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때보다 표현의 자유가 제약받고 있습니다.” 

이언주 의원이 성토했다. 이 의원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보수 유튜버들과 함께 ‘표현의 자유와 유튜버’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이날 행사는 문재인 정부가 언론 자유,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고 있다는 보수 일각의 주장을 사례로 모아 발표하는 자리였다. 현 정부 여당의 행보에 표현의 자유 침해 소지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날 토론자들의 주장에도 왜곡과 과장이 적지 않았다.

▲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언주 의원 주최로 열린 보수 유튜버 토크 콘서트. 사진=금준경 기자.
▲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언주 의원 주최로 열린 보수 유튜버 토크 콘서트. 사진=금준경 기자.

민영삼, 김정숙 여사 비판했다 방송 잘렸다?

평론가 황태순씨는 방송 평론가들이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탓에 대거 방송에서 잘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 초기에는 대통령을 비판했을 때 문제가 안 됐는데 2017년 초 민영삼 평론가가 ‘김정숙 여사 나댄다는 말이 있다’고 했다가 (방송에서) 잘렸다고 주장했다. 

이는 왜곡됐다. 민영삼 평론가는 2017년 TV조선에 출연해 김 여사를 가리켜 “나쁘게 보면 여자가 너무 나댄다”고 했고 앞서 2016년에도 TV조선에 출연해 “현모양처쪽보다는 속된말로 설친다, 나댄다”고 했다. 영부인 비판이 아니라 여성 비하로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방통심의위는 두 건 모두 기각했다. 

▲ TV조선에 출연한 민영삼 평론가.
▲ TV조선에 출연한 민영삼 평론가.

2017년 초 종편 단골 평론가들이 방송에서 대거 하차한 건 사실이지만 특정 발언 한 마디 때문은 아니다. 당시 종편은 오보·막말·편파방송을 쏟아낸다는 사회적 비판을 받았고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이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라서다. 특히 TV조선은 불합격 점수를 받았기에 여러차례 막말 논란을 빚은 민영삼 평론가에게 관대할 수 없었다.

정부의 방송사 재승인 심사 자체를 문제제기할 순 있지만 당시는 박근혜 정부였다. 탄핵국면이었으나 종편 심의제재를 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재승인 심사를 한 방송통신위원회 모두 정부여당 인사가 과반 의석을 점했다. 당시 정부여당 추천 위원들조차 종편 막말 평론가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였기에 퇴출이 가능했다.

민주당, 유튜브도 방송으로 만드는 규제 추진?

문재인 정부 여당이 언론자유 침해 법안을 밀어붙인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이인철 변호사는 “유튜브는 방송이 아닌데 유튜브를 방송에 포함하겠다는 게 통합방송법”이라고 했다. 황태순 평론가는 “민주당 통합방송법으로 유튜브까지 포함한다면 한국의 정치시사 유튜브 시장은 급격히 사라진다”며 거들었다. 

그러나 김성수 의원의 통합방송법은 보수 유튜버를 탄압하려는 규제가 아니다. 이 법은 매체 환경은 급변했는데 20년 가까이 바뀌지 않은 방송법 전반을 재정비하는 내용으로 넷플릭스, 푹 등 IPTV와 유사한 OTT 서비스를 방송으로 분류하는 게 목적이다. 법안 자체가 모호한 면이 있어 일부 항목에서 유튜브 등도 포함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김성수 의원측은 개선 작업을 하기도 했다.

▲ 김성수 의원이 대표발의한 '통합방송법' 세미나 자료. 유튜브를 방송으로 편입하려는 법안이 아니다. 물론, 인터넷 방송 서비스의 특성상 해당 법안의 세부 기준 가운데 일부는 유튜브에 해당될 수도 있어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점을 이유로 보수 유튜버를 탄압하기 위한 법안으로고 보는 건 무리다.
▲ 김성수 의원이 대표발의한 '통합방송법' 세미나 자료. 유튜브를 방송으로 편입하려는 법안이 아니다. 물론, 인터넷 방송 서비스의 특성상 해당 법안의 세부 기준 가운데 일부는 유튜브에 해당될 수도 있어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점을 이유로 보수 유튜버를 탄압하기 위한 법안으로고 보는 건 무리다.

만일 유튜브를 규제하려 했다면 통합방송법이 아닌 유튜브 규제 법을 따로 발의하는 게 더 쉽다. 통합방송법은 뉴미디어 이슈 외에도 공영방송 기준 정립, 지역방송 위상 제고 등 수 많은 쟁점이 있어 사실상 통과가 불가능하다. 당장 법을 만들기보다는 ‘발의’를 통해 사회적 논의에 붙이는데 목적이 있다.

이날 이언주 의원은 민주당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고 했다. 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언론중재위원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의 결정을 근거로 허위정보를 판단하는 법안을 발의해 논란을 빚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보다 심각한 건 자유한국당 당론인 임의로 포털에 허위정보 삭제 책임을 부여하는 김성태 의원 법안이다. 이언주 의원도 표현의 자유 위축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는 이미 위헌 결정이 난 인터넷 실명제를 재도입하고, 사실이든 아니든 신고만 있으면 인터넷 게시글을 차단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제도인 임시조치를 확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유튜브 법으로 대응 못하니 심의로 규제?

이인철 변호사는 “최근 방통심의위가 언론에 많이 나왔다. 방통심의위를 통해 규제가 이뤄진다”고 했다. 영폴리TV 운영자 임승호씨는 “유튜브는 무법지대다. 그래서 심의기관 통해 유권해석을 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방통심의위가 5·18 민주화운동 왜곡 영상 시정요구를 결정하면서 주목 받았다. 하지만 5·18 유튜브 영상은 이전 정부에서도 37건 심의 제재했다. 

▲ 유튜브 '신의 한수' 갈무리.
▲ 유튜브 '신의 한수' 갈무리.

5·18 외에도 보수 유튜브 콘텐츠 대상 심의를 한 건 사실이지만 결과를 살펴야 한다. 지난해 경찰의 요청으로 문재인 대통령 치매설 유튜브 영상이 안건으로 올라왔을 때 방통심의위 여당 추천 위원들 모두 제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유튜브 속 허위정보와 음모론 콘텐츠는 ‘사회질서 위반’조항으로 심의하는데 시민단체 오픈넷이 분석한 결과 2018년 방통심의위는 이 조항으로 1건도 제재하지 않았다. 오픈넷은 이전 정부와 달리 통신 분야에서 정치심의는 없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박근혜 정부 방통심의위는 메르스, 사드, 세월호 참사 등 사회적 논란 때 인터넷 공간 속 정치적 음모론과 풍자 콘텐츠, 게시글에 적극 대응했다.

▲ 박근혜 정부 당시 사회질서 혼란을 이유로 삭제한 인터넷 게시글.
▲ 박근혜 정부 당시 사회질서 혼란을 이유로 삭제한 인터넷 게시글.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