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LCD공장에서 일하다 뇌종양을 얻은 뒤 10년 간 산업재해 인정 싸움을 해 온 한혜경씨가 산재 인정 통보를 받았다. 

근로복지공단은 지난달 30일 피해자 한씨(41)의 뇌종양 질환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한다며 그의 요양급여 재신청을 받아들였다. 한씨가 처음 산재신청을 한 지 10년 만, 재신청을 접수한 지 8개월 만이다. 

한씨는 2009년 최초 신청한 산재가 불승인되며 근로복지공단과 법적으로 다퉜고 2014년 8월 대법원(재판장 김신)이 사건을 심리불속행 기각하면서 불승인 처분을 확정했다. 그런 한씨가 지난해 10월 산재 재신청을 한 이유는 지난 9년간 한씨 작업장의 위험성을 드러낼 근거가 확보됐기 때문이다. 한씨가 주로 노출된 플러스 흄의 유해성이 확인됐고 주·야간 맞교대와 과로 등의 위험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모였다. 회사와 고용노동부가 산재 입증에 필요한 자료를 비공개하는 것은 노동자에 유리한 사실로 고려한다는 판례 발전도 있었다.

여기엔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의 산재 인정 투쟁이 기여했다. 한씨도 반올림 활동가로 10여년 간 함께 싸웠다. 2019년 5월 기준 반올림에 제보된 삼성 전자산업 계열사 산재 추정 건수는 총 559건으로 이 중 174명이 사망했다. 반올림을 통해 산재 신청을 한 피해자는 2007년부터 2017년까지 96명이고 25명이 산재 인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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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산재 재신청 시 제출한 한혜경씨의 자필 진술서. 사진=반올림 제공
▲지난해 10월 산재 재신청 시 제출한 한혜경씨의 자필 진술서. 사진=반올림 제공

 

한씨는 만 17세이던 1995년 삼성전자 기흥공장에 입사해 LCD 모듈공정에서 일했다. ‘PCB 패널’에 필요 부품을 납땜해 연결하는 업무를 맡으며 납, 주석, 플럭스(납땜 용접을 용이하게 하는 혼합염)를 섞은 ‘솔더크림’과 240℃까지 오르는 리플로우기 설비를 썼다. 한씨는 2001년 퇴사해 2005년 뇌종양 확진을 받았다. 

한씨는 이와 관련 “처음부터 산재 인정을 받아야 한다 생각한다. 이렇게 긴 세월이 걸렸다는 것이 너무하다”며 “앞으로 직장에서 일하다 다치거나 병에 들면 기관에서는 신속히 처리해 저 같은 사람이 나오지 않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반올림은 “한씨는 좌절하지 않고 꾸준히 자기 얘기를 세상에 알려왔다. 한씨가 이전엔 없던 길을 만들어왔기에 그 길을 따라 다른 뇌종양 피해자들도 자기 얘기를 말할 수 있었다”며 “(산재 인정이) ‘너무 늦어서 미안하다’는 의미로도 남기를 바란다. 산재보험 취지가 사회적 부조인 만큼 앞으로는 그리 어렵게,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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