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주주총회 때 사측의 불법 행위도 엄정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대중공업이 위치한 울산 동구를 지역구로 둔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절차적 위법성, 사측의 폭력행위, 불법주총에 대한 경찰의 협조, 학생 동원 등 불법행위에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를 진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31일 법인분할 주주총회를 열었다. 당초 오전 10시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임시주총을 열 예정이었으나 현대중공업은 장소를 남구 울산대학교 체육관으로 바꿔 기습적으로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서 사측은 10시35분께 한마음회관 앞을 지키던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이하 노조)에 주총장 변경 사실을 통지했다.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은 우리사주를 통해 현대중공업 주식의 3.15%(220만주)를 갖고 있다. 뒤늦게 노조 조합원들이 현장을 찾았으나 경찰과 용역이 막아서며 충돌을 빚었다.

김종훈 의원은 “울산대에 도착한 일부 주주들은 경찰병력과 사측의 용역에 가로막혀 주주총회장에 들어갈 수 없었다”며 “언론에 공개된 주주총회 영상을 보면, 경찰이 오히려 주주들을 가로막았고 주주총회 장소에서 소화기를 분사하고 집기를 파손하면서 주주들을 막은 것은 현대중공업이 고용한 용역들이라는 사실이 확인된다”고 했다.

▲ 김종훈 민중당 의원이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중공업 사측의 폭력 행위를 규탄하고 있다. 사진=김종훈 의원실 제공.
▲ 김종훈 민중당 의원이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중공업 사측의 폭력 행위를 규탄하고 있다. 사진=김종훈 의원실 제공.

울산MBC가 공개한 영상에는 노조원들이 주총장 진입을 시도하자 용역이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의자 등 물품을 던지는 모습이 나온다. 중앙일보 등 보수언론은 부서진 집기를 비추며 노조가 ‘화풀이’했다고 보도했으나 실제로는 양쪽의 충돌이 있었고, 용역이 파손한 기물이 적지 않았다.

김종훈 의원은 주주총회 장소 변경도 불법적 요소가 있다고 했다. 그는 “주주총회의 일시와 장소를 2주 전에 공지해야 한다는 규정은 차치하더라도, 40분이라는 시간은 한마음회관에서 울산대학교 체육관으로 이동하기조차 힘든 거리”라며 “주주들의 참여를 원천 봉쇄하는 위법적 행위”라고 했다.

이 외에도 김종훈 의원은 경찰이 위법적 주주총회에 협조한 문제, 울산대 학생 동원 의혹 등을 제기했다.

김종훈 의원은 “조선 산업 구조조정으로 지난 몇 년간 울산 동구는 심각한 경제적 위기를 겪고 있다”며 “(정부가) 엄정한 대응을 주문할 대상은 노조가 아니라 권력을 가진 재벌의 불법행위임을 명심하기 바라며, 지금이라도 현대중공업 위법 주총과 회사폭력을 엄정히 수사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4일 이낙연 국무총리는 “노동자들의 고통과 미래에 대한 불안은 알지만 불법과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노조의 폭력과 점거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고 불법행위에는 관계기관과 협조하여 법절차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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