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대변인들의 ‘땅바닥 브리핑’에 이어 원내대표 회의실에서 백브리핑을 진행했다. 한선교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이 취재를 위해 바닥에 앉아 있는 기자들에게 “걸레질 한다”고 말해 뭇매를 맞은 뒤 한국당이 아닌 민주당 취재 풍경만 변화하는 모양새다.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확대간부회의를 마치고 나온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회의 내용을 묻기 위해 모여든 기자들에게 “바닥에 앉지 말고 제 방으로 들어오시라”고 말한 뒤 취재진과 함께 원내대표 회의실로 이동했다. 백브리핑을 회의장 앞 복도가 아닌 원내대표실에서 진행하는 흔치 않은 상황이 벌어진 것.

일반적으로 정당 회의는 모두 발언을 공개한 뒤 비공개 회의로 전환되며, 기자들은 복도에 앉거나 서서 기다리다 회의장 밖을 나선 관계자들에게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이나 결정 사안을 취재하곤 한다. 주로 공식석상에서 말하지 않은 사안들을 설명하는 ‘백브리핑(Background Briefing)’은 원래 익명을 전제로 한 개념이지만, 국회 회의장 앞에서의 백브리핑은 별도 요구가 없는 한 사실상 공개 브리핑으로 진행된다.

▲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5일 취재진과 원내대표회의실에 둘러앉아 백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5일 원내대표회의실에서 백브리핑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뒤, 취재진이 모여들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이 원내대표는 회의실로 들어선 뒤 “대변인이 땅바닥 브리핑을 해서 그분보다 나은 모습 만드는 건 의자로 모시는 것밖에 방법이 없어서 회의실을 열었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춘숙,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전날인 4일 원내대책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함께 복도 바닥에 앉아 백브리핑을 진행해 화제가 됐다.

취재진과 질의·답변을 주고 받은 뒤에도 이 원내대표는 “앞으로 바닥에 앉지 말고 ‘백브리핑하게 여기를 잠시 열어주십시오’하면 열어줄 테니까 괜히 바닥에 앉아 계시면서 ‘그런 표현’ 안 들으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해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이 원내대표가 자리를 뜬 뒤 추가 백브리핑을 진행한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백브리핑을 계속 바닥에 앉아서 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앞으로 그때그때 요청 있으면 바로 문 열어서 진행하는 걸로 하겠다”며 “급하게 하는 게 아니면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여기(원내대표회의실)서 백브리핑을 하는 것으로 관례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일 한국당 비공개 최고위원회 회의장 앞 기자들에게 “아주 걸레질을 하는구먼. 걸레질을 해”라고 말했던 한선교 한국당 사무총장은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엉덩이를 복도 바닥에 댄 채 움직이는 것에 빗대어 ‘걸레질을 하네’라고 발언한 것은 기자들의 취재환경이 열악해 고생한다는 생각에서 한 말로 상대를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해명했다. 한 사무총장은 지난달 7일 당 사무처 직원들에게 욕설을 한 일로 “부적절한 언행이었음을 인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