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에게 동의 없이 입맞춤하고 사라지는 장면을 내보내 심의를 받은 연합뉴스TV 광고가 막판 제재 수위 하향으로 중징계를 피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강상현)는 지난 10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연합뉴스TV가 방송한 ‘○○ 휠(○○ Wheel)’ 광고 2편이 ‘품위 등’ 조항 위반 여부를 심의한 결과 행정지도 ‘권고’를 결정했다. 행정지도는 강제력 없는 경징계다. 

▲ 한 여성이 전동킥보드를 타고 가던 중 입맞춤하던 연인 중 남성에게 자신의 볼을 접촉한 후 지나가는 장면. 사진=방송 광고화면 갈무리
▲ 한 여성이 전동킥보드를 타고 가던 중 입맞춤하던 연인 중 남성에게 자신의 볼을 접촉한 후 지나가는 장면. 사진=방송 광고화면 갈무리

다수 심의위원은 “광고 자체는 시청자에게 불쾌감을 유발하거나 성적 수치심 불러일으킬 우려 있는 점에서 문제”라고 보면서도 “하지만 처음이라는 점을 고려한다”고 입을 모았다.

‘○○ 휠(○○ Wheel)’은 전동킥보드를 탄 사람이 주변에 있던 연인 중 한 명에게 입을 맞추고 지나가며 좋아하는 표정을 담은 장면을 내보내 동의 없는 스킨십 장면을 설정해 자칫 성추행으로 비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심의위원 5인(정부·여당 추천 심영섭·이소영·김재영, 바른미래당 추천 박상수, 자유한국당 추천 이상로)은 행정지도 ‘권고’ 의견을 냈고, 심의위원 3인(정부·여당 추천 강상현 위원장·허미숙 부위원장, 자유한국당 추천 전광삼 상임위원)은 법정제재 ‘주의’ 의견을 냈다.

▲ 한 남성이 전동킥보드를 타고 가던 중 입맞춤하던 연인 중 여성에게 자신의 볼을 접촉한 후 지나가는 장면. 사진=방송 광고화면 갈무리
▲ 한 남성이 전동킥보드를 타고 가던 중 입맞춤하던 연인 중 여성에게 자신의 볼을 접촉한 후 지나가는 장면. 사진=방송 광고화면 갈무리

허미숙 부위원장은 “기소도 가능한 강제 성추행이다. 광고적 표현으로 용인할 수 있나. 세계적 추세는 이 정도 성적 희롱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전동킥보드는 많은 청소년이 즐기는 기구라 모방 우려도 있다”며 ‘주의’를 주장했다. 강상현 위원장도 “키스 당한 당사자들은 굉장히 당황해했다. 아무리 광고라지만, 사회적 분위기나 경각심을 고려했을 때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머지 위원들은 행정지도를 주장하면서도 다음에 같은 문제가 이어지면 엄중히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박상수 위원은 “광고 그 자체는 법정제재 감이다. 처음이라는 점을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김재영 위원도 “첫 사례라는 점에서 권고 의견을 내겠다”고 밝혔다.

반면 자유한국당 이상로 위원은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다고 밝혔다. 그는 “저는 좀 둔해서 그런지 시청자에게 불쾌감을 유발한다는 걸 느끼지 못했다. 남자가 여자에게 키스하고 달아나는 경우도 많다. 이것이 심의 대상인가? 마음 같아서는 문제없음 의견이지만 권고 의견을 내겠다”고 했다. 

한편 연달아 초유의 생방송 중단 방송사고를 낸 공영홈쇼핑에는 법정제재 ‘경고’가 결정됐다. 법정제재 ‘경고’는 방송사 재허가 심사에 반영된다.

▲ (상단 왼쪽 사진부터 시계방향으로) 지난 17일 저녁 7시30분 공영홈쇼핑이 이미용 제품인 ‘제시카 헤어큐’ 정수리 가발을 판매하던 중 갑자기 화면이 멈췄다. 이어 방송이 중단됐다는 화면이 보이고 CG 화면이 암전인 상태로 방영됐다. 다시 바뀐 화면에는 방송을 준비하는 직원들의 모습이 노출됐다. 사진=공영홈쇼핑 방송화면 갈무리
▲ (상단 왼쪽 사진부터 시계방향으로) 지난 17일 저녁 7시30분 공영홈쇼핑이 이미용 제품인 ‘제시카 헤어큐’ 정수리 가발을 판매하던 중 갑자기 화면이 멈췄다. 이어 방송이 중단됐다는 화면이 보이고 CG 화면이 암전인 상태로 방영됐다. 다시 바뀐 화면에는 방송을 준비하는 직원들의 모습이 노출됐다. 사진=공영홈쇼핑 방송화면 갈무리

공영홈쇼핑은 지난달 17일 약 1시간 동안 방송사고를 냈다. '제시카 헤어큐' 정수리 가발을 판매 중 갑자기 화면이 멈췄고 사과 문구를 내보냈다. 이어 방송 예정이었던 신선수산 '반건조 가자미' CG 화면이 암전 상태로 방영됐다. 다시 한번 바뀐 화면에는 방송을 준비하는 직원들 모습이 노출됐다. 공영홈쇼핑은 나흘 뒤에도 생방송이 정지되는 사고를 냈다.

이날 출석한 심의위원 8인 가운데 자유한국당 추천 두 위원의 판단은 엇갈렸다. 전광삼 상임위원은 가장 강력한 제재인 ‘과징금’ 의견을 냈다. 반면 이상로 위원은 기권했다.

전광삼 상임위원은 “지상파 3사 중 한 곳이 한 시간 가까이 중단됐다면 어땠을까. 채널별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반박할 수 있으나 방송사로서 기본이 안 됐다. 2번이나 같은 방송사고가 났다. 이유 불문하고 과징금 의견”이라고 밝혔다. 이상로 위원은 “홈쇼핑 방송이 되지 않아서 사회적 혼란을 일으켰나? 이미 과기정통부에서 규제했다. 여기서도 규제한다면 이중규제”라고 했다.

정부·여당 추천 윤정주 위원은 건강상의 이유로 출석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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