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 위한다는 필수유지업무, 항공재벌 배만 불려
공익 위한다는 필수유지업무, 항공재벌 배만 불려
[기고] 박창진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지부장

미디어오늘은 노동3권과 국가기간산업 안정성이 충돌하는 필수유지업무제도와 관련 세 차례 전문가 기고를 받습니다. 김영훈 전 철도노조 위원장의 첫번째 기고에서 이어 이번엔 박창진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장이 기고 했습니다. - 편집자 주

대한항공 전 부사장 조현아의 2014년 땅콩회항을 시작으로 2018년 조현민의 물컵갑질, 일우재단 전 이사장 이명희의 황후갑질을 볼 때 항공 재벌은 유독 갑질이 심하다.

돌이켜보면 민주노조와 관련이 있다. 한국 자본주의 사회에서 민주적인 노동조합은 노동자의 권익 향상뿐만 아니라 기업 내부의 경영 비리를 예방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 재벌 일가의 비리는 건강한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에서 상대적으로 적게 나올 수밖에 없다. 개인보다 ‘집단의 힘’인 노동조합이 내부 고발자로 나서면 재벌 총수는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실정법 위반까지 밝혀지면 형사 처벌을 받기 때문에 두려워 할 수밖에 없다. 민주노조의 존재 이유 가운데 하나다.

물컵, 황후 갑질은 노조의 파업권과 연결

‘국적기’란 이름으로 대한항공이 독점 운영해 자본을 축적한 항공 산업은 민주노조의 불모지였다. 어용노조만 있었다. 1999년 대한항공 조종사들이 노조를 설립하고 노조 인정과 단체협약 체결을 위해 파업 투쟁을 전개하자, 경영진은 이를 눈엣가시로 여겼다. 대표적으로 회사 돈을 쌈지 돈처럼 맘대로 꿀꺽했던 회사는 노조의 올바른 비판으로 과거와 같이 행동할 수 없었다. 또한 조종사노조의 투쟁으로 일반, 정비, 객실승무 등 다른 직종 노동자들의 임금도 인상되고, 노동조건이 개선됐다. 당시 조종사노조는 공공운수노조의 투쟁에 앞장섰다.

▲ 지난해  대한항공직원연대가 서울 광화문에서 연 문화제. 사진=손가영 기자
▲ 지난해 대한항공직원연대가 서울 광화문에서 연 문화제. 사진=손가영 기자

그러니 항공 재벌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조종사노조로부터 단체행동권 즉, 파업권을 빼앗으려고 했다. 결국 1997년 노동법 개정 시에도 포함되지 않았던 항공운수업은 2006년 12월 노조법 개정 시 필수공익사업에 포함됐다. 이어 2009년,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떠밀려 국제선 80%, 제주선 70%, 내륙선 50%에 대해 조종사노조와 회사가 필수유지업무 협정을 맺게 된다. 한국정부와 정치권은 2005년 조종사노조의 파업으로 수출 피해액이 커서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재벌의 요구를 적극 수용한 과정이었다. 세계 어느 나라도 항공관제를 제외한 항공운수업을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한 곳은 없다.

노동자가 합법적으로 일손을 놓는 최소한의 무기가 사라지면서, 항공 재벌을 견제해왔던 노조의 파업권도 유명무실해졌다. 당연히 노조의 힘이 급격히 떨어졌다. 회사를 견제한 노조가 힘을 잃자 항공 재벌 일가는 고비 풀린 망아지가 됐다. 땅콩, 물컵, 황후 갑질이 이를 증명하지 않는가? ‘공익보호의 조화’라는 명분으로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했지만, 모순되게도 이는 국민적 공분을 불러온 항공 재벌의 갑질과 반비례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조합에 족쇄를 채우는 행위 이제 그만

대한항공 직원들은 ‘항공사가 왜 필수공익사업장인가?’라며 잘 이해하지 못한다. ‘공익’ 사업장이라지만 현실은 재벌 일가의 ‘사익’을 우선에 두고 운영했기 때문이다. 필수유지업무 제도는 ‘공익을 위해 노동자들의 파업권을 제한하고 비행기를 운항한다’는 명분으로 탄생했지만, 공익의 실체가 없기 때문에 파업권 제한을 필두로 노동3권만 해체됐다고 생각하고 있다.

실제 2016년 조종사노조 파업 당시 비행기 운항율은 무려 92%였고, 손님이 적은 노선을 파업으로 결항시키면서 회사 수익이 더 올랐다. 노동자의 파업이 항공 재벌의 이익을 위협하기는커녕 오히려 이윤을 남겼다. 그러자 회사는 노조와의 단체교섭 과정에서 배째라 식 대응으로 일관했고, 노조의 단체행동권뿐만 아니라 단체교섭권도 무용지물이 됐다. 오로지 단결권만 존재하는 무기력한 상황이 된 것이다.

▲ 박창진 지부장이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 박창진 지부장이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노동조합만 피해를 보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공정한 노사 교섭은 이루어질 수 없다. 일방적인 횡포와 갑질, 단체교섭을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사용자가 있는 한 노-사 관계는 더 곪아터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항공운수업이 필수유지업무 제도에서 제외되지 않는 이상 노사 관계가 개선될 수 없다’고 직원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파업권의 제한은 마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다윗의 유일한 장기인 돌팔매질을 못하게 막아 놓는 것으로, 노동조합에 족쇄를 채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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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19-06-06 21:39:07
개인적으로 국민의 적극적 참여로, 정치가 깨끗해져야 노동자도 존중받는 사회가 오지 않을까. 국민이 투표, 총선, 정치에 관심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국민의식이 높다는 뜻이다. 국민이 눈 부릅뜨고 지켜보는데, 정경유착이나 부정부패, 국민의 요구를 쉽게 거절할 수 있을까. 결국, 국민의 적극적 참여가 노동자 권리향상의 지름길이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