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제작현장 스태프들이 실명을 걸고 “모든 스태프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라”고 선언했다. 이들은 일감 축소, 블랙리스트 등을 우려해 신원을 드러내지 못했으나 이달 말 드라마 현장 특별근로감독 결과 발표를 앞두고 공개 선언에 나섰다. 

조명·동시녹음·특수장비 등 기술팀 팀장급 스태프 146명의 ‘노동자 선언’ 서명은 10일 국회 정론관에서 공개됐다. 추혜선 의원실(정의당),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등은 이날 오후 2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사·제작사에 △턴키계약을 근절하고 △모든 방송스태프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며 △스태프의 노동권을 보장을 요구했다.

▲추혜선 의원실,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등은 이날 오후 2시 국회에서 "드라마 제작 기술팀 스태프 ‘노동자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용욱 기자
▲추혜선 의원실,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등은 이날 오후 2시 국회에서 "드라마 제작 기술팀 스태프 ‘노동자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용욱 기자

지상파 3사를 비롯해 JTBC·TV조선 등 종합편성채널, tvN 등 유료방송 채널 드라마 제작 현장의 스태프들이 망라됐다. KBS에선 39명의 스태프가, SBS에선 31명, MBC에선 14명이 동참했다. CJ ENM 소유 채널 제작현장은 tvN에서 15명, OCN에서 4명 등 총 19명이 참가했다. JTBC 방영 드라마를 만들었던 스태프 18명과 TV조선의 스태프 5명도 있다. 학자와 전직 PD도 각 1명씩 공개 서명에 나섰다. 

이들 상당수는 지난해 9월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결과 발표에서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한 기술팀 스태프다. 고용노동부는 당시 조사 대상 스태프 177명 중 연출·촬영·제작·장비·미술 분야의 스태프 157명의 노동자성만 인정했다. 

이 결정은 방송스태프들 사이에서 논란이 됐다. 고용노동부는 일부 팀장급 스태프와 특정 직종을 배제하며 “근로자성 요소가 있으나 전문성을 바탕으로 팀원을 지휘·감독하고, 역량에 따라 독자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독립사업자의 요소가 강하다”고 봤고 이들이 방송사·제작사와 맺는 ‘턴키계약’을 근거로 댔다. 턴키계약은 팀원 각각의 인건비, 출장비, 장비사용료 등 구체적 비용산출 없이 총액으로 용역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비용 절감 효과가 있는 계약 관행이다. 

방송스태프들은 실질적 사용자를 제작사·방송사로 본다. 턴키계약은 제작사나 방송사가 요구해 온 관행일 뿐인데다 팀장급 스태프 근무조건 또한 제작사·방송사의 지휘를 그대로 따르기 때문이다. 

회견 참가자들은 “턴키계약을 맺은 스태프들은 노동자로서 인정받지 못하니 세트장 천장에 샹들리에를 달다가 3m 아래로 추락하여 하반신 마비가 되는 사고를 당해도, 폭염주의보가 떨어지는 여름날 5일 동안 76시간의 촬영 후 자택에서 돌연사로 숨을 거두어도 법으로 보호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이달 말 △왼손잡이 아내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 △닥터 프리즈너 △국민 여러분 등 KBS 4개 드라마 현장의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한다. 지난 2월 방송스태프지부 요청에 따른 조사로, 기술팀 팀장급 스태프 등의 노동자성 여부도 함께 발표될 예정이다. 

추혜선 의원은 “지난 고용노동부 결정은 팀장급 스태프에게 사용자 책임을 떠넘겨 진짜 사용자인 방송사와 제작자는 노동시간을 비롯한 노동환경 전반의 책임에서 비켜가게 만든 것”이라며 “이번 146명 노동자 선언 명단은 스태프들의 살고 싶다는 절규로, 방송사 블랙리스트로 올리는 반헌법적 행위가 일어나지 않길 간곡히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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