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가 올림픽 독점중계권을 따내자 지상파 방송사들이 JTBC를 비판하고 나섰다. 종합편성채널(종편) 출범 전에 단독 중계권을 따내 타사로부터 비판받았던 SBS는 비판받은 논리 그대로 JTBC를 겨냥하고 있다.

JTBC는 2026년부터 2032년까지 개최되는 동·하계 올림픽의 한국 중계권을 독점 획득했다. 그러자 지난 4일 지상파 방송사를 회원사로 둔 한국방송협회가 반발 성명을 냈고, 지상파 3사가 일제히 자사 뉴스에서 이를 보도하며 의제를 설정했다.

▲ 지난 4일자 지상파 3사 JTBC 올림픽 독점중계권 관련 보도.
▲ 지난 4일자 지상파 3사 JTBC 올림픽 독점중계권 관련 보도.

이 가운데 SBS는 지난 4일 “보편적 시청권 훼손, 국부 유출 우려” 단신 뉴스를 보도했다.

SBS ‘8뉴스’는 “한국방송협회는 종합편성채널 JTBC가 7년 뒤인 2026~2032년까지 동·하계올림픽 중계권을 획득한 것에 대해 보편적 시청권 훼손과 국부 유출 시도라고 비판했다”며 “방송협회는 JTBC가 지상파 3사의 공동 참여 제안을 거절하고 4개의 올림픽 중계권을 단독 획득한 것은 중계권료 폭등을 부추기는 국부 유출 시도라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한국방송협회장은 박정훈 SBS 사장이다.

지상파 3사 가운데 SBS는 가장 적은 시간을 할애했지만, 과거 사례와 비교하면 유일하게 상황이 뒤바뀐 방송사다.

2006년 SBS가 2010~2016년까지 동·하계 올림픽 중계권을 독점하자 한국방송협회는 SBS를 비판했다. 2006년 8월 당시 KBS ‘뉴스9’은 “SBS 국익 외면한 독점중계”라고 비판했고, MBC ‘뉴스데스크’는 “국가적 손실 행위”라고 했다.

KBS ‘뉴스9’은 “SBS가 상업방송의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다. 남몰래 독점중계 계약을 맺었다. 결과적으로 방송 중계권료를 크게 올려놓아 남 좋은 일만 시키게 됐다”며 “특정 방송사의 독점중계권을 막고 국민 누구나 무료로 볼 수 있게 하는 보편적 시청권의 법제화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번에 SBS가 JTBC를 비판하는 내용과 대동소이하다.

▲ KBS 메인뉴스가 2006년 '코리아풀'을 깨고 올림픽 독점 중계권을 확보한 SBS를 비판하는 보도를 했다.
▲ KBS 메인뉴스가 2006년 '코리아풀'을 깨고 올림픽 독점 중계권을 확보한 SBS를 비판하는 보도를 했다.

그러자 SBS ‘8뉴스’는 “독점 아니다” 리포트를 통해 “중계권과 관련해 사실을 왜곡하거나 부풀리는 일부 언론의 태도는 마땅히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며 반발했다. 2010년 다시 논란이 불거지자 SBS는 입장을 담은 기사를 내고 “90% 이상의 가시청 가구를 확보하고 있어 보편적 시청권을 충족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비싸게 구매하지 않았다” “‘코리아 풀’이 다양한 뉴미디어 환경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취한 자구책”이었다고 반박했다.

공교롭게도 중앙일보는 5일 단독 중계권 논란이 불거지자 “(90% 이상 가시청가구를 확보해) 보편적 시청권 사안에서도 문제없다” “합리적인 가격대를 제시했다” “JTBC의 디지털 전략에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과거 SBS의 해명과 판박이다.

▲ JTBC가 지난 4일 자사가 올림픽 독점중계권을 따낸 소식을 리포트 3꼭지에 걸쳐 보도했다.
▲ JTBC가 지난 4일 자사가 올림픽 독점중계권을 따낸 소식을 리포트 3꼭지에 걸쳐 보도했다.

당시 SBS는 KBS와 MBC가 사실을 왜곡해 비방했다며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하기도 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2006년 SBS는 ‘코리아풀’이라는 지상파 3사 간 약속을 어기고 더 높은 가격에 중계권을 독점했다”며 “그런 행동을 했던 SBS의 사장이 협회장으로 있는 방송협회가 이 문제를 규탄하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때 태도를 반성하면서 이야기를 꺼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보도는 ‘자사 이기주의’라는 점에서도 문제다. 김언경 사무처장은 “메인뉴스 사유화”라며 “뉴스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누가 봐도 지상파 이해관계가 얽힌 이슈다. 방송심의 규정에 ‘공정성’ 조항이 있는데 자사 이익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건 보도하지 말라고 돼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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