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검찰 수사 소식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증거인멸 개입 가능성을 전한 SBS 보도에 삼성전자가 “무리한 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밝혔다. SBS는 “취재한대로 보도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SBS ‘8뉴스’는 지난 10일 첫 리포트(“‘증거인멸 회의’ 닷새 뒤 이재용 주재 ‘승지원 회의’)에서 이 부회장이 지난해 5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증거인멸 관련 회의 내용을 보고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삼성전자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옛 미래전략실 후신)가 지난해 5월5일 회의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증거인멸을 결정하고 닷새 뒤인 5월10일 이 부회장 주재로 ‘승지원 회의’가 열린 사실을 검찰이 확인했다는 보도였다.  

SBS는 “승지원은 이건희 회장의 집무실과 영빈관으로 사용됐던 공간으로 삼성그룹의 중요한 의사 결정이 이뤄지는 곳”이라며 “회의에는 이 부회장과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사장 그리고 ‘어린이날 회의’ 참석자인 김태한 삼성바이오 사장, 고한승 삼성에피스 사장 등이 참여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 지난 10일자 SBS 8뉴스 첫 리포트.
▲ 지난 10일자 SBS 8뉴스 첫 리포트.

SBS는 “삼성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금융감독원의 감리 결과에 대한 대응 방안과 콜옵션 지분 재매입 방안 등을 이 부회장에게 보고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SBS에 따르면 검찰은 출장 중이던 이 부회장이 귀국 직후인 10일 회의를 주재했던 만큼 증거인멸 관련 내용이 보고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10일 늦은 밤 보도자료를 통해 “전혀 사실이 아니거나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보도를 자제해주실 것을 요청 드린 이후에도 검증을 거치지 않은 보도가 계속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삼성전자는 “(SBS가 보도한 지난해 5월10일) 회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경영진 등이 참석한 가운데 판매 현황과 의약품 개발과 같은 두 회사의 중장기 사업 추진 내용 등을 논의한 자리였다”며 “증거인멸이나 회계 이슈를 논의한 회의가 전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삼성전자는 “(SBS는) 사실 검증 없이 경영 현안을 논의한 회의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며 “이 같은 보도로 회사와 투자자에게 큰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경영에도 집중하기 힘든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수사가 끝나기도 전에 유죄 심증을 굳히게 하는 무리한 보도를 자제해 주실 것을 다시 한번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SBS는 보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상욱 SBS 사회부장은 11일 통화에서 “우리는 취재한대로 보도한 것”이라며 “기사에도 밝혔듯 삼성전자 쪽 임원들이 콜옵션 지분 재매입 방안 등 지분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는 진술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우 부장은 “현재 검찰은 회의 시기와 목적을 고려했을 때, 2018년 5월5일 증거인멸 회의 내용이 닷새 뒤 ‘승지원 회의’에 보고됐을 것이라 보고 있다. 이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우리는 취재한 그대로 보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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