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방지는 공무원, 정치인, 기자만 본다는 말이 있다. 매체 기획시 처음 하는 게 독자 설정이다. 전북지방신문이라면 전북도민들에게 읽힐 것을 전제하고 창간했을 터. 그렇다면 도민들이 알고 싶은 것과 알아야 될 것을 취재해 보도하는 게 매체의 존재목적이다. 하지만 전북지방지 대부분 지면에는 기관들이 알리고 싶은 것들로 채워진다.” 

유범수 기자가 지난 2017년 12월 자신의 블로그에 쓴 ‘전북지방지 실태와 문제점’의 일부다. 경기도와 전북지역에서 기자생활을 하던 유 기자는 지역언론의 한계를 글로 남기며 신문사를 떠났다. 독자들의 후원·구독을 기반으로 ‘버텨보겠다’는 마음으로 최근 ‘완주신문’을 창간했다. 

▲ 지난 5일 창간사를 발표한 완주신문
▲ 지난 5일 창간사를 발표한 완주신문

전북 완주군은 소위 ‘전북의 절반’이라고 불리는 대도시 전주를 둘러싸고 있다. 전주와 가깝고 산업단지가 있는 도농복합지역이라 전북에서 주목도가 있는 편이지만 전북지역 자체가 침체한 상태라 완주 역시 열악하긴 마찬가지다. 

언론시민단체에서도 독립언론 창간에 관심을 두고 있다. 손주화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은 미디어오늘에 “전북에는 제대로 된 지역신문 하나 없어 견제가 안 되는 곳이 많다”며 “완주도 비슷한 분위기로 공론장에서 소외된 지역이라 완주신문 창간을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완주신문의 목표는 기자강령을 지키면서도 살아남는 거다. 유범수 완주신문 발행인은 1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경기 지역지만 해도 힘들다고 하는데 전북에 와보니 정말 더 힘들었다”며 “전북은 인구가 적은데 인구 수 대비 언론사는 많은 편이라 언론사 운영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각 신문사가 제 밥그릇 지키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뜻이다.  

유 발행인이 쓴 ‘전북지방지 실태와 문제점’을 보면 전북 지역신문 기자들은 대부분 최저임금을 받으며 취재비 없이 높은 노동 강도를 버티고 있다. 기업이 별로 없으니 지자체가 가장 큰 광고주인데 지방정부·공공기관 홍보팀엔 언론사 선배들이 포진해있다. 게다가 신문사 대주주는 주로 지역 유력 기업들이다. 지자체와 각을 세울 수도 없고, 세울 이유도 없다. 그러니 기사가 언론사나 언론사주 이익에 때때로 동원된다.    

유 발행인은 “정론직필이라는 포부는 굉장히 좋지만 나도 지역신문기자로 살아본 입장에서 기자들을 마냥 비판만 할 수는 없었다”며 “기자들이 부도덕해서 기자윤리를 지키지 못 하는 게 아니다. 그런 잣대라면 신문사들을 다 폐간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북에 일자리가 없어서 전북을 떠나듯 지역 기자들도 생활고에 시달리다 신문사를 떠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앞으로 어떤 보도를 하고 싶을까. 유 발행인은 “기성 지역언론이 못 쓰는 기사면 될 것 같다”며 “중요한 건 뭘 쓰겠다는 것보다는 우리가 다 아는 기자강령을 실행하느냐 못하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 유범수 완주신문 발행인은 독자들의 후원과 구독으로 생존하는 지역언론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창간사 일부
▲ 유범수 완주신문 발행인은 독자들의 후원과 구독으로 생존하는 지역언론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창간사 일부

그는 지난 5일 창간사에서 “어쩌면 그간 비겁했다. 부담을 감당하기 싫었고, 직접 하지는 못하면서 언론사 사주들의 이중성을 비아냥거렸다. (중략) 배고픔을 감당해야하고 조롱과 멸시를 견뎌야 한다. 먼저 깃발 들고 뜻을 모아주는 소액 후원인 다수가 모여야만 이상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썼다. 

인근 지역에서 독자를 중심으로 한 독립언론이 살아남은 사례가 있어 거기서 희망을 찾았다. 유 발행인은 “부안독립신문은 1000명 이상이 구독해서 지면도 만들어 발행한다”며 “굶을 생각 좀 하면서 바른 길을 걷다보면 뜻있는 독자들이 도와주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일단 인터넷 홈페이지만 만들었지만 구독자가 많이 모이면 주간지면까지 발행하는 게 목표다. 유 발행인은 “아직 지역에서는 종이신문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공무원, 정치인들만 보는 신문이 아니라 완주 주민들에게 읽을거리를 만들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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