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등 5개 종합일간지에서 지난 2018년부터 현재까지 정정 보도를 뜻하는 ‘바로잡습니다’ 사고(社告)를 낸 횟수가 모두 116건에 이른 것으로 나왔다.

조선일보는 ‘바로잡습니다’ 사고를 56건 공지했다. 5대 일간지 중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한겨레 22건이었고, 중앙일보 21건, 동아일보 11건, 경향신문 6건으로 나왔다.

정정보도는 스스로 인지하거나 외부 지적 혹은 언론중재위원회 중재 결과나 법원 최종 판결에 따라 사실에 어긋난 내용이 확인됐을 때 이뤄진다.

정정보도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잘못된 사실관계를 보도했다는 뜻도 될 수 있지만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했다는 뜻도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단순 오기인지 취재 부실에 따른 오보인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56건 기사를 바로잡은 조선일보의 경우 단순 오기에 가까운 정정은 33건이었다. 사람의 이름과 직책을 잘못 표기하거나 한자 표기가 틀린 경우 등이다.

일례로 지난해 12월 생활용품 전문점 다이소를 운영하는 ㈜아성다이소의 ‘박성부’ 회장이 17일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를 찾아 자매결연 협약식을 갖고 위문금을 전달했다고 보도했지만 회장 이름은 ‘박정부’였다. 이날 행사에 ‘구재성’ 육군훈련소장이 참석했다고 전했는데 훈련소장의 이름은 ‘구재서’였다. 두 명의 실명이 등장하는 기사에 두 명의 이름 모두가 틀린 것이다.

지난 6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쌍용차 해고노동자는 김주중씨였지만 조선일보는 김득중씨라고 표기했다. 김득중씨는 쌍용자동차지부장이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저자를 이육사로 표기해 보도한 뒤 이상화로 바로잡은 정정도 있었다.

지난 2월 8일 조선일보는 만물상 코너에서 “세월호 기념 시설은 학생들이 살던 안산이나 사고가 난 목포 등에 운영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진도를 목포로 착각한 것이다.

최근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자 중국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적이 없다고 했지만 지난 1993년 뉴질랜드의 ‘피아노’와 중국의 ‘패왕별희’가 공동 수상한 것으로 확인돼 정정했다. 지난해 1월 서해대교 길이를 353킬로미터로 표기한 보도가 나와 7310미터로 바로잡았다.

조선일보는 코너 호수를 잘못 표기한 경우, 관광지 명칭이 틀린 경우, 논문 저자의 소속 대학을 잘못 표기한 경우, 나라 이름을 틀린 경우 등을 바로잡았다. 단순 오기로 볼 수 있는 33건의 정정은 조선일보가 무시하지 않고 적극 바로잡았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단순 오기로 보기엔 사안이 심각한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10월 19일자에서 조선은 아들의 교통 공사 특혜 취업 의혹을 받은 인물로 5대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 김씨를 지목했지만 의혹 당사자는 전직 도시철도노조위원장 김씨였다. 최초 잘못 지목된 사람은 난데없이 피해를 입었다. 지난 3월 29일자에서 조선은 박선호 국토교통부 1차관 주택수가 두 채라고 보도했지만 사실 확인 결과 한 채였다. 박 1차관은 조선일보 보도에 따라 다주택자가 돼버린 셈이다.

사실 왜곡에 가까운 보도 내용을 정정하고 사과하는 내용도 조선일보가 단연 많았다.

지난 4월 18일 조선일보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주최 토론회에서 박상인 재벌개혁본부장이 여당을 가리켜 ‘중남미형 좌파 정당’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지만 박 교수 발언은 “한국이 근본적인 개혁을 못 할 경우, 좌파는 재정을 풀어서, 우파는 규제를 풀어서 번갈아 집권하고 주기적으로 경제 위기를 맞는 중남미형 국가가 될 수 있다. 이대로 가면 더불어민주당은 중남미형 좌파 정당, 자유한국당은 중남미형 우파 정당이 될 수 있다”는 취지였다.

노동 관련 정정보도가 많다는 것도 특징이다. 조선일보는 지난 3월 4일자 보도에서 교통공사 노조의 조합탈퇴 제출인원이 200명 이상이라고 했지만 40명 이상으로 확인돼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에 따라 정정했다. 1월 16일자 신문에선 권영국 변호사와 시위대 100명이 쌍용자동차 관련 집회 중 경찰에 신고한 행진 경로를 벗어나려고 했다고 보도했지만 실제 벗어나지 않아 중재위 조정에 따라 정정했다.

▲ 조선일보 '바로잡습니다'
▲ 조선일보 '바로잡습니다'

지난해 7월 21일자 '노동자 대변한다면서 아내의 운전기사는 웬일인가요'라는 기사에서 故 노회찬 의원의 부인이 운전기사까지 뒀다며 노동의 희망, 시민의 꿈이라고 볼 수 있을까 의문을 제기했지만 전용 운전기사를 둔 적이 없고, 2016년 총선 기간 부인 수행 자원봉사자가 20일동안 선거운동을 도와준 것으로 확인됐다. 조선일보는 “고인과 유족, 독자에게 상처를 드린 점 사과드립니다”라는 문구를 쓰고 바로잡았다.

황당한 정정도 있었다. 김동길 교수는 인물 에세이 코너에서 ‘피카소를 흠모했던 화가, 북 허위 선전 믿고 그린 게르니카에 분노’라는 제목으로 김병기 화가를 소개했다. 게르니카는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한 작품인데 북의 허위 선전을 믿고 그린 작품이 된 것이다. 조선일보는 편집 제작상 제목 실수라며 북의 허위 선전을 믿고 그린 그림은 ‘한국에서의 학살’이라고 정정했다.

한겨레신문은 사람 이름을 잘못 표기거나 수치를 틀린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간단치 않다.

한겨레는 KT채용 비리 의혹으로 구속된 이석채 전 회장의 이름을 이석태로 표기했다. 포털에서 이석태와 이석채 두개의 키워드로 검색하면 상당수 언론이 이름을 잘못 표기했다.

한겨레는 지난 2월 18일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인을 ‘故손명순 여사’라고 표기했다. 손 여사는 생존해있다. 故노회찬 부인 김지선씨를 ‘김지수’씨로 표기하거나 박홍섭 마포구청장을 박용섭으로 표기한 사례도 나왔다.

▲ 한겨레 '바로잡습니다'
▲ 한겨레 '바로잡습니다'

2월 13일자 ‘청암대 총장 성추행, 피해교수 복직 진실규명을’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일부 지역에서 순천대로 나가는 일도 벌어졌다. 한겨레는 “순천대 총장과 대학관계자,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공지했다.

수치가 틀리면서 결과적으로 보도 전체 내용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사례도 많았다.

2018년 한국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8600억달러로 잘못 표기해 8억 6000만달러로 바로잡았다. 미국 법원 배심원단이 삼성전자에 400만달러(약 4000억원)를 배상하라는 평결을 내렸다고 보도했지만 4억달러(약 4000억원)을 잘못 표기한 것으로 나왔다. 지난 1월 11일자 신문에서 올해와 내년, 2020년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3.0%, 2.9%, 2.8%로 표기했지만 확인 결과 3.1%, 3.0%, 2.9%였다.

중앙일보는 지난해 8월 13일자 신문에서 스카이레이디호가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라시아 홈스크항에서 북한산 석탄 3280t를 실었고 직전 같은 정박지에 북한 선박 능라 2호가 정박해 북한에서 싣고 온 석탄을 하역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산 석탄이 능라 2호에서 스카이레이디호로 환적돼 대북 제재가 뚫렸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확인 결과 스카이레이디호는 러시아 샤크터스크항에서 러시아산 석탄을 산적해 일본 루모이항에서 하역한 것으로 나왔다. 대북 관련 오보였다.

지난 6월 20일 신문에서는 성공회대가 교육부 평가 결과 정원감출 불이익 진단 대상 대학이 됐다고 했지만 예비 자율개선 대학으로 밝혀졌다.

중앙은 오타를 바로잡으면서 이례적으로 상세한 설명을 하기도 했다. 지난 4월 11일자 ‘주52시간 충격도 돈으로 떼우려는 정부’라는 제목의 기사를 두고 “‘떼우려는’을 ‘때우려는’으로 바로잡는다. 몸으로 때우다. 적자를 때우다처럼 다른 수단을 써서 어떤 일을 보충하거나 대충 해결하다의 뜻일 때는 때우다가 옮은 표기이다. 떼우다는 북한어에서만 쓰는 말로 우리말 떼이다 자식이나 형제를 잃다는 의미이다”라고 바로잡았다.

해당기간 대표적인 동아일보의 오보는 지난해 7월 11일자 문재인 대통령의 책 ‘운명’에 사의를 표명한 한정화 수원지검 공안부장과 강정석 영월지청장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는 내용이다. 책 ‘운명’에 두 사람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동아는 두 사람에게 사과를 하고 정정했다.

경향신문은 3월 25일자 신문에서 장자연씨가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 등을 폭행 가해자로 폭로하는 문건을 남겼다고 보도했지만 “장자연씨가 남긴 문건에는 조선일보 방 사장이라는 문구가 있었을 뿐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을 지목한 적은 없다”고 바로잡았다.

1년 6개월 기간 동안 5대 일간지의 ‘바로잡습니다’ 횟수는 100건이 넘지만 드러나지 않은 오보의 횟수를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명백한 오보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버티거나 사실관계를 다툰다는 명분을 들어 인정하지 않은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정정보도의 목적을 독자에게 알려 바로잡고 신뢰를 형성하려는 데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정정 과정에 대한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앙일보는 지난 3월 “독자들은 보다 엄격한 잣대로 콘텐츠를 평가하고 있고, 기자로서의 품위, 정보 취득의 정당성 등 언론에 보다 높은 윤리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며 새로운 윤리강령을 제정했다고 밝히면서 “디지털 기사의 팩트를 수정할 경우, 그 내역을 독자들께 알리는 등의 디지털 기사 수정 매뉴얼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이봉우 민주언론시민연합 모니터팀장은 “5대 일간지의 바로잡습니다 건수가 100여건이라고 하지만 절대적인 오보 양을 바로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며 “정정보도의 크기나 비중도 살펴봐야 하는데 알아보기 어려운 곳에 배치하고 있다. 당당하게 오보를 인정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봉우 팀장은 “단순 오기 정정이 많더라도 5대 일간지 중 조선일보가 가장 많은 것은 자칭 타칭 명성에 걸맞느냐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면서 “특히 노동 보도 관련 정정이 많은데 노동계에서 심각한 오보 내용만 언론중재위에 제기하고 있는 걸 감안하면 오보 체감 온도에 차이가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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