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공에 포획된 언론인
반공에 포획된 언론인
[미디어오늘 1203호 사설]

선우휘는 40년 가까이 언론인이자 ‘불꽃’(1957) 등을 쓴 소설가다. 교사, 기자, 군인, 작가를 거치며 조선일보에서만 25년 일하다 1986년 은퇴했다. 선우휘는 취재 경험은 거의 없었다. 처음부터 논객으로 출발했다. 

1960~1970년대 문학논쟁 땐 시종 ‘참여주의’에 반대하면서 일관되게 보수를 대변했다. 1970~1980년대엔 칼럼으로 학생운동과 민중운동을 강하게 비판했다. 

동료 언론인조차 1982년 11월 이래 4년 가까이 쓴 ‘선우휘 칼럼’을 “이처럼 비방과 칭찬이 심한 글도 드물었다”고 평가할 정도였다. 

▲ 선우휘 소설가, 전 조선일보 주필
▲ 선우휘 소설가, 전 조선일보 주필

선우휘는 1922년 평북 정주에서 태어나 1943년 경성사범을 졸업하고 고향에서 해방까지 2년간 교사였다. 1945년 11월23일 ‘신의주학생사건’을 겪은 뒤 소련군과 사회주의자들의 활동에 환멸을 느끼고 월남했다. 

1946년 2월 월남해 동향인 방응모가 운영하던 조선일보에 들어갔다. 얼마 뒤 기자를 그만두고 미국 유학을 결심하고 밀항하다 미군에 들켜 좌절됐다. 1948년 제주 4·3 뒤 1949년 정훈장교로 임관한다. ‘사상계’는 1957년 ‘불꽃’을 쓴 선우휘에게 동인문학상을 준다. 

1957년 대령 예편하고 1958년 한국일보 논설위원이 됐다. 1961년 다시 조선일보로 와 논설위원을 하고 1963년 편집국장이 됐다. 1964년 언론윤리위원회법 파동 때 조선일보 편집국장이었다. 이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옥고를 치렀다. 

선우휘는 적어도 60년대 중반까지 박정희 정권에 비판적이었다. 리영희는 그가 동경대 연수 뒤 1966년부터 ‘친미 친독재’로 바뀌었다고 했다. 

신동엽 시인이 쓴 김수영 ‘조사’를 비판한 선우휘 칼럼 ‘현실과 지식인’(1969)은 보수 회귀 선언이었다. 문학평론가 한수영은 “이후 전개되는 선우휘의 글은 모두 이런 사상적 선회의 잉여이자 분비물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런 와중에도 1973년 9월7일자 조선일보 사설은 ‘당국에 바라는 우리의 충정’에서 김대중 납치를 다루었다. 대부분 입에 올리길 주저하던 때 그가 사설로 김대중 납치를 직접 거론했다. 중정이 나서 조선일보를 회수하고 선우휘는 지방으로 피신했다. 방우영 사장이 정부와 교섭 끝에 정중한 사과편지를 이후락에게 전달하고 마무리했다. 

다시 선우휘는 1977년 5월19일 조선일보 해직기자들이 경영주를 상대로 한 ‘부당해고무효확인소송’ 항소심 공판에 사측 증인으로 나왔다. 선우휘는 “단순히 동아일보와 한국일보가 하는데 왜 가만히 있느냐고 말했을 뿐”이라고 궁색하게 답했다. 서울대 안경환 교수는 ‘조영래 평전’에서 “선우휘의 증언은 그를 존경했던 수많은 독자들에게는 실로 충격이었다”고 했다. 

선우휘는 “내가 욕 먹기 시작한 건 월남 패망 직후 1976년 명동사건 때 지식인 종교인들이 위기를 고조시켜서야 되겠느냐는 글을 썼던 때부터”라고 밝혔다. 1979년 YH 사건 땐 ‘이래선 안 될 텐데’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여공들은 어쩌자고 신민당사로 들어간 것이며 신민당은 또 어쩌자고 그네들을 받아들였던가”라고 썼다. 

80년대 학생운동이 한창일 땐 “해방 후 40년간 공산주의자들과 사투를 벌이며 살아남은 기성세대가 아직도 적지 않다. 만약의 경우 그들은 가만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학생들을 협박했다.(1985년 12월11일) 

이런 선우휘에게 같은 처지의 백기완과 지명관은 “체제와 반체제, 좌와 우의 경계를 넘어섰다”고 평가했다. 꽤 후한 헌사다. 겉으론 중용과 화해를 주장하지만 늘 사회적 약자에게 굴종을 강요했던 수많은 선우휘 기자가 오늘도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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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2019-06-10 17:13:34
정말 좌파애들의 혀로 내뱉는 교활하고 얍씰한 글들은 읽을 때마다 속이 훤히 보인다. 이간질도 아주 머리를 써서 해요. ㅎㅎ

언어도단 2019-06-09 19:47:08
요즘 말로 기레기

바람 2019-06-09 13:33:35
개인적으로 절대적 진리는 없다고 본다. 근데, 조금 씁쓸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