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의 법인분할 주주총회를 둘러싼 노사 충돌을 두고 언론이 ‘노조의 폭력’을 부각하는 가운데, 사측 경비대가 노조원들을 폭행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한 노조원은 머리를 가격당해 의식을 잃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가 지난달 27일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앞 농성 현장을 녹화한 영상을 보면, 사측 경비대는 이날 오후 3시께 본사 입구로 향하는 현대중공업지부 A 간부의 뒤통수를 헬멧으로 내리쳤다. A 간부는 그 자리에서 기절했다. 노조에 따르면 해당 경비대원은 쓰러진 A 간부의 허리 부위를 발로 가격했다.

A 간부는 특수구조대에 의해 들것에 실려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현대중공업지부는 “A 간부는 얼마 뒤 의식을 되찾았지만 몸 한쪽이 마비되고 정신이 멍한 기운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 주총장인 한마음회관을 점거하는 급박한 상황이라 검사를 받은 뒤 바로 퇴원해 농성을 이어갔다”고 밝혔다. 이 간부는 지금까지 가격 당한 허리 부위를 진료 받고 있다.

또 다른 조아무개 노조 간부는 이날 본관 앞에서 경비대가 휘두른 주먹에 얼굴을 맞았다. 조 간부는 왼쪽 눈이 멍들고 부어올라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도 CT검사를 받은 뒤 바로 퇴원해 한마음회관 점거 농성에 합류했다.

 

▲지난달 27일 현대중공업 본관에서 사측 경비대가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조아무개 간부의 눈을 주먹으로 가격했다. 해당 간부는 병원으로 옮겨져 CT검사를 받았다. 사진=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지난달 27일 현대중공업 본관에서 사측 경비대가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조아무개 간부의 눈을 주먹으로 가격했다. 해당 간부는 맞은 부위가 멍들고 부어올라 병원으로 옮겨져 CT검사를 받았다. 사진=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현대중공업지부는 이들 경비대의 폭행에 고소 등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형균 현대중공업지부 정책기획실장은 “사측과 언론은 마치 이번 농성이 노조의 일방적 폭력인 듯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노사가 서로를 향해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원이 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같은 날인 27일 사측 관계자는 현지 기자들을 상대로 “(노조가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회사 직원이 7명이 병원에 옮겨졌고 1명은 ‘실명 위기’”라고 알려 다수 언론이 기사화한 바 있다. 이는 뒤늦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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