화면 갈무리

한국의 65살 이상 노인 인구는 739만명이다. 노인 인구는 2025년 1000만명을 넘고, 2035년에는 15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추정 치매 환자 수는 75만명 정도다. 한국은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있다.

권지담 24시팀 기자는 지난달 13일부터 총 8차례에 걸쳐 “숨 멈춰야 해방되는 곳…요양원은 ‘감옥’이었다”라는 기사를 시작으로 요양원에 갇힌 노인들 실태를 살피고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자격증까지 취득한 요양보호사들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 노출됐는지 보도했다.

한겨레 24시팀은 지난해부터 한국 사회의 큰 문제는 청년과 노인이라고 생각했다. 권지담 기자는 요양보호사를 인터뷰하는 간접취재나 하루 체험기가 아닌 요양원 24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직접 눈으로 보고 싶었다. 그는 “친할아버지가 요양원에 계시다 돌아가셨다. 돌봄은 남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 한겨레 지난달 13일자 1면.
▲ 한겨레 지난달 13일자 1면.

종일 일 해도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는데 학원 등록조차 쉽지 않았다. 권지담 기자는 지난해 9월27일 추석 연휴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 학원에 등록했다. 10월 말까지 이론·실기·실습과정 등 240시간을 이수하고 국가시험에 합격해야 했다. 시험은 크게 이론학과 간호학, 실습학으로 나뉘었다. 이론은 장기요양보험제도 등을 배우고, 실기에서 간호학과 식품위생학 등을 공부했다.

권 기자는 1월 말부터 2월 말까지 한 달간 인천과 부천의 요양원에서 일했다. ‘아침 6시 기상 및 세수, 7시20분 아침 식사, 오전 9시 기저귀 케어, 9시30분 목욕, 낮 12시 점심 식사, 오후 2시20분 기저귀 케어, 3시 간식, 5시10분 저녁 식사, 6시 소등, 저녁 7시30분 기저귀 교체, 밤 11시20분 기저귀 교체.’ 요양원의 하루는 1분도 흐트러짐 없이 정해진 대로 흘러갔다.

▲ 권지담 한겨레 기자가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 후 한 달간 요양원에서 취재한 후기를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한겨레TV 유튜브화면 갈무리
▲ 권지담 한겨레 기자가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 후 한 달간 요양원에서 취재한 후기를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한겨레TV 유튜브화면 갈무리

가장 큰 문제의식은 요양보호사와 노인들의 인권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권 기자는 “요양보호사 한 명당 노인 9명을 담당했다. 법은 한 명당 노인 2.5명을 담당하게 돼있다. 정해진 휴게 시간은 있었는데, 맘 편히 쉬지 못했다. 눈은 CCTV에 둬야 했고, 무슨 일이 일어나면 뛰쳐나가야 했다. 급여도 8,350원 최저시급이다. 희생과 봉사로 업이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요양보호사 대부분이 50~60대 중년 여성들인 점도 문제로 꼽았다. 그는 “그들은 돌봄의 대상만 바뀌었다. 아이에서 노인으로, 시부모·친정 부모까지 모셔야 한다. 아이를 낳고 경력 단절이 됐던 여성들은 요양보호사가 되기 전, 최저임금을 받는 식당일·마트 캐셔 등을 전전긍긍했다. 학원까지 다니며 돈 들여 자격증을 취득한 후 요양보호사가 돼도 급여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권지담 기자는 “저임금 일자리라도 일에 대한 편견이 없다면 보람 있을 것 같다. ‘나이 많은 여자가 하는 일이 그렇지’ ‘돌봄 노동이 무슨 힘든 일이냐’ 등의 편견과 시선이 요양보호사들을 더 힘들게 한다”고 토로했다.

▲ 한겨레 지난달 15일자 1면.
▲ 한겨레 지난달 15일자 1면.

요양보호소에는 남자 요양보호사가 절실히 필요하다. 대부분 요양보호사가 중년 여성인 상황에서 남자 어른 성기를 계속 보고 만지고 씻겨야 한다. 반대로 할아버지들도 여자 요양보호사에게 돌봄을 받으며 힘들고 수치스러울 수 있다. 여자 요양보호사가 남자 어르신을 옮기는 것도 힘에 부친다. 하지만 요양원에서는 남자가 요양보호사로 생계 유지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채용하지 않고 있고, 할머니 환자들을 선호하는 것이 현실이다.

한겨레 기사가 나간 후 권지담 기자에게 수십 통의 응원 메일이 도착했다. 권 기자는 어제도 한 통의 메일을 읽다 눈물을 흘렸다. 처음으로 기자에게 메일을 보낸다는 50대 한 여성은 “아버지가 요양원에서 돌아가셨다. 어머니도 맡기려고 했는데 기사를 읽고 반성하게 됐다. 현실을 알게 됐으니 직시해서 잘 모실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 권지담 한겨레 기자가 돌봄은  모두의 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사진=한겨레TV  유튜브화면 갈무리
▲ 권지담 한겨레 기자가 돌봄은 모두의 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사진=한겨레TV 유튜브화면 갈무리

권 기자는 늘어나는 노인 인구에 장기요양보험 기금이 빠른 속도로 고갈되고 있는 점도 살펴야 한다고 당부했다. 더불어 재가요양보호사 실태에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재가요양보호사란 가정집에 방문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더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8개월간의 장기 취재를 기다려주고 지원해준 회사와 24시팀원들에게 고맙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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