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오후부터 6일 새벽까지 마라톤 단체교섭을 진행한 네이버 노사가 그동안 가장 큰 쟁점이었던 ‘협정근로자’ 조항에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협정근로자는 파업 등 쟁의행위에 참여할 수 없는 조합원 범위를 노사합의로 정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12월 교섭 결렬 후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절차까지 갔던 본사 네이버 본사 단체협약은 사측이 조정안에도 없는 협정근로자 조항을 고수하면서 결국 노조가 쟁의에 돌입하는 등 갈등 국면이 이어졌다.

그러던 네이버 노사가 170일 만에 교섭을 재개하고 지난 교섭에서 상당한 의견 접근을 이룬 데에는 동종업계, 특히 카카오 노사의 단체협약안 잠정 합의가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사진=ⓒ 연합뉴스
▲ 디자인=이우림 기자. 사진=ⓒ 연합뉴스

카카오 노동조합 ‘크루 유니언’(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카카오지회)은 지난달 30일 포괄임금제 폐지와 연봉, 인센티브 지급 평가지표 공개 등을 골자로 한 단체협약안에 잠정 합의했다고 밝혔다. 

카카오 노사는 네이버 교섭에서 쟁점이 된 협정근로자 범위 지정 대신 비상 시 서비스 유지 협조 조항을 채택했다. 노조가 쟁의행위 중이라도 천재지변 등 중대한 재해가 발생했을 때와 회사 자체 기준에 따라 정한 1급 장애가 발생하면 회사 요청에 따라 비상업무 수행에 협조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네이버 노조 역시 지난달 24일 교섭을 재개하면서 노동 3권을 지키면서 서비스에 결정적 장애가 발생하지 않도록 협력하는 ‘비상시 협력’ 방안을 회사에 제시했지만, 사측은 “사회적 책임감을 다하기에는 부족하다”며 노조가 더 양보할 것을 요구했다. 

‘협정근로자’를 둘러싼 회사와 직원들 간 논쟁이 사내 인트라넷 게시판에서도 이어지자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직접 나서면서 교섭도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사진=민중의소리
▲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사진=민중의소리

현재 일본에서 신사업 진출을 구상 중인 이 GIO는 지난 1일 사내 인트라넷 게시판에 “내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12일 이후로 토론회 날짜를 빠르게 잡아서 건강하게 투명하게 네이버답게 생중계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아울러 노사 교섭도 라이브로 중계하자는 직원들의 요청을 사측이 수용하면서 지난 5일 15차 단체교섭은 네이버 본사 전 직원이 볼 수 있도록 인트라넷을 통해 생중계됐다. 

네이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날 교섭에서 노조가 ‘이용자를 위한 서비스 중단은 안 된다’는 회사의 주장을 일정 부분 수용하고 ‘노동권을 존중하면서 다른 근로조건 쟁점도 같이 얘기하자’는 노조의 요구에 사측이 응하면서 협정근로자 범위 지정도 상당한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노사는 구체적인 문구 조정과 다른 근로조건 조항 관련 실무교섭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네이버 본사 외에 교섭이 진행 중이거나 조정 절차에 있는 자회사·손자회사의 단체교섭이 어느 정도 진전을 이룰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한편 이해진 GIO와 직원들의 토론회 일정을 두고는 구체적으로 논의되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관계자는 “사내 게시판에서 이 GIO가 생중계 토론회를 제안했을 뿐 지난 교섭에선 이 안건을 논의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네이버 사측 관계자는 “아직 외부에 확인해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 네이버 노사협상 소환된 이해진 “생중계 토론하자”]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