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3사와 JTBC가 격돌했다. JTBC가 2026~2032년 동·하계 올림픽 한국 중계권을 독점하자 지상파 방송사 대변 단체인 한국방송협회가 반발했고 지상파 3사는 5일 메인뉴스로 일제히 JTBC를 비판했다. 같은 날 JTBC 뉴스룸은 독점계약 홍보 리포트를 3건을 내보냈고, 중앙일보는 기사로 지상파의 공격을 ‘방어’했다. 

‘국부유출’ ‘보편적 시청권 훼손’이라는 지상파의 주장과 그렇지 않다는 JTBC의 해명이 엇갈린다. 향후 재판매, 뉴스화면 제공, 취재협조 등 숨은 쟁점도 있다. 근본적으로 ‘보편적 시청권’에 제도적 고민이 필요하다.

▲ JTBC 단독 올림픽 중계를 둘러싼 상반된 뉴스. KBS 뉴스9(위)과 JTBC 뉴스룸.
▲ JTBC 단독 올림픽 중계를 둘러싼 상반된 뉴스. KBS 뉴스9(위)과 JTBC 뉴스룸.

JTBC 결정 최선은 아니지만

주요 국제경기는 지상파 3사가 ‘코리안풀’을 형성한다. 단일창구로 공동 협상한 다음 3사가 비용을 나눠 지불하는 방식이다. 이번 협상에서 지상파는 JTBC에 코리안풀 참여를 요청했지만 JTBC는 거부했다.

지상파측은 구매자가 판을 깨면 중계권을 판매하는 측에서 더 높은 가격을 부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 주장은 타당한 면이 있다. 실제 과거 SBS가 코리안풀을 파기하고 단독 협상을 했을 때 중계권이 치솟은 전례가 있다. ‘국부유출’이라는 프레임은 과하지만 JTBC의 욕심이 시장 가격인상으로 이어질 소지는 있다.  

▲ 일 중앙일보 보도. 중앙일보는 기사를 통해 보편적 시청권 훼손이 아니라는 JTBC의 입장을 전했다.
▲ 5일 중앙일보 보도. 중앙일보는 기사를 통해 보편적 시청권 훼손이 아니라는 JTBC의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JTBC의 단독 협상 자체는 크게 비판받을 일은 아니다. 후발 사업자가 투자 차원에서 손해를 감수하고 웃돈을 얹어가며 중계권을 구입하는 일은 어디에나 있다. 코리안풀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사업자의 자율협상 결과이기에 그 자체를 부정할 수도 없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어떤 형태로든 한국 방송사들이 힘을 합쳐 중계권을 사는 게 바람직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신사적인 합의가 잘 안 되는 어려운 상황이 반복돼왔다”고 했다.

▲ 2006년 SBS의 올림픽 독점 계약 당시 KBS 보도.
▲ 2006년 SBS의 올림픽 독점 계약 당시 KBS 보도.

실제 ‘코리안풀’은 여러번 깨졌다. △1996년 KBS의 AFC 아시안컵 중계권 단독 계약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단독 중계 △MBC의 2001~2004 메이저리그 중계권 독점계약 △2006년 SBS의 벤쿠버 올림픽 등 중계권 독점 계약 △2010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중계 SBS 배제 등이 있다.

보편적 시청권 훼손? 따져보니

“유료방송에 가입하지 않으면 올림픽을 볼 수 없는 셈.” 5일 KBS 보도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JTBC 독점 계약으로 ‘보편적 시청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한다. 보편적 시청권은 국민적 관심사가 있는 행사를 누구나 시청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방송법상 보편적 시청권은 가시청 범위 90% 이상이 돼야 한다.

사람들이 방송을 보는 경로는 두가지다. 첫째, 안테나를 직접 설치해 지상파를 수신하는 방법. 둘째, IPTV, 케이블, 위성방송을 통해 유료방송으로 보는 방법. 과거 아날로그 방송 시절에는 직접수신 인구가 많았지만 현재는 5%로 추정된다. 대다수 국민들이 ‘무료 서비스’ 지상파를 보는 게 아니라 ‘유료방송’에 돈을 내고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등 여러 채널을 본다.

지상파에 ‘보편적 시청권 훼손’ 주장이 공감을 얻지 못하는 이유는 대부분의 국민이 유료방송을 시청하고, 유료방송 가구는 의무전송 채널인 JTBC를 시청할 수 있어서다. 지상파의 요구로 ‘보편적 시청권’ 개념을 만들 때만 해도 국내에 가시청 범위가 90% 이상 되는 방송은 지상파 뿐이었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 지상파 직접수신율 추이. 현재는 더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 지상파 직접수신율 추이. 현재는 더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미미하지만 여지는 있다. 현재 JTBC 가시청 범위를 언급하며 보편적 시청권 훼손이 아니라는 주장이 있는데 지금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방통위 관계자는 “지금은 90%가 넘는 걸로 추정되지만 행사 개최 시점이 7년 남았다. 그 시점에서 조사를 해야 하기에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물론, 산술적으로 90%를 넘어도 못 보는 국민이 있다면 논란이 된다. 이와 관련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현재 JTBC 커버리지가 90% 이상 되고 지상파에 재판매하게 되면 현실적으로 시청권 침해로 이어질 거 같지는 않다”고 했다. 

중계권 재판매, 취재 지원, 자료화면 제공 추후 쟁점

JTBC가 단독 중계권을 챙겼다고 지상파에서 올림픽 중계를 못 보는 건 아니다. JTBC가 다른 방송사, 포털 등에 재판매를 할 수 있어서다. 

지상파는 중계권을 구입할까? 한국방송협회는 재판매에 응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지만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다. 한 지상파 관계자는 “상황이 안 좋다. 최근 국제 경기들이 적자이거나  미미하게 흑자가 됐다. 앞으로는 더 어려워질 텐데 무리해서 중계권을 구입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다른 지상파 관계자는 “올림픽이 국가적 행사이고, JTBC를 볼 수 없는 지상파 직접수신 시청자들이 있어 KBS는 재판매를 거부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향후 JTBC가 어떤 조건을 제시하고, 방통위가 어떻게 중재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전망이지만 지상파 전체가 중계권 재판매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은 낮다.

▲ 2016년 리우 올림픽 당시 지상파측 자료. '중계권'과 별도로 '뉴스 자료화면'을 제공하는 협상을 벌여왔으나 리우 올림픽 때부터 무료 공급 원칙을 만들었다.  당시 지상파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 2016년 리우 올림픽 당시 지상파측 자료. '중계권'과 별도로 '뉴스 자료화면'을 제공하는 협상을 벌여왔으나 리우 올림픽 때부터 무료 공급 원칙을 만들었다. 당시 지상파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국제 경기가 시작되면 벌어지는 쟁점도 많다. 대표적인 게 ‘취재 여건’이다. 중계권을 가진 방송사가 현장 취재에 권한을 행사하기에 지상파가 취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실제 2010년 벤쿠버 올림픽 때 KBS와 MBC는 SBS가 ID카드 제공 등 취재 편의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다며 반발했다.

뉴스에 쓸 자료화면 제공도 쟁점이다. 올림픽, 월드컵 시즌이면 뉴스에 중계 영상을 얼마나 내보내느냐가 시청률에 큰 영향을 미친다. 2016년 리우 올림픽 때 지상파는 종편이 중계권료 구입 없이 자료화면을 지나치게 상세하게 달라고 한다며 반발했다. 반면 종편은 지상파가 당일 올림픽 자료화면을 오후 늦게 줘서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모바일 시대, 보편적 시청권 유효한가

국제경기 중계권 논란은 앞으로도 첨예한 쟁점이 될 전망이다. 근본적으로 제도 자체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첫째, 보편적 시청권 개념 자체가 유효한지 따져야 한다. 더 이상 고정형 TV가 절대적인 매체가 아니다. 지난해 러시아월드컵 때 DMC미디어 조사 결과 경기 시청과 확인을 위해 모바일(64.0%)을 이용하겠다는 사람들이 가장 많았다. 포털과 인터넷스트리밍 서비스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변화한 매체 환경에 맞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둘째, 장기적으로 언제까지 공영방송이 올림픽에 수신료를 투입해야 하는지 고민도 필요하다. 올림픽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국가주의를 강조하던 권위정부 시절에 비해 떨어지고 있다. 김동찬 사무처장은 “지구 공동체 행사가 돈벌이 수단이 되는 점을 고려하면 공영방송까지 무리한 상업적 경쟁유도에 휘말려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셋째, 지상파 플랫폼 정책도 필요하다. 지상파가 무료 플랫폼으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면 보편적 시청권 주장이 힘을 얻었을 것이다. 오늘날 무너진 지상파 방송 플랫폼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종편 부흥 정책과 유료방송 저가 시장 형성, 지상파의 안이한 대응이 맞물린 결과다. 

김언경 처장은 “유료방송 플랫폼으로 방송을 보기에 시청자가 느끼는 지상파와 종편의 경계가 별로 없다. 지상파가 무료보편적 서비스가 완전 실현될 수 있게 공을 들였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김동찬 처장은 “국민들이 무료로 볼 수 있는 방송 콘텐츠를 유료로 보게 된 점에서 방통위도 책임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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