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 ‘저널리즘토크쇼J’가 9일 방송에서 신문사·신문지국 간 ‘부수 밀어내기’ 갑질 실태를 고발한다. 현실과 동떨어진 ABC협회 부수공사 제도의 허점을 비판하고, 종이신문이 펼쳐지기도 전 폐지로 직행하는 현장도 추적했다. 신문업계에 만연한 부실부수와 신문사·신문지국 불공정거래 논란을 비롯해 견제받지 않던 ABC협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지 주목된다. 

KBS는 8일 보도자료를 통해 “일부 언론은 ABC조사 결과를 보도하며 신문 산업의 위기 속에도 종이신문의 영향력이 여전하다고 강조하지만 신문보급소에 쌓여있는 수천 부의 새 신문들은 포장도 뜯지 않은 채 곧바로 폐지 수거업자에게 넘겨지고 있었다”고 밝혔다. KBS취재진은 폐지 수거업자에게 넘겨진 새 신문들이 계란판 제조 공장으로 향하는 현장까지 포착했다. 

▲ 9일 방송되는 KBS '저널리즘토크쇼J'의 한 장면.
▲ 9일 방송되는 KBS '저널리즘토크쇼J'의 한 장면. 폐지로 직행하는 새 신문들이 쌓여있다.

한 신문지국장은 KBS취재진에 “(본사 발송부수의) 40%가 폐지로 나가는데 다른 지국에 비해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KBS는 “신문지국장들은 구독자가 절반 이상 줄었는데도 신문사들이 10년 전 발송 부수와 동일한 부수를 내려보내 이른바 뜬 부수를 반강제로 떠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는 신문사들이 ‘부수 밀어내기’를 하며 부수 유지에 열을 올리는 이유에 대해 “광고비로 버는 돈이 전체 매출의 60%에 달하는 신문사들이 광고주들로부터 광고비를 더 받기 위해 (부수 부풀리기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KBS '저널리즘토크쇼J' 출연진.
▲ KBS '저널리즘토크쇼J' 출연진.

ABC협회 통계에 따르면 유료부수는 줄지 않고 있다. 최근 5년간 추이를 보면 △2013년 0.03% 감소(-2154부) △2014년도 3.76% 감소(-27만9211부) △2015년도 0.36% 감소(-2만5553부) △2016년도 0.84% 증가(6만163부) △2017년도 0.59% 감소(-4만2047부)했다. 세계적으로 유료부수 하락이 일반적인데 한국의 경우는 하락세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늘어난 해도 있다. 

ABC협회는 매년 신문사들로부터 일종의 부수 보고를 받은 뒤 표본지국을 설정해 실사에 나서는 식으로 신문사 보고의 ‘성실률’을 측정한다. 2016년부터 ABC협회는 공사제도를 바꿔 표본지국수를 기존 30곳에서 27곳으로 줄였고, 지국공사 통보시점도 ‘공사 3일전’에서 ‘공사 7일전’으로 변경했다. 본사 직원들이 일주일 전부터 미리 유료부수 등 실적을 ‘조작’할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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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방송되는 KBS '저널리즘토크쇼J'의 한 장면.

이날 방송에서 전직 ABC협회 직원은 “신문사들이 자기네들 얼마 판매한다고 주장을 하는 건데 그걸 신문사들이 말을 하면 믿어주질 않으니까 중간에 ABC협회를 끼워서 ‘믿어 달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털어놨다. 지금껏 ABC협회가 부수공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두고 숱한 의문이 제기됐지만 감독관청인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해 신문업계에서의 관련 논의는 없었다. 

신문업계가 지켜온 ‘침묵의 카르텔’을 KBS가 공개 비판하는 셈이어서 주요신문사인 조선·중앙·동아일보를 비롯한 신문사들의 방송 이후 반응도 주목된다. 현재 ABC협회 이사장은 2007년 이명박 대선캠프 당시 특보단장을 거쳐 이명박정부 청와대 언론문화특보, 이명박정부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을 역임한 이성준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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