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호 여사가 별세했다. 향년 97세.

1922년 태어난 이 여사는 대표적 여성운동가로 활동하다 1962년 고 김 전 대통령과 결혼해 정치적 동지로서 격변의 현대사를 함께했다. 그동안 노환으로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왔다. 그는 10일 밤 11시37분 별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오전 이희호 여사의 별세 소식을 듣고 SNS에 올린 메시지에서 “오늘 이희호 여사님께서 김대중 대통령님을 만나러 가셨다”며 “조금만 더 미뤄도 좋았을텐데, 그리움이 깊으셨나봅니다”라고 썼다.

문 대통령은 “평생 동지로 살아오신 두 분 사이의 그리움은 우리와는 차원이 다르지 않을까 생각해봤다”며 “여사님 저는 지금 헬싱키에 있습니다. 부디 영면하시고, 계신분들께서 정성을 다해 모셔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희호 여사를 두고 문 대통령은 “정치인 김대중 대통령의 배우자, 영부인이기 이전에 대한민국 1세대 여성운동가”라며 “대한여자청년단, 여성문제연구원 등을 창설해 활동했고, YWCA 총무로 여성운동에 헌신했다”고 회고했다. 문 대통령은 이 여사가 민주화운동에 함께 하셨을뿐 아니라 김대중 정부의 여성부 설치에도 많은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여성을 위해 평생을 살아오신 한명의 위인이라며 이 여사가 “남편이 대통령이 돼 독재를 하면 제가 앞장 서서 타도하겠다”고 할 정도로 늘 시민 편이었다고 소개했다. 특히 이희호 여사는 정치인 김대중을 ‘행동하는 양심’으로 만들고 지켜주신 우리시대의 대표적 신앙인, 민주주의자였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평양 방문에 여사님의 건강이 여의치 않아 모시고 가지 못해 안타까웠다”며 “평화의 소식을 가장 먼저 알려드리고 싶었는데 벌써 여사님의 빈자리가 느껴진다”고 애석해했다. 그는 “두 분 만나셔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계실 것”이라며 “순방을 마치고 바로 뵙겠다. 하늘 나라에서 우리의 평화를 위해 두 분께서 늘 응원해주시리라 믿는다”고 애도했다.

▲이희호 여사가 문재인 대통령과 지난 2017년 8월 18일 오전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 앞서 환담장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희호 여사가 문재인 대통령과 지난 2017년 8월 18일 오전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 앞서 환담장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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