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봉 선생 서훈논란에 청와대가 ‘규정상 불가능’하다고 선을 긋자 김원웅 광복회장이 독재시절 만든 잘못된 규정이라며 향후 광복회가 이런 규정을 고쳐나가는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특히 친일잔재 청산을 제대로 못한 대한민국이 약산 김원봉 선생 같은 독립운동가를 서훈할 도덕적 자격이 결여돼 있다고 비판했다.

김원웅 신임 광복회장은 10일 미디어오늘과 전화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지난 7일 취임한 김 회장은 조선의열단 김근수 지사와 여성 광복군 전월선 여사의 장남으로 대표적 독립운동가 후손이다.

김 회장은 청와대가 이날 독립유공자 포상심사 규정에 ‘북한정권 수립에 기여한 자’ 등이 제외되므로 약산 김원봉 선생의 서훈은 규정상 불가능하다고 밝히자 “냉전시대의 관점이 담긴 낡은 제도”라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1945년 8월15일 이전 행위만 평가하도록 고쳐야 한다”며 “독립유공자 서훈을 일제강점 시절 독립운동을 했는지 여부로 평가해야지 해방 이후 행적을 심사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김 회장은 이런 규정을 “친일 반민족 세력이 군사독재 시절 권력을 잡고 만든 잘못된 법 규정”이라고도 했다.

이 규정은 지난해 광복절부터 적용한 것으로 국가보훈처가 그나마 개선된 독립유공자 포상심사기준인데도 ‘북한정권 수립에 기여하지 않은 경우에 포상을 검토’한다고 돼 있다(독립유공자 포상 심사기준 개선보고, 2018년 6월8일, 국가보훈처).

김 회장은 대한민국이 일제강점기 광범위한 독립운동을 한 이들을 유공자로 인정할 준비가 아직 제대로 돼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백범이 ‘어떤 불이익 있더라도 남한 단독정부엔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듯 백범 선생이 살아계셨다면 남한의 서훈을 거절했을 것”이라며 “친일파들이 주는 서훈이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약산 김원봉 선생이 남한에 와서 많은 수모를 겪고 친일경찰들과 연결된 테러리스트에 의해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며 약산 선생이 계속 남한에 있었다면 백범과 몽양 여운형 선생처럼 암살됐을 가능성 높다고 분석했다. 김 회장은 “그 분이 남쪽을 떠난 것이 아니라 남한이 그를 북으로 쫓아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특히 그는 “친일세력이 주도해온 대한민국에서 약산 김원봉에게 훈장 줄 자격이 없다”며 “친일 청산을 제대로 하지 않는 한 대한민국이 항일업적을 가진 약산에게 훈장 줄 도덕성이 결여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 국군을 두고 광복군의 법통을 이어받았다고 한 것을 두고도 김원웅 회장은 “솔직히 독립군을 토벌하던 이들로 구성된 국군이 어찌 광복군의 법통을 이어받았다 할 수 있겠느냐”며 “김원봉과 임시정부를 연결해 국군이 광복군 법통 이어받았다고 한 것은 우리 국군을 굉장히 높이 평가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궤도를 이탈한 국군 뿌리를 제자리에 올려놓으려는 눈물 겨운 노력”이라며 “그런데 이것마저도 친일에 뿌리를 둔 이들이 냉전의 이론을 갖고 아직도 민족을 분열시키려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고 갈길이 참 멀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같은 규정을 두고 김 회장은 “이런 법을 바꾸는 것도 광복회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라며 “독립운동을 했느냐만 검증해야지 그 뒤에 붙은 군더더기(북한 정권 수립 기여 운운)를 집어넣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한국전쟁(6·25전쟁) 공로자를 대통령이 헌사했다’, ‘전쟁가해자를 떠받들었다’는 주장에 김 회장은 일제강점하 독립운동과 해방후 분단은 별개로 나눠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분단이 우리 뜻과 무관하게 외세에 의해 이뤄져 결국 전쟁으로 이어졌다”며 “6·25 원인이 분단이며, 전쟁을 바라보는 관점도 민족의 중심에서 다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독립유공자 서훈은 독립에 공이 있느냐로 평가해야지 건국이나 정부수립에 어떤 역할을 했느냐로 평가하려 한다면 그건 명칭부터 독립유공자가 아닌 정부수립 공로자 쯤으로 바꾸는 게 낫다”라고 했다. 특히 이념적으로 서로 강대국의 이해 놀아난 전쟁을 갖고 끊임없이 미워하면서 문제삼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고 했다.

조중동을 비롯해 일부 정치권이 김원봉 선생 서훈에 반대하는 이유를 두고 김 회장은 대한민국 스스로 자기성찰이 결여됐기 때문이며 친일 청산이 되지 않은 기반에서 반민족 세력이 법률과 관행을 만들어왔다고 했다. 이어 김 회장은 “자신이 형성한 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불안감과 그런 주장에 자신의 정체성이 뭔지도 모르고 정부와 주류 언론의 주장에 휘둘린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 논쟁이 일종의 역사전쟁이며, 이 싸움에서 독립운동 했던 사람들의 역사가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역사도 비이성에서 이성의 역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독립운동사에서도 그동안 소홀히 취급받아온 사회주의 뿐 아니라 무장투쟁사를 재평가하고 재정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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